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인생(人生 : 삼신할미)
(25)인생(人生 : 삼신할미)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9.01 09:39
  • 호수 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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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우리는 쟁기로 논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으면서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절구질로 곡식을 가공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각종 세시풍속을 통해 자연에 의지하고 살아오면서 많은 생활문화유산을 만들어 남겼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세월의 흐름 속에 조상들의 삶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활문화유산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보은에 남아있는 생활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되짚어 보면서 생활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재창조의 계기를 만들어 보기 위해 우리지역 '보은의 생활문화유산'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안동민속박물관에는 산실 천정 구석에 시렁을 만들어 위에 단지를 올려놓고 흰 보자기로 덮은 삼신할미와 그 아래 삼신밥상이 차려져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안동민속박물관에는 산실 천정 구석에 시렁을 만들어 위에 단지를 올려놓고 흰 보자기로 덮은 삼신할미와 그 아래 삼신밥상이 차려져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에게 '아이는 삼신(三神)할미가 점지해 주어야 낳는다'고 하면'삼신할미가 뭐예요? 삼신할미가 어떻게 아이를 점지해 주지요?'하고 어안이 벙벙하겠지만 우리의 조상들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집안에 모셔지는 가신(家神)으로 아이의 임신과 해산은 물론 일정한 나이(보통 7세)가 될 때까지 성장을 돌봐주는 어린이 보호신(兒童保護神)으로 삼신을 의지하면서 살아왔다. 
삼신(三神)은 지방에 따라'삼신할매, 삼승할미, 삼신바가지,삼신지왕, 지왕할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삼신할미의 신체(神體)는 보통 안방의 아랫목 구석위에 시렁을 메고 자리 잡았으며, 형태는 바가지나 오지단지로 만들었다. 
삼신단지에는 매년 가을에 햅쌀을 수확하면 바꾸어 담아서 한지로 봉해 모셔졌다. 충청도의 일부지방에서는 삼신자루라 하얀 자루를 지어 안에 백미 3되 3홉을 넣어 안방 아랫목 구석 높직이 달아 매놓기도 했고, 강원도 정선군에서는 아이들이 잘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 첫아이를 낳고 아기에게 입힌 배냇저고리를 깨끗하게 빨아서 삼신 바가지에 넣어 막내를 낳을 때까지 두기도 했다고 한다. 
보은지방에서는 삼신할미라는 명칭 외는 흔적을 찾을 수 없고, 연세 많으신 할머니들의 희미한 기억에 따른 이야기만 전해오고 있지만, 안동민속박물관에는 산실(産室) 천정 구석에 시렁을 만들어 위에 단지를 올려놓고 흰 보자기로 덮은 삼신할미와 그 아래 삼신밥상이 차려져 있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옛날에는 삼신할미의 피나는 노력으로 집집마다 10명에서 13명 정도로 많은 아이들을 출산했으나, 의학이 발달되지 않았던 세월이라 아이들을 자꾸 데려가는 마마신(천연두)과 저승사자가 동네에 들어와 한번 휩쓸고 지나가면 거의 절반 정도가 죽던 당시에는 어린 자식들의 생명을 의학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삼신할미에게 매달려 비손에 의지하며 살아 왔다. 그래서 출산 후 아기와 산모에게 가장 중요한 시기인 21일(삼칠일) 동안은 미역국과 흰쌀밥으로 삼신밥상을 차려서 삼신께 먼저 정성을 올린 후 먹었으며, 백일이나 돌잔치 때도 반드시 삼신을 모셨다. 그러나 요즘 삼신할미들은 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해서 그런지 영 아이들을 점지해 주지 않는 것 같다. 6.25전쟁 후 가난한 중에도'자식은 타고날 때 저 먹을 것은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각으로 급격히 인구가 증가하자, 정부는 자녀가 많으면 많을수록 가난을 면하기 어렵다는'가족계획 홍보물'을 만들어 배포하고, 남편들은 예비군훈련 때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을 면제 해주고, 부인들에게는'루프'를 무료로 시술해 주는 등 산아제한에 몸부림치던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수백조원을 쏟아부으면서 출산을 독려하지만, 머지않아 한반도는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젊은이들에 의지하여 사는 노인들만 가득한 대한민국이 보인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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