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9.08 09:15
  • 호수 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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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윤이 (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산외면 대원리)

태풍 힌남노가 한반도를 강타했다. 내륙지방인 보은도 밤새 부는 바람으로 벼가 쓰러지고, 나뭇가지가 부러졌는데 제주도와 부산 등 남해안 지방의 피해는 말해서 무엇하랴. 무서운 기세로 몰려오는 파도와 해일로 배가 부서지고, 바닷물이 방조제를 넘어서 범람했고, 전국의 전통시장은 물론 점포들도 침수와 정전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포항은 힌남노가 제주, 부산, 울산을 거쳐 동해로 빠져나가면서 피해가 상당했다. 큰 비에 도로 곳곳이 침수되어 차들은 개울을 건너듯 지나가야 했고, 지반이 붕괴되고, 씽크홀이 생기고, 건물이 무너지는 등 도시 곳곳이 비상 사태였다. 차를 구하려다 목숨을 잃은 실종과 사망 소식도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모쪼록 침수되고 무너진 것들이 잘 복구되기를 바랄 뿐이다.
내일부터 한가위, 즉 추석 명절이 시작된다. 명절 전에 태풍으로 어수선하고, 올해는 유독 음력과 양력이 한 달 차이도 나지 않아 추석 명절이라는 분위기는 덜한 듯하다. 뭔가 추석 명절을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이 짧았다고나 할까? 코로나 시국에는 온가족이 모이지 못한 때도 있었지만 모름지기 추석은 설에 이어 온가족이 모이는 큰 명절 가운데 하나다. 
추석(秋夕)은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 중추절, 중추가절이라고도 한다. 가위나 한가위는 순수한 우리말이고, 가배는 가운데를 뜻하는 가위를 이두식 한자로 쓰는 말이다. 그리고 추석(秋夕)이라는 한자는 가을 저녁, 즉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의미한다. 따라서 추석은 달이 유난히 밝은 좋은 명절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네이버 지식백과 참조)
지금은 추석이라는 말을 많이 쓰지만 고려가요 '동동'에도 순우리말인 한가위라는 말이 나온다. 습관처럼 추석이라는 말을 자주 쓰는데 정감 있는 한가위라는 말을 더 자주 써야겠다.
예부터 내려오는 속담 중에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말이 있다. 한가위에는 먹을 것이 풍성하고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우므로 매일매일이 한가위만 같으면 좋겠다는 소망이 담겨 있는 속담이라고 할 수 있다. 선조들은 음력 8월 보름을 가장 큰 보름(한가위)으로 여겨, 농촌에서 들판의 곡식들이 무르익고 추수가 멀지 않은 때에 풍년을 기원하는 중요한 명절로 지냈다. 『동국세시기』에 의하면 신라 시대부터 내려오는 풍속이라 하니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타지 생활을 했던 터라 명절에는 부모님이 사시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이 설레고 즐거우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차가 많이 막혀 여간 고역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부모님이 사시던 고향까지 2시간밖에 걸리지 않는 거리였으나 어느 해인가에는 7시간 동안 버스에서 입석으로 서서 가느라 다리 아프고, 화장실이 가고 싶어 힘들었던 때도 있었다. 지나고 보면 다 추억이지만 그때는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시간이 많이 지난 만큼 풍속이 많이 바뀌어 부모님이 자식들이 있는 서울이나 도시로 역귀성을 하거나, 명절 전에 미리 부모님을 찾아 뵙고 명절에는 아예 여행을 가는 가족들도 많다. 명절의 의미가 점점 퇴색하고 있다. 
한가위 하면 빼놓을 수 없는 음식이 송편이다. 지금이야 송편을 맛있게 만드는 떡집을 찾는 게 더 빠르고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결혼하기 전에만 해도 고향에 내려가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솔잎을 따는 일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방앗간에서 빻아온 쌀가루를 반죽하면  그 반죽을 조금씩 떼어 동그랗게 만들고 참깨나 밤, 콩, 동부 같은 고명을 넣어 예쁘게 송편을 빚어 먹곤 했다. 대부분 엄마가 만들고 나는 거드는 편이어서 아주 예쁜 송편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어릴 때는 콩보다는 참깨가 좋아 참깨가 들어 있는 고명을 찾느라 고심하며 골라 먹기도 했다. 어느새 시간이 많이 흘러 이제는 나도 떡집에서 송편을 사먹고 있으니 좀 씁쓸한 마음도 있다.
달이 휘엉청 밝다. 밤바람도 많이 차다.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올해는 유난히 긴 비로 얼마나 추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농부로서 풍년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가위를 맞이하고 싶다. 가을 햇살에 곡식들과 과일들이 잘 익어가기를, 겨울에 먹을 배추와 무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한가위를 보내야겠다. 타지에 있는 자녀들이 오고, 오랜만에 부모님과 친지들을 만나고, 맛있는 음식을 해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도 중요할 것이다. 하지만 풍년을 기원하는 한가위의 의미를 기억하고, 만나는 이들에게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덕담을 나누는 므흣한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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