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나선 20년, 미소로 화답하는 박청용 화가
'나'를 찾아나선 20년, 미소로 화답하는 박청용 화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9.01 10:18
  • 호수 6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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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도·충북문화재단 후원 / 청주 한국공예관에서 전시회
박청용 화가.

기도하는 사람. 박청용 화가의 정체성이자 독창적인 그의 작품성을 규정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때론 백팔 배, 만 배, 팔만 배, 팔만 사천 배, 십만배를 하며 그 무엇을 알기 위해 끊임없이 절을 하기도 하고 진흙길, 가시밭길 가리지 않고 오체투지로 자신의 진정성을 보여주는 사람이 들어있다. 때론 가부좌를 틀고 두 손을 합장한 채 앉아 내면을 돌아보는 명상에 젖는 모습을 하기도 한다.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읽혀지는 어미의 절하는 모습도 등장한다.
어떻게 표현을 했을까 심히 놀라울 정도로 깨알같이 아주 작은 크기의 기도하는 사람의 간절함, 절박함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지난 8월 24일부터 28일까지 '나를 찾아서 20년'이라는 주제로 열린 청주시 한국공예관의 전시공간엔 마음 수련이고, 기도이고, 명상이고, 구원을 담고 있는 숙연하게 만드는 작품들이 빼곡했다.

속리산면 만수리의 서성수 수필가를 비롯해 유중덕 속리산라이온스클럽 회장, 어현우 속리산면 삼가2리 새마을지도자, 최윤수 삼산초등학교 교사, 회인의 김우경·우춘홍 선생 등 전시회를 축하하기 위해 찾은 보은의 지인들은 박청용 화가를 든든하게 해줬다.
"보은으로 귀촌한 후 초기에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때 제 수업을 받은 아이가 성인이 돼서 가족들과 함께 전시장을 찾왔어요 그러기가 쉽지 않잖아요. 깜짝 놀랐고 기뻤다"며 보람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나를 찾아서 20년. 이번 전시회는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하고 지금의 기도하는 사람을 그리는 화가로 오롯이 서기까지 '화가 박청용'을 정리해본 시간이다.
"뭐 먹고 살지? 어떤 작가가 될까? 어떤 작업을 하지? 등등으로 심경이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표현된 조각을 전공하던 대학시절의 자소상(自塑像)을 시작으로 내면을 알기 위해 정형화된 틀을 부숴버리는 개벽이라는 조각작품,그리고  사람들은 왜 백팔 배를 하고, 삼천 배를 하고, 만 배를 하는 걸까라는 하고 가졌던 내면에 내재돼 있었던 의문들이 자연스럽게 기도하는 사람들로 발현된 것이죠.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옛날 것들을 끄집어내 정리하다보니 젊었을 때부터 저의 내면에는 지금 그림으로 표현한 것들이 내재돼 있었고 20년의 궤적을 이으니 바로 나의 20년이었던 것이죠."
20년을 집대성하면서 개벽까지는 아니더라도 새로운 도전, 변화가 작품 곳곳에 노정돼있음이 보였다. 그동안은 검은 먹의 농담으로만 표현했던 무채색 작품이 대부분이었다면 연두색, 분홍색, 붉은색, 보라색, 오묘한 파란색 등 조금은 화려한 색감의 작품이 여럿 등장했다.
쪽빛의 한지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하늘바다를 기도하는 사람들로 채웠고, 망망대해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마음바다로 표현했다.
오묘한 파란색으로 그린 오체투지를 실행하는 기도하는 사람은 일렁이는 파도와 같다. 색다른 재미까지 느끼게 했다.
오랜 가뭄 뒤에 오는 비가 단비인 것처럼 사람들이 힘들 때 고마움이 느껴지는 마음이 비처럼 내렸으면 좋겠다는 기도하는 사람들 마음에 단비, 마음 밭, 마음텃밭, 감사한 마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마음사탕 등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심전심으로 다가왔다.
여백을 표현한 작품도 여럿 등장했다. 사람 한 명 없는 팔만사천 여백, 무아, 기도의 길 등 저절로 숨통을 트이게 한 작품은 '이젠 좀' 여유로워진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처음에는 구하는 마음 때문에 전부 다 먹으로 꽉꽉 채웠는데 조금씩 알아가면서 바워간다는 마음을 알게 되고 자연스럽게 작품에 여백이 생기고 그 여백이 생기니까 색깔이 있는 작품도 나오기도 하네요. 그래서 한지를 바꿔보기도 하고 쪽빛이 염색된 한지에 작업을 하기도 하고 다른 것들이 받아들여지더라구요. 이렇게 마음을 비워가면서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일들이 생길 것 같아요. 좋은 곡식을 심는 것처럼 그런 좋은 마음들도 심어가면서 작업을 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참 기도할 때는 그 마음을 구하려는 마음으로 꽉차있었어요. 마음을 그리다보면 뭔가 알지 않을까 해서 다 담아보기로 했죠. 백팔 배 그다음 삼천 배, 만 배, 팔만 사천의 마음을 그렸던 것예요. 그래도 그 마음이라는 것을 몰랐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무엇인지 알기 위한 것으로 꽉 차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제야 마음을 비워낸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런 고민이 내게 있구나 생각하면서 고민들이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되고…."
박청용 화가는 "팔만사천 마음비나 팔만사천 행 같은 대작을 완성하고 나면 몸무게가 5㎏정도 빠진다고 했다. 대작은 바닥에 한지를 펼쳐놓고 엎드려서 그리니까 장이 눌려 음식도 많이 먹지 못한다며 4, 50분 작업하고 쉬었다가 하는데 산책도 하고, 차를 마시기도 하고, 단전호흡도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작업을 하는데 작품 하나 끝나면 온몸의 진이 다 빠져나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업하는 사람만이 갖는 고충이다. 그럼에도 그는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힘들지 않고 오히려 즐겁다"며 천진난만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서울시립대 환경조각과를 나은 박청용 화가는 2020년 제26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특선입선, 2021년 제31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 최우수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2021년 제2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 종합대상(서울시장상)을 수상했다.
앞으로 대한민국전승공예대전에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덧붙인 그의 미래는 어디까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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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인 2022-09-02 11:46:17
주말에 전시 관람하고 왔습니다.
작품도 너무 좋고 관람객들로 붐비더라구요~
근례에 보기드문 한국화? 동양화?기법이면서도 세련된 작품이었어요. 앞으로도 좋은 작품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