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사회 그리고 청년] "청소년과 청년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지역사회 그리고 청년] "청소년과 청년에게도 관심을 주세요"
  • 김민호 기자
  • 승인 2022.09.01 09:29
  • 호수 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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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미래, 청년에게 묻다
동그랑 프로젝트 팀장 강하영 인터뷰

출산율은 떨어지고 젊은 인구가 적은 보은은 상주인구의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청년들은 취업이나 대학재학, 군입대 등을 이유로 주소지만 보은에 두고 대부분 외지에 실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청년 한 명이 소중한 보물일 정도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청년 인구가 소중한데 보은 군정에서 청년정책은 매우 취약하다. 청년 관련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이에 근거한 보은군의 자체 사업이 없다. 인구가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 보은군과 같이 소멸위험 평가를 받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쳐 지역의 활력을 찾고 있다. 본보는 청년들의 의견을 듣고 전해 보은군도 청년정책을 추진해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동그랑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는 강하영(21)팀장

지역 소멸의 위기는 대한민국이 풀어나가야 할 거대한 숙제가 됐다. 그러나 수도권의 인구 밀집은 더 이상 막기 힘든 문제가 됐다. 그렇다면 지역은 이대로 소멸해야만 하는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청년들을 만나보고자 한다. 청년들에게 보은군은 어떤 공간일까. 또 지역사회는 그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청소년과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동그랑 프로젝트'를 이끄는 강하영씨(21, 장안면)를 만나봤다. 보은군에서 태어나 대학 생활 빼곤 보은군에서만 살아왔다는 강씨는 읍내에서 걸어서 1시간, 차로는 10분 거리에 살고 있다고 했다. 자신이 사는 곳엔 횟집 하나와 매점 하나가 전부라고 했다. 필자가 놀라며 안 믿는 기색을 보이자 진짜라며 억울해했다.

▲ 보은군에서 살면서 불편한 점이 있었나요?
 "매우 많죠. 청소년 복지정책, 안전 문제, 교통 문제 등 다른 지역에 비해선 매우 많은 것 같아요. 아무래도 교통 문제가 제일 시급한 것 같아요"

풍경 사진을 찍고 혼자 카페에 가는 것을 즐긴다는 강씨는 그런 것이 왜 좋냐는 질문에 "아무 생각 안 해도 되니까"라며 웃었다. 그는 요즘 프로젝트와 다른 활동들로 생각이 너무 많아져 머리가 복잡해졌다며 조금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 운동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디서 운동을 하세요?
"보은군청에 있는 헬스장에서 운동해요. 취미라기보단 체력을 기르기 위해 하고 있습니다"

▲ 집이랑 거리가 꽤 있지 않나요?
"그렇죠. 아무래도 멀죠. 근데 어차피 보은 읍내라서 나와야 하니까요. 운동하고 일상생활 하는 거죠. 그런 것도 아무래도 불편했죠. 다른 곳은 집 앞에서 다 해결할 수 있는데 뭘 먹고, 사고, 즐기는 것이 다 여기 있으니까"

▲ 그런 문제들이 서울(대학 생활을 하는 곳)에선 해결이 되던가요?
"제가 서울에 오래 살진 않아서 잘 모르겠는데, 교통도 좋고 인프라도 좋아요. 모든 게 다 갖춰져 있어요. 대신 여기에 비해 자연도 부족하고, 사람이 너무 많아요. 또 기회가 오히려 부족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서울에서 못 살겠다고 농촌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 기회가 부족하다는 게 무슨 말이죠?
"일단 일자리 문제가 있는데, 너무 수요가 너무 많으니까 들어갈 자리가 없는 것 같아요. 계약직으로 힘겹게 들어가도 정직원으로 전환이 될지도 미지수죠. 또 집 문제도 있어요, 집값이 너무 비싸죠. 차려진 건 많지만 저의 것은 없는 그런 느낌?"

▲ 지역은 그에 비해 차려진 게 없지 않나요?
"이 지역만 그럴 수도 있잖아요. 여긴 군이고 꼭 농촌이 아니더라도 청주나 대전 같은 시는 그런 데는 그나마 낫잖아요"

▲ 그럼 나중에 보은군에서 안 살 수도 있겠네요? 시에서 산다거나?
"네. 일단 서울에선 못 살 것 같아요. 그런데 보은군에서 계속 살 생각은 있어요. 하지만 제가 살 기반이 마련이 안 되면 떠나야죠. 어쩔 수 없이"

강씨는 지역사회의 청소년과 청년정책에 관심이 많다. 그는 22년도에 군수 후보자들과 간담회를 한 적도 있다. 청소년문화의집에서 군수 간담회를 진행했었는데 이번엔 군수 당선자가 아닌 후보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후보자일 때 간담회를 진행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아서였다.

