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위기 의성군의 청년정책, 지역 활성화 사례로 전국에서 주목
소멸위기 의성군의 청년정책, 지역 활성화 사례로 전국에서 주목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8.11 10:16
  • 호수 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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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농·창업 지원 및 교육여건 개선, 레저·문화·의료복지 확충으로 귀농 청년증가

출산율은 떨어지고 젊은 인구가 적은 보은은 상주인구의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청년들은 취업이나 대학재학, 군입대 등을 이유로 주소지만 보은에 두고 대부분 외지에 실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청년 한 명이 소중한 보물일 정도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청년 인구가 소중한데 보은 군정에서 청년정책은 매우 취약하다. 청년 관련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이에 근거한 보은군의 자체 사업이 없다. 인구가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 보은군과 같이 소멸위험 평가를 받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쳐 지역의 활력을 찾고 있다. 본보는 청년들의 정착으로 활력을 찾은 지역엔 그 영향력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서 보은군도 청년정책을 추진해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청년들에게 보은은 희망의 땅인가?
2. 괴산의 젊은 농부들 뭐하농에서 뭐하삽니까?
3. 공주시 원도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재생
4. 신안 안좌도에 몰려든 해적 청년들 작은 섬 들었다 놨다
5. 소멸위험 의성군 청년들은 이웃사촌 마을로 몰려든다

지방소멸 위험은 보은군만 겪는 문제가 아니다. 특히 대한민국 농촌지역은 어느 곳이든 자유로울 수 없다. 많은 지자체가 소멸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역의 미래를 담보할 대책으로 주목하고 있는 것이 바로 청년이다. 지역 청년의 정착과 외부의 청년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는데 지방소멸위험지역 1순위였던 경북 의성군은 선도적인 청년정책으로 외부의 많은 청년들이 지역으로 유입돼 살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 중의 한 곳이다.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성군의 다양한 청년사업들을 표기해놓은 지도.
전국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의성군의 다양한 청년사업들을 표기해놓은 지도.

청년정책 전담 TF팀을 만들어 청년정책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의성군청년발전기본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 청년정책계를 신설해 다양한 청년관련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중 안계면을 중심으로 펼치고 있는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은 지역을 활성화시키고 있는 사례로 전국적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2021년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농촌 정주여건과 인구감소문제에 대처하고 있는 정책이라며 국정감사 우수사례로 꼽기도 했다. 
1읍 17개면인 의성군의 인구는 7월말 현재 5만1천42명이다. 안계면은 의성읍과 대치할 정도로 읍 다음으로 인구가 많으며 서부지역 경제의 중심지이다. 과거 읍 승격을 내다볼 정도였으나 현재는 4천464명에 불과할 정도로 지역 세력이 약해졌다. 의성군이 서부경제의 중심지인 안계면을 살리기 위해 도입한 것이 바로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이다.
2019년 안계면 일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창업 등 일자리, 주거, 의료, 보육, 복지, 문화 등의 체계를 갖춘 의성군의 혁신적인 청년프로젝트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1천281억원(국비 268억원, 도비 225억원, 군비 626억원, 민간 87억원)을 투입해 △일자리 창출 △주거단지 조성 △생활여건 개선 △마을 공동체 강화 △청년 유입 등 5대 분야 40여개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안계면은 의성군이 청년지원조례에서 정하고 있는 청년의 나이인 만 19세 이상 만45세 이하의 인구가 2018년 972명에서 지난해 7월 기준 1천70명으로 98명이 늘었다. 면단위 작은 지역에 청년인구의 증가는 고령의 노인들이 대다수인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의성청년테마파크에 청년들의 커뮤니티공간이 조성됐다.

