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비빔밥(1)
(22) 비빔밥(1)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8.11 11:52
  • 호수 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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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우리는 쟁기로 논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으면서 호롱불 밑에서 바느질을 하고, 절구질로 곡식을 가공하여 생명을 유지하고, 각종 세시풍속을 통해 자연에 의지하고 살아오면서 많은 생활문화유산을 만들어 남겼다. 그러나 과학의 발달과 세월의 흐름 속에 조상들의 삶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생활문화유산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 속에서 보은에 남아있는 생활문화유산을 중심으로 되짚어 보면서 생활문화유산에 대한 이해와 재창조의 계기를 만들어 보기 위해 우리지역 '보은의 생활문화유산'을 게재한다.(편집자 주)

봄철에 뜯어말려 놓은 고사리, 취나물, 버섯, 도라지 등을 넣은 산채비빔밥.

비빔밥은 대한항공이 도입하여 최고의 기내식으로 찬사를 받으면서 막걸리와 함께 우리나라 전통고유 식품으로 이름을 날리는 조상들의 지혜와 아픔이 담겨져 있는 음식이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나 외국인들에게 조차 인기를 끌어 국내항공사 뿐만 아니라 외국 항공사도 제공할 정도로 인기가 있지만, 보은지방의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여름철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애환 어린 음식이자 자식들에게 참을성과 양보와 남을 배려하는 교육수단의 음식이기도 하였다. 큰 바가지나 찌그러진 양재기에 시커먼 보리밥 두어 사발 쏟아 붓고, 먹다 남은 겉 저리나 호박찌게, 가지나물을 쓸어 담고도 모자라 한 소쿠리의 상추를 두 손으로 뚝뚝 잘라 넣고 된장찌개 두어 국자와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비면, 숟가락을 들고 둘러앉은 7-8명의 어린 자식들은 이미 입안에 고인 침을 꼴깍 넘기며 엄마가'먹어'하는 소리를 애타게 기다린다. 그러나 식구는 많고 밥은 적어 이나마 마음껏 먹을 수 있는 형편이 아니다. 양푼이 바닥이 보이면 엄마는 배가 고파도 슬그머니 숟가락을 놓고 물만 들이 키고, 누나나 형들도 어린 동생들을 위하여 하나씩 수저를 놓는다.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먹는 비빔밥은 자신도 모르게 배고픔을 참는 인내심을 기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회성을 키워가는 음식이 된다.  이러한 비빔밥을 우리 조상들은 언제부터 만들어 먹었을까 ?  조선시대 임금님 수라(밥상)에는'흰수라, 팥수라, 오곡수라, 비빔수라'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아마도 고려시대부터 우리 조상들은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추정해 볼 수도 있다. 유래 또한 오랜 역사만큼이나 분분하다. 임금님의 궁중음식 설, 산신제나 동제(洞祭), 조상 제사 때 제물(祭物)을 빠짐없이 골고루 먹기 위해 만들어 먹었다는 제사 설, 섣달 그믐날 밤에 남은 밥과 반찬을 모두 쓸어 넣고 비벼서 밤참으로 먹으면서 새해를 준비하였다는 묵은 음식처리 설, 농촌에서 일을 하면서 들녘에서 밥을 먹을 때 밥을 준비하는 일손을  줄이기 위해 밥과 반찬을 섞어서 나누어 먹었다는 농번기음식 설 등이 있다. 이런 비빔밥은 현재까지도 화반(花飯)인 진주비빔밥, 전주비빔밥 그리고, 안동의 헛제사 밥이 명성을 날리면서 젊은 세대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으며, 2000년 남북정상회담 때에는 조화와 화합의 상징적 의미가 담겼다하여 정상들의 식탁에 오르기도 하였다. 또한 전국의 유명 사찰이 있는 입구에는 산채 비빔밥을 파는 식당들이 늘어서 산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건강 밥상을 제공하고 있다. 보은의 속리산 또한 법주사 가는 입구에'산채비빔밥 거리'가 조성되어 속리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봄철에 뜯어말려 놓은 고사리, 취나물, 버섯, 도라지 등을 듬뿍 넣은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팔면서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으며, '2022 속리산 신화여행축제'장에서는 천왕봉 1058m을 연관하여 1058명에게 맛있는 산채비빔밥을 제공하기도 했다.(▶다음 주 계속)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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