▲ 사회문제에 왜 관심을 두게 되었나요?
"문제를 발견하면 고쳐야 하잖아요. 사회에 문제는 분명히 있는데 사람들이 욕만 하고 고치진 않아요. 욕하면 누군가 고쳐줄 거로 생각하는 거죠. 의문을 품었어요. 문제를 발견했으면 해결해야지"

▲ 본인이 아니어도 해결하는 사람이 있잖아요. 왜 본인이 하려고 하세요?
"제가 하고 싶어요. 제대로 하는 사람이 물론 있겠지만 제 성에 차지 않는 것 같아요. 적어도 제 주변 친구 중엔 그런 문제에 관심을 두고 해결하려고 적극적으로 나서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제게 주어진 현재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 과거에 어떤 활동들을 하셨나요.
"시사 독서 토론 동아리를 했었어요. 사회문제를 쉽게 청소년들에게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했던 동아리고 거기서 영주와 수연이와 친해져서 지금 하는 프로젝트도 같이 하게 됐어요. 공간 프로젝트라고 학교 공간을 바꾸는 프로젝트도 했었고, 대학교에서 '재학생을 통하여 본 지역 간 교육격차 경험 및 인식에 관한 질적연구'를 진행해 서울권과 충청권의 교육격차를 알아보는 연구를 했고, 또 주니어데이터 분석 교실도 가서 아이들 코딩교육도 했었어요"

▲ 지금 하는 활동들은요?
"지금은 다가치학교 학습코디네이터, 충북 청소년참여위원회, 보은 청소년참여위원회, 동그랑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요"

"지역사회 청소년과 청년의 네트워킹, 동그랑 프로젝트"

▲ 동그랑 프로젝트에 대해 소개해주시겠어요.
"지역사회에서 대학생의 길잡이 역할 아래 청소년이 중심이 돼서 지역사회와 관련된 팀별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사업입니다"

▲ 팀별 프로젝트라면 무엇을 말하나요?
"지역사회와 관련된 팀별 프로젝트란 '보은 공작소'와 '보은 서포터즈'가 있는데, 공작소는 디저트와 디자인으로 나눠서 보은과 관련된 대추 디저트나 굿즈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활동이고, 서포터즈는 지역사회와 관련된 관광 소재인 말티재, 삼년산성 등을 콘텐츠화해서 유튜브나 SNS에 업로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 동그랑이라고 이름을 지은 이유가 있나요?
"동네와 그랑을 합친 말이에요. 그랑이 순우리말로 세상을 동그랗게 어우러져 살자는 뜻이래요. 동네를 동그랗게 어우러져 살자는 의미로 팀원 중 아라(조예진)라는 친구가 지었습니다"

▲ 활동할 때 별명을 사용하시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이들이 저희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건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한다고 생각했고, 청년들과도 마찬가지였어요. 수평적인 관계를 추구하기 위해서 별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뭔가요?
"한국청소년활동진원회에서 공고가 하나 올라왔었는데, 청년들끼리 모여 청소년과 관련된 프로그램을 공모하는 것이었는데 청소년과 대학생을 연계해보면 어떨까 하는 의견이 나왔어요. 대학생이 알고 있는 것을 청소년에게 알려주고 봉사활동 시간을 받기도 하고 스펙도 쌓고, 청소년들은 배움을 받고 자기 주도적인 활동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했어요. 또 중요한 건 활동을 통해 지역의 청소년과 청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고 생각했어요. 더 나아가 지역사회의 홍보에도 도움이 되니 장점이 많았습니다"

▲ 네트워크가 왜 중요한가요?
"저나 제 친구들 같은 경우에 아는 언니, 오빠들이 없었으면 조언받기도 어려웠을 거예요. 진로, 학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하더라고요. 그래서 청소년들에게 저희가 그런 역할이 돼주고자 했던 거죠"

▲ 프로젝트에서 바라는 성과가 있나요?
"처음에는 청소년들이 지역사회를 사랑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시작했는데 이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어떤 문제들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음에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겠어요"

▲ 얼마 전 동그랑 프로젝트가 충북 청소년 정책제안대회에서 대상을 받으셨죠. 소감이 어떠세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그런데 원래는 참여할 생각이 없었어요. 마감 몇 시간 전에 참여했어요. 단체 이름으로 나가는데 혼자 이렇게 아등바등, 억울한 마음도 들었어요. 그런데 대상을 받고 나니까 청소년들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참여가 더 활발해지는 것 같아서 좋았어요. 또 다른 지역에도 시범사업이 진행되면서 저희 프로젝트가 더 알려지고 충북 전체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방향이 잡혀서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노력하면 바뀌는 게 느껴졌어요"

동그랑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다른 활동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강씨는 학습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다가치학교에 대해서 말해줬다. 다가치학교도 비슷하게 청소년과 청년이 함께 활동하는 것인데 강씨는 카페 창업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청소년들이 카페 창업과 운영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현재는 같이 고민해보고 실행하는 것인데 기획 단계에 있다고 했다.