일자리 지원으로 청춘구 행복동에 젊은이 몰려
이웃사촌시범마을 등 의성군의 청년프로젝트는 청년들의 일시적 유입이 아닌 지역안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일자리를 창농 및 창업지원을 통해 창출하고 의료·문화·복지와 같은 생활여건 개선, 주민공동체를 강화해 청년들이 찾아오고 살고 싶은 지역으로 효과를 얻기 위한 정책이다. 이를 위해 도시청년 시골파견제를 비롯해 의성에서 시작해 전국에 퍼진 의성에서 한 달 살아보기(청춘구행복동·샛별탐사대·예술가 일촌맺기), 의성주민과 외지 청년이 팀을 이루는 시범마을 일자리 사업, 지역청년정착 활력화, 청년마을 창업가 육성사업, 청년창업 지역정착사업, 스마트팜 창농 및 교육생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다.
의성군에 따르면 지난 6월 말까지 이들 사업에 95개팀 140명의 청년들이 참여했는데 이중 81명이 외지에서 유입된 청년들이다.
청년 창농을 육성하기 위해 첨단온실 5동과 육묘장 등 7동을 갖춘 스마트팜을 조성해 청년농부를 선발해 딸기 재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은 매월 교육수당을 받으며 재배기술을 쌓고 이수기간이 끝난 후 의성에서 창농 할 경우 1억5천만원의 보조, 2억원의 저금리 농협대출을 연계해 지역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도시청년 60여명이 이 교육을 이수해 18명이 의성군에서 스마트팜을 창업했다고 한다.
또 교육이수자는 창농 전 1인당 보증금 500만원에 연 80만원의 임대료를 내면 최대 3년까지 스마트팜 500평을 임대받아 딸기를 재배할 수 있다. 농업기술센터 지도사 및 멘토 농민의 기술지도도 이어져 창업의 성공률을 높여주고 있다.
지난해 6월 스마트팜 창농 교육을 받은 후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석사출신 유원종(32, 경북 안동)씨는 "농대를 나왔는데 취업이 어려워 직접 창농을 위해 의성에서 창농을 위한 교육을 받게 됐다"며 "전공은 사과 등 과수 쪽인데 이 분야에서 소득을 얻으려면 최소한 3년은 지나야 하지만 딸기는 당년에 소득을 얻을 수 있어서 이곳에서의 농사 경험이 실제 창농 후 위험요소를 줄일 수 있고 무엇보다 기술센터와 농민 멘토로부터 심화지도를 받을 수 있는 게 큰 이점"이라고 말했다.
도시청년시골파견제 사업, 한 달 살이 사업은 자금과 기술, 연고가 없는 청년들에게 농촌생활을 경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제공이 되고 있다. 이후 청년들에게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도 제공해 창업으로 지역정착을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에 참여한 도시청년들이 수제맥주 공방, 파스타 가게인 레스토랑과 애견 수제간식 제품, 의성마늘소와 못난이 과일을 이용한 텍사스 바비큐와 소 개발, 영양보급형 연하식 제품, 로컬푸드 판매 등 창업을 해서 현지 거주를 하고 있다. 밤 8시만 돼도 거의 모든 상가가 불을 끌 정도로 인적이 거의 없었던 안계면엔 이들 청년들이 창업한 가게로 청년들이 몰리면서 밤늦게까지 가게가 운영되는 안계면소재지의 진풍경이 형성되고 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이서연(32)씨는 지난해 청년창업지원사업에 선정돼 의성에 정착한 경우다. 전국에서 신청한 62개 팀 135명에서 선발된 6개 팀 10명 중 한 명인 이서연씨는 의성군 전입이라는 지원조건에 맞춰 현재 의성읍에 이주해 살고 있다. 의성군으로 부터 2천만원의 창업자금을 지원받아 읍내에서 이모와 함께 '오밀조밀'이라는 비건 제과점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일 매진을 이어가고 있다. 의성마늘을 이용한 제빵, 의성 복숭아와 의성 자두를 이용한 음료도 의성 주민들은 물론 인근의 대구 안동시민들도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어 최근에는 엄마까지도 이주해 살고 있다. 의성 살이에 만족한다는 이서연씨는 오는 9월 개장 예정인 의성군 로컬푸드매장 입점도 예약해두고 있다. 도시청년에서 의성군민으로 확실히 옷을 갈아입은 것이다.

딸기농사를 짓고 있는 유원종씨.
광명시에서 이주해 제과점을 운영하는 이서연씨.
비어있던 여관을 개조해 청년들의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하고 있다.
창업과 거주공간을 확보한 창업허브센터.
창농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는 안계면의 이웃사촌마을 청춘가 주택단지
안계면에 있는 의성 군립 도서관. 청년들이 면지역에 거주해도 불편이 없는 기반이 되고 있다. 

주거기반 확충 청년들의 안정적 거주 지원
자금력이 없는 청년들의 의성정착을 돕기 위해 의성군은 주거기반 확충에 심혈을 기울였다. 이웃사촌시범마을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안계면 소재지에는 포스코가 사회공헌사업으로 기부한 5억원 규모의 모듈러 주택 18동이 완공돼 청년들이 입주해있다. 보증금 100만원에 월 26만원의 임대료만 내면 된다.
스마트팜 청년농을 위해서도 단지 내에 컨테이너 하우스 20동을 건립해 청년들이 거주하고 있다.
읍내에 있는 입주자 맞춤 창업공간과 기숙공간을 갖추고 있는 창업허브센터에도 청년창업자들이 거주하고, 장기간 비어있던 여관도 청년 게스트하우스로 리모델링해서 단기 거주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안계면 행복주택 및 국민임대 주택 140호 공사에 착공했다. 의성읍에도 공공임대주택 44호를 착공했는데 모두 2024년 준공예정이다. 저렴한 임대료의 안정적인 주거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이 같은 다양한 청년정책 등 의성군의 선제적인 행정은 도시 귀농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으로 손꼽혔다. 2020년에 이어 2021년 연속 귀농인 규모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의성군은 이외에도 청년들의 정주여건 확충을 위해 의료복지, 교육기반 확충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안계면에 국공립어린이집을 갖추고 초등 돌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돌봄 센터를 조성했다. 의료복지 개선을 위해 응급의료·소아청소년과·분만 산부인과 등 3대 필수의료체계를 확보했다. 출산보육강화를 위해 출산통합지원센터도 건립했다. 이 같은 행정력이 뒷받침으로 의성군은 지난 2020년 합계 출산율이 1.76명으로 전국 평균(0.92명)을 크게 상회하는 한 것은 물론 경북 23개 시군 중 1위를 차지했다.
올해 3월에는 안계면 전통시장 내에 거점시설인 안계행복플랫폼도 착공, 건축 중이다. 1층에는 시장점포와 보건지소가 들어선다. 2~3층에는 공유부엌, 공유오피스, 창작 작업실과 청년창업점포 6개소, 놀이 공간, 대공연장, 데크 마당, 옥상정원 등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 공간이 조성된다. 올해 5월에는 행정안전부가 공모한 스마트타운 조성사업에 전국 21개 지자체 중 '청년 정착 의성 이웃사촌 디지털타운 구축사업'이 선정됐다.
이 같은 의성군의 의욕적인 청년정책은 소멸위험지역 1위라는 암울한 꼬리표를 떼고 청년인구가 증가하는 지역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의성군 이광대 청년정책계장은 "외부청년들과 지역주민들에게 일자리·주거 지원과 아울러 의료·돌봄 등 인프라 확충·제공을 통한 생활 여건을 개선한 결과, 외부청년 유입과 지역정착으로 이어져 지역 활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청년창업 참여자들이 정상운영으로 지역에 정착하도록 관리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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