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만남
사람과의 만남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6.16 09:12
  • 호수 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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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생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다. 관계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알아가고 이해하며 협력한다. 때론 대립하고 갈등하며 경쟁 속에 살아간다. 신영복 선생님은 “사람의 준말이 삶이며 우리의 삶은 사람과의 만남이고 우리가 일생 동안 경영하는 일의 70%가 사람과의 일이다”라고 말씀하셨다.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의 삶을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들어 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삶인 것이다.

홀로선 존재라고 해도 반드시 누군가와는 연결되어 있고 함께 할 수밖에 없다. 누군가를 만나게 되고 관계가 형성되기까지 여러 요소가 서로의 마음의 문을 여는 작용을 한다. 어떤 식으로든 접점을 찾아 관계 형성의 수월함과 인연의 깊이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당연히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궁금한 게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이, 학력, 직업, 고향 등등을 물어보며 사소한 공통점이나 공동의 관심사를 발견해 내려고 한다. 만남의 깊이는 그런 것들로부터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 보이는 그런 포장이 얼마만큼의 신뢰와 믿음으로 전해져 참된 만남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굳이 묻지 않고 말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좋은 친구가 되고 든든한 동행이 될 수 있다.

새로운 만남과 인연을 만들며 멋진 삶을 경영하려 한다면 상대방의 나이는 몰라도 된다. 투자와 기부에 대한 철학과 행동의 일치뿐 아니라 강연도 함께 다니며 바늘과 실처럼 밀접한 관계 속에 30년 넘게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는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나이 차는 25세이다. 이 둘은 행복의 가치를 돈이나 성공보다는 관계에 두고 있다. 이들에게 나이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 유비는 초야에 묻혀있는 제갈량을 불러내기 위해 세 번이나 그의 오두막을 찾아가는 정성을 보였다. 그때 유비의 나이는 마흔여섯이고 제갈량은 스물여섯이었다. 삶의 영감을 나누고 뜻을 함께 하는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 나이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나이의 많고 적음이 그 사람의 인격이나 도덕성, 사회적 기여도나 정신적 성숙도를 말해 주지 않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명제는 명쾌하다.

학력은 중요하지 않다. 진정한 친구가 되는 데 상대방 학력의 높고 낮음은 무의미하다. 공부를 많이 했다고 인품이 뛰어난 건 아니다. 명문대를 졸업했다고 똑똑한 건 더더욱 아니었다. 학위의 높음과 현명함과도 거리가 멀다. 무학의 학력이라도 삶의 치열한 경험 속에 사람의 도리를 깨우치고 더불어 사는 세상의 가치를 실천하며 공동체를 풍요롭게 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세상 사는 이치와 도리는 주입과 암기 위주의 맹목적 줄 세우기 교육이 담을 수 있는 영역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세상살이의 가치와 지혜로운 삶의 길을 인도해 줄 친구는 저 멀리 높은 곳에 있지 않았다.

직업은 그 자체로 값지다. 직업에 귀천은 없고 직업으로 규정되는 신분도 없다. 무슨 일을 하든 신성한 노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면 된다. 무수히 많은 직업이 생겨나고 그 하나하나의 역할이 중요해진 지금 그 사람의 하는 일로 관계 맺기의 틀을 재단하려 해서는 안 된다. 세상 모든 일에는 그만큼의 가치와 의미가 있고 내가 만날 누군가는 그 신성한 노동의 한 축을 든든히 받치고 있는 존귀하고 고마운 사람이다. 소중한 땀의 의미와 노동의 가치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준 진실한 사람과의 만남은 그 자체로 축복이다.

모든 사람의 가치는 같다. 좋은 사람, 마음 맞는 사람, 지혜로운 사람을 만나는 데 걸림돌이 되는 요소들을 과감히 버리자. 있는 그대로 바라봐 주고 존중해 주며 사랑해 주는 사람과의 격의 없는 만남은 얼마나 신비롭고 설레며 풍요로운가. 사람이 삶이기에 만나고 부딪치는 삶 속에서 좋은 사람을 만나기도 부족한 시간이다. 편견과 선입견과 왜곡된 틀에 갇혀 나무 같고 바람 같고 햇살 같은 사람을 놓치지 말자. 물과 같고 산과 같은 사람을 곁에 두자. 누군가에게 서로 그런 존재가 되어 함께 가는 삶은 저절로 풍요롭고 행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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