▲ 예전에 청소년 기자단 활동을 하셨었죠?
"네 맞아요. 그것도 (지역 사회를 위한) 노력의 일부인 것 같아요. 기자단 하면서 보은군에 어떤 문제가 있고, 청소년은 어떤 문제를 겪고 있는지 느꼈어요. 그리고 그 문제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 문제를 저 혼자만 알고 있으면 바뀌는 게 없잖아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공감해야 문제로 인식하고 해결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기자단을 했던 것 같아요"

▲ 그 활동을 통해서 얻었던 점이 있을까요?
"노력하면 실제로 바뀐다는 것을 느꼈어요. 청소년참여위원회에서 카페를 운영한 적이 있어요, 처음에 청소년 공간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어서 정책토론회에 발표했던 적이 있는데, 거기선 받아들여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그걸 기사로 작성해서 사람들에게 알렸어요. 그러자 다문화가족센터에서 보시고 아시누리 카페 휴무일에 맞춰 청소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그래서 카페를 운영했는데 첫날에 80명 정도의 청소년들이 방문했어요. 청소년들이 이 공간을 그만큼 원했다는 것이 느껴졌고 노력하면 그만큼의 결과가 따라왔고 그래서 문제를 발견하면 해결하려고 하는 것 같아요"

▲ 보은군에 스터디 카페가 없었나요?
"있긴 한데, 중·고등학생이 조별 과제랑 수행평가도 많아졌어요. 그런데 카페에 가려면 인당 5천 원에서 6천 원씩 들잖아요. 매일 만나기엔 부담스럽고 다른 데서 보자니 그 당시 도서관은 시설이 좋지 않았어요. 만나서 떠들 공간도 마땅치 않았어요"

"청소년과 청년들의 목소리도 들어주세요"

강씨는 뜻밖에 자신과 맞는 학과로 진학했다. 처음엔 신문방송학과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로 진학하고 싶었는데 경쟁률이 너무 세서 비슷한 사회학과로 진학했다. 진학해보니 그와 너무 잘 맞는다고 느껴졌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느 정도 이론은 알고 있어야 하잖아요. 이론을 배우고 연구해보니 너무 재밌었어요. 사람들 만나서 면담하는 것도 좋았어요. 그래서 대학원을 진학하려고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지금 하는 대외활동들이 실습 경험이 되고 있죠"

▲ 나중에 무슨 일을 하고 싶으세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사회적 기업, 소셜 벤처에 가거나, 제가 창업을 할 수도 있고요. 아직 확실하게 미래에 대해 잘 모르겠어요. 그래서 여러 경험을 해보고 있어요"

대학과 꿈에 관해 이야기를 하니 보은군의 교육환경은 어떨지 의문이 들었다. 흔히들 '유학'이라며 고등학교 진학을 도시로 하는 경우를 종종 봤다.

▲ 타지역으로 고등학교를 진학하는 경우를 봤나요?
"제 주변엔 없었어요. 그런데 미술이나 음악 하는 애들은 서울로 학원에 갔어요. 입시 미술학원이나 음악 학원이 없으니까. 매일 서울로 왔다 갔다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죠"

▲ 지역에서 청소년이나 청년들의 입지가 많이 약한 편인가요?
"그렇죠. 아무래도 단체도 없고 활동을 위해 마련된 장도 없고 표도 안 되잖아요. 나설 사람도 없고 네트워킹도 안 돼 있어요"

▲ 지역 소멸 위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쩔 수 없는 문제 같아요.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아요. 어려운 것 같아요. 지역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게 마음이 아프죠"

▲ 인구가 줄어들지 않게 하려면 뭐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인프라가 필요하죠. 또 복지, 여가, 문화생활 다 필요하죠. 특히 교육 문제도 중요해요. 교육 시스템에 따라서 사회 진입할 때, 그 사람이 어디에서 살지 정해지는 것 같은데, 교육 기반이 없는 곳에서 어떤 부모가 자식을 키우고 싶겠어요"

▲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지역사회를 위해서 뭐라도 하려는 사람들을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도 마련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교육의 문제도 많이 생각해줬으면 좋겠어요. 요즘 부모님들 입시에 관심이 많잖아요. 보은군은 학생 수가 적어서 내신 얻기가 쉬운 거 빼고 입시에 크게 도움이 안 돼요. 다른 곳에 비해서 프로그램이나 교육의 질이 높은 것도 아니니까. 10대 청소년들이 여기 정착할 생각이 없는 거죠. 고등교육까지 12년 동안 받잖아요. 절대 무시하면 안 되는 기간이죠. 이 시점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청소년들을 붙잡으려면 그 기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또 저희가 나중에 아이를 낳았을 때 여기가 아이들을 키울만한 환경인지 고민될 것 같거든요. 노인 정책도 필요하지만 여기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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