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로 여행왔다가 일하는 곳이 되고 눌러 사는 청년들
공주로 여행왔다가 일하는 곳이 되고 눌러 사는 청년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7.21 09:46
  • 호수 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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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만의 색깔 담으며 요즘 세대들이 관심가질 컨텐츠가 있는 매력도시로 만들어

출산율은 떨어지고 젊은 인구가 적은 보은은 상주인구의 급격한 노령화가 진행되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청년들은 취업이나 대학재학, 군입대 등을 이유로 주소지만 보은에 두고 대부분 외지에 실거주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청년 한 명이 소중한 보물일 정도다.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는 청년 인구가 소중한데 보은 군정에서 청년정책은 매우 취약하다. 청년 관련 조례는 제정돼 있지만 이에 근거한 보은군의 자체 사업이 없다. 인구가 경쟁력으로 주목을 받는 시대 보은군과 같이 소멸위험 평가를 받은 다른 지자체의 경우 다양한 청년정책을 펼쳐 지역의 활력을 찾고 있다. 본보는 청년들의 정착으로 활력을 찾은 지역엔 그 영향력이 어떻게 나타나고 있는지 살펴서 보은군도 청년정책을 추진해 청년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지역으로 거듭나도록 방안을 모색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보도순서
1. 청년들에게 보은은 희망의 땅인가?
2. 괴산의 젊은 농부들 뭐하농에서 뭐하십니까?
3. 공주시 원도심 사람들이 북적이는 곳으로 재생
4. 신안 안좌도에 몰려든 해적 청년들 작은 섬 들었다 놨다
5. 소멸위험 의성군 청년들은 이웃사촌마을로 몰려든다

공산성이 있는 공주시는 백제의 수도로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이다. 고층 건물이 없는 원도심은 중심 하천인 제민천을 사이에 두고 형성돼 있다. 특히 충청감영 주변의 원도심에서는 5층 이상의 아파트나 빌라건물도 발견되지 않는다. 주택들은 1950년~1980년대에 지은 구옥이 오래된 상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했어도 지붕이나 창틀, 담장, 대문을 바꾼 정도이고 실내는 생활하기 편한 입식으로 바꿨을 정도다.
리코델링한 구옥은 책방으로 만들어지고, 식당으로 개조되고, 커피숍이 들어서 있고 미술관으로 개조됐다. 단 몇 시간 만에 휙 돌아보고 떠나는 것이 아쉬우니 하루, 이틀 더 머물며 공주 구도심 곳곳을 찬찬히, 자세히, 샅샅이, 꼼꼼하게 구경하고 싶은 곳이다.
이렇게 원도심으로 관광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는 데는 공주를 여행하며 매력에 빠져 머물다 정착한 청년들의 역할 크다.

자산화법인에서 매입한 구옥을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한 것이다.

옛날에 하숙치던 노인들이 유입된 청년들을 하숙생처럼 품어
옛 도청이 있었던 공주시는 행정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일찍이 신학문을 수용했기 때문에 각종 근대 교육기관이 설립된 교육도시이다. 충청남도 감영자리인 현재의 공주사대부고를 비롯해 약 11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명중고등학교는 유관순 열사가 다녔던 학교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거출신인 박찬호를 배출한 공주중학교 등 100여년 전에 생긴 10여개의 학교가 아직도 운영되고 있다. 이후 국립 공주대학교와 공주교육대학교도 생기면서 공주시는 충남권의 교육도시로서의 굳건한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교육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그러나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구가 집중하고 학벌과 직업이 중요한 가치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지방 도시들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공주 역시 상황은 같았다.
공주시는 원도심인 제민천 일대를 중심으로 도시재생을 시작했고 하숙 문화가 꽃피웠던 반죽동 일대는 체류형 관광사업을 육성했다. 그 덕분인지 과거와는 다르지만 공주스러운 활력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이 공주시 관계자의 말이다. 자유도 청년마을 등 청년들이 유입돼 공주만의 색깔을 담으며 요즘 세대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콘텐츠들이 발전해 원도심은 활력을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공주사대부고 등 원도심에는 예전부터 대학교와 중고등학교가 밀집돼 있어 하숙을 치던 집이 많았다고 한다. 지금은 기숙사와 원룸 자취로 인해 청소년, 청년들에게는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겠지만 7080세대에게는 남의 자식을 제 자식처럼 품어 질풍노도의 시기인 청소년기를 보내게 했던 곳이어서 하숙집 아주머니의 포근함을 갖고 있다.
공주시 청년마을 자유도를 운영하는 퍼즐랩의 권오상 대표는 오랜기간 외지의 어린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숙을 했던 경험과 그들의 자식들도 하숙문화를 접했던 세대여서 외지의 청년들을 이방인으로 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봐주며 품어주는 것 같다는 것.
공주 원도심에 청년문화를 조성하며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던 것은 공주시민들에게 내재된 하숙문화 덕이 있었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청년마을 자유도를 운영하는 퍼즐랩 대표 권오상씨<br>
청년마을 자유도를 운영하는 퍼즐랩 대표 권오상씨

