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인건비 농민들이 봉기해야할 판
치솟는 인건비 농민들이 봉기해야할 판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6.16 10:02
  • 호수 6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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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인력에 농민들 끌려다니는 처지, 갑을 관계 바뀐 것 같다
농사 더 늘리는 건 꿈도 못꿔 다 포기하고 1천평 정도 지을까 고민

지난 6월 1일 지방선거 투표날 유권자의 표심과 당선자들에게 바라는 점이 무엇인지 민심을 탐방했다. 성별 연령 관계없이 무작위로 투표소에서 만나는 주민들과 인터뷰를 했는데 농업군인 지역적 특성상 농민 접촉이 가장 많았다.
농민들은 이구동성으로 바라는 점이 인력 문제 해결은 꼽았다. 농민들은 "사람이 없어서 농사를 못 짓겠다, 인건비가 천정부지로 올라서 농사를 지어도 남는 게 없다. 농지 다 처분하고 둘이 지을 수 있는 1천평 정도만 지어야겠다"며 내쉬는 한숨에 땅이 꺼질 정도였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고 시장에 맡겨두고 있는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을 쏟아냈다.
"인건비 오르지, 비료값 올랐지, 기름값 오르지. 농민들이 농사를 지을 수 없는 형편이다. 농민들이 봉기해야할 판이다. 타들어가는 심정을 누가 알겠나" 한숨을 내쉬는 농민들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삼승면 원남리에서 만난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5천600평 사과나무 전지에 들어간 인건비만 500만원이나 된다"고 말했다. 사과농사 5천평을 짓는다는 또 다른 농민은 전지에서부터 꽃따기, 적과, 수확까지 100명이 소요되는데 평균잡아 1천200만원 이상이 외국인 인력의 인건비로 나간다고 말했다. 이 농민은 "지난해 상자당 평균 3만원에 공판장에 냈는데 사과 4, 500박스 값이 고스란히 외국인들에게 들어간 것인데 올해는 인건비가 올라서 더 많이 나갈텐데 찬 농사지을 맛이 안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농민들에 따르면 올봄 3월, 4월 여자 인건비가 10만원에서 11만원으로 올랐고, 5월말부터 12만원으로 올랐으며 남자는 14만원에서 16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농민들은 "인건비가 올라도 인력이 많으면 좀 나을텐데 사람이 없으니까 인력을 확보할 마음에 웃돈을 얹어줘서 그것이 인건비 상승을 부추기는 상황으로 이어진다"고도 지적했다.
실제로 사과봉지 씌우기는 씌우는 대로 인건비를 받는데 보통 장당 60원씩 했는데 올해 일부 농가가 장당 70원씩에 인력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즉 보통 하루 4천장 정도 봉지를 씌우는데 장당 60원씩 치면 하루 24만원을 받아가는데 70원씩 하다보니 하루 28만원이 나간 것.
또 보은과 가까운 화령, 상주지역의 포도농가는 보은보다 2만원 가량 더 많이 준다고 하니까 보은의 외국인 인력들이 화령, 상주로 빠져 나가면서 인건비가 비싼 곳으로 몰려 보은에 인력이 그만큼 적어져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베트남 사정을 잘 안다는 한 농민은 "베트남 노동자의 한 달 월급이 24만원 가량 되는데 한 달 월급을 하루에 벌어가는 것"이라며 농민이 봉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농업인력의 문제점은 정부가 추진한 공공근로, 기간제 근로자 제도에도 일정종도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공공근로, 기간제 근로가 농업일손 싹을 마르게 했다는 것. 즉 과거에 농촌에서 일자리는 일명 농사일로 품을 파는 것이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한국사람은 농업현장 일은 아예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돼 있고 기간제나 공공근로 자리만 찾는다며 정부의 농업인력정책 실패를 지적하기도 했다.
농민들이 지적하는 인력문제는 또 있다. 외국인 인력들이 일거리를 골라서 간다는 것.
산외면 가고리에서 만난 농민들은 "인력회사가 생겼던 초창기에는 우리인력 좀 써달라고 사정을 했었고 사람 몇 명만 보내줘 하면 바로바로 인력을 확보할 수 있었고 무슨 일에 투입할 건지도 물어보지 않았는데 지금은 사람 좀 보내달라고 사정해야 하고 그래도 필요인력 확보도 어렵고 무슨 일을 하느냐 부터 묻고 또 외국인 인력도 일이 힘들다고 생각하면 아예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외국인 인력들 사이에서 자기들끼리 어느 집의 대우가 좋고, 또 무슨 작목의 일이 어렵고 쉬운지 소문을 내서 인력확보가 여간 까다로워진 게 아니다. 일례로 담배농사의 경우 고소득인데 일이 어려운 것으로 소문나 인력확보의 어려움으로 농사짓기 힘든 상황이다.
그래서 담배농사를 짓는 농민 중에는 담배농사는 고소득 작물이라 지을만하지만 인건비도 많이 올랐고 힘들다는 소문으로 인력확보도 어렵게 되자 폐작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가고리 인근 5개 마을 주민들로부터 농지를 임대해 3만여평의 농사를 짓고 있다는 한 농민은 외국인 인력 확보도 어렵고 인건비도 오르고 이제 힘들어서 농사도 못 짓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자기들이 없으면 농사 못 짓는 걸로 안다. 갑과 을이 바뀐데다 12만원이나 14만원 주더라도 그만큼의 값어치를 해야 하는데 점점 더 일의 능률이 안 나는 걸 알면서도 외국인 인력을 쓸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인건비 오르지, 비료값, 기름값은 오르는데 농민들 수중에 들어오는 농산물 가격은 낮아 농사에 대한 의지가 꺾인다. 농민들이 봉기해야할 상황이다"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의 토로. 현안으로 떠오른 농업인력의 문제점을 민선8기에는 해결해줄까 농민들은 보은군청만 하염없이 바라본다.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는 농민들에게 닥친 이같은 절박함. 방관하면 그 여파는 지역 전체에 미친다. 정책을 수립해 집행하는 위정자들의 발빠른 대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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