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대 그리고 나눔
환대 그리고 나눔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7.07 09:22
  • 호수 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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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윤이(보나팜영농조합법인 대표, 대원리)

오랜만에 초등학교 친구들을 만났다. 연락이 끊길 만하면 어찌어찌 다시 연락이 되고, 다들 멀리 살아서 자주 못 보다가도 미국에 잠시 나가 있는 친구가 한국에 들어오면 만나곤 한다. 멀리 인천에서, 이천에서 2-3시간 운전해서 보은까지 와주었다. 함께 산책길을 걷고, 맛있는 점심을 같이 먹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 나누다 보니 금세 5-6시간이 흘렀다.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친구가 있어서 친구들은 오후 늦게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보나팜에서 생산하는 유정란과 쌈채소, 양파 등을 챙겨주었다. 솔직히 다른 지인들보다 많이 못 챙겨주었는데 친정에 왔다 간 것 같다는 친구들의 메시지를 받았다. 비록 오가는 시간에 비해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로의 삶을 응원하고, 힘든 상황에 있는 친구를 염려하고 위로하는 시간이었기에 감사하고 따뜻한 시간이었다.

가끔 우리집에 방문하는 지인들이나 친구들이 오면 나는 먼저 무얼 챙겨주어야 하나 고민을 한다. 때에 따라서 장류나 기름, 다른 농산물이나 유정란, 쌈채소 등을 싸주는데 다들 친정에 왔다간 것 같다는 말들을 한다. 친정에 가면 친정엄마가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싸주려고 애쓰는 것처럼 느껴졌나 보다.

나는 우리집에 오신 손님들에게 뭔가를 나눠줄 수 있어서 좋다. 특히 시골에 사니까 직접 농사지은 건강한 농산물들을 나눌 수 있어서 감사하다. 상대방의 건강을 생각하며 챙긴 건강한 먹거리이니 더 의미가 있다. 물론 나도 친구들이나 지인들에게서 마음이 담긴 선물을 종종 받을 때도 많다.

세상은 각박해지고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늘어가는 만큼 현대사회는 개인주의화해 가고 있다. 다른 사람 신경쓰지 말고 내가 원하는 대로 살아가라고 외치는 시대다. 그러면서도 한 편에서는 자신의 힘든 마음을 나누지 못해 힘들어하고, 외로워하고, 심지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한국의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1위, 노인 자살률은 세계 1위라니 얼마나 놀랄 만한 일인가? 또 혼밥, 혼술, 혼영, 혼행, 1인 가구, 나홀로족 등 함께하기보다 혼자 밥 먹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여행하고, 혼자 스마트폰을 보며 나홀로 문화 소비 패턴을 보이는 MZ세대들이 얼마나 많은가?

내 공간 안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불편한 시대가 된 것이다. 모든 것이 나 중심의 사회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편할 수도 있지만 한 편으로는 외롭고 힘든 것이다.

“사람이 온다는 건 /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 그는 / 그의 과거와 / 현재와 / 그리고 /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 부서지기 쉬운 /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 마음, /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정현종의 시 ‘방문객’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방문객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가 나의 방문객이 될 수도 있다. 그럴 때 부서지기도 하고 부서지기 쉬운 상대의 마음과 시간까지 더듬고 보듬으며 만났던가? 온 마음으로 환대하며 바람처럼 그 사람을 안아주었던가?

생각해보면 마음을 나눈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수 있다. 상대의 말에 공감해주는 따뜻한 한 마디, 토닥토닥 어깨나 등을 두드려주고, 말 없이 안아주고, 상대방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정성껏 포장해 선물을 나누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옆에 있어주는 것, 비가 올 때 우산을 들어주는 것, 함께 추억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를 꺼내 나누는 등 마음을 나누는 일은 큰 돈을 돌이지 않아도 되는 일들이 많다.

언제 보아도 반가운 친구들이 있다는 것, 언제든 시간을 내어 소소한 일이라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옆에 있다는 것, 언제든 힘들면 힘들다고 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지인들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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