공주청년마을 다양한 문화콘텐츠로 청년 유입
퍼즐랩 대표인 권오상씨가 공주시 마을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18년경이다. 경기도 관광공사를 그만두고 공주시 봉황동에서 운영한 한옥 게스트 하우스에 묵는 손님들이 간단한 일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원했는데 숙소에는 마땅한 곳에 없었던 것. 그래서 인근 건물의 작은 사무실을 빌려 공유오피스를 꾸미면서 동네 사람들과 연결하는 일을 시작했다.
공유오피스는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의견을 나누는 협업공간이다. 즉 '따로 또 같이' 커뮤니티를 형성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이를 계기로 동네에 좋은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좋은 책방이 있으면 좋겠다, 좋은 갤러리를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발전했고 마을사업을 하는 ㈜퍼즐랩을 만들었다.
옛 하숙집을 리모델링한 청년 공유숙소를 만들어 일시적인 청년들의 주거 고민을 해결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또 청년들과 지역 주민의 교류의 장인 교육장도 운영하고 있다. 전시, 이벤트 팝업스토어 등 청년들의 상상력을 실현해볼 수 있는 청년 팝업 공간도 운영하고 있다. 팝업공간은 간판이 없어 발견하기 쉽지 않다. 최근에는 자산화법인을 통해 구옥을 확보, 미술관으로 리모델링했다.
권오상 대표는 "공주시는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거비와 초기 투자비용이 저렴한데다 주변의 다른 지역보다 예술·문화 공간이 많고 개인들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주민들과 시니어들이 존재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원래부터 잘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준비가 덜 됐거나 자본이 모자라 그 일에만 온전히 집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연히 공주시에 자리를 잡아 크게 성장한 자신들의 사례들을 확산시키기 위해 퍼즐랩은 청년마을 '자유도'를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자유도의 모든 사업은 느슨한 커뮤니티 속에서 이뤄진다. 즉 좁은 지역 사회에서는 흔히 학연·지연·혈연 중심 네트워크로 인해 청년들이 피로감을 갖게 되고 지역 공동체 안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어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는 것을 방해한다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느슨한 연대 속에서 청년과 주민이 자유롭게 각자의 관심사에 맞는 새로운 공간과 모임, 프로젝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커뮤니티 디자인을 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철학으로 퍼즐랩은 '자유도' 청년마을에 참여하는 청년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각자의 상황에 맞게 다양하고도 단계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마을에서 가볍게 머물며 자신의 일을 하는 4박 5일 간의 '워크스테이 프로그램', 마을에서 가능한 활동을 2박 3일간 체험할 수 있는 '지역 체험 프로그램', 3주간 지역에서 자신의 역할을 발견하는 '지역살이 프로그램', 전문성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일과 프로젝트를 마을에서 직접 디자인해보고 실험해보는 '로컬 디자인 프로젝트' 등이 있다.
퍼즐랩이 기획한 이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권오상 대표는 말했다. "여기서 바로 정착할게요!"라기보다는 "아, 여기서 생활해보니까 지방에서 살아도 살아지겠구나. 살만 하구나."를 많이 느끼고 간다는 것.
이같은 긍정적인 반응들이 외지의 청년들이 공주시로 유입되는데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퍼즐랩의 공유오피스다. 다양한 분야에서 독립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청년과 지역이 상생하는 퍼즐랩
공주시 청년마을 자유도를 운영하는 ㈜퍼즐랩은 공주 원도심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기반의 지역 관리회사이다. 퍼즐랩은 공주시 청년마을 '자유도'를 통해 먼저 정착한 지역청년들이 새롭게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다양한 창업·창작 경험을 밀착 전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권오상 대표는 회사명을 퍼즐이라고 지은 것에 대한 의미를 설명했는데 "마을의 토박이 주민들과 이주민들 모두 퍼즐이예요. 저희는 퍼즐을 이리저리 맞춰 지역의 여러 가능성을 생각하는 것이죠. 주도적으로 마을을 설계하는 일과는 달라요. 저희도 언제 어떤 퍼즐 조각이 나타날지 모르거든요. 맞춰보다가 빈 곳이 생기면 그 자리에 맞는 퍼즐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고요. 생각지도 못한 퍼즐이 나타나면 마을이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그러면서 "이곳에 퍼즐이 계속 유입되는 것은 공주 원도심 공간을 지키고 가꿔온 원주민들의 힘"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과거에 학생들이 묵던 하숙집이 많았던 동네는 마을밖 청년들을 반갑게 맞이하는 분위기이고 외지인들이 들어와서 벌이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너그럽다는 것.
터줏대감 상인들은 새로운 모임이나 가게가 생길 때마다 손님들에게 홍보를 해준다. 그래서 퍼즐랩 역시 원주민들의 생활방식을 깨지 않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활동한다. 주민들이 하는 대로 제민천변을 달리거나 어르신들이 타는 자전거와 똑같은 자전거를 구해 느리게 타고 다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똑같은 사람을 만나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지역 속으로 녹아든 것이다.
"청년들이 공주에 정착하지 않더라도 현재 살고 있는 청년들과 연관된 관계인구를 늘리는데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한 권오상 대표.
"사람들은 꼭 도시가 아니더라도 이곳에서 내가 창의성을 뿜어낼 수 있다, 자극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를 받으면 그게 소도시여도 충분히 호감을 갖고 모여요. 지금은 SNS로도 그 신호를 발신할 수 있는 세상이잖아요. 이 공간이 얼마나 열려있는지, 얼마나 많은 기회가 있는지를 알려준다면 대도시보다도 훨씬 매력적인 곳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4년 전 공직을 그만둔 그가 왜 공주에 정착했는지, 그리고 청년들이 왜 공주로 몰려드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보은은 청년들이 호감을 갖게 하는 지역인지, 기회의 땅인지 찾은 대답이 궁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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