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 선거 뒤 소감
지방자치 선거 뒤 소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6.09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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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향토문화연구회 회장 최 규 인

지방자치 선거가 끝났습니다. 가뭄과 앞당겨 찾아온 더위 탓에 선거 열기가 뜨거우면서도 한 편으론 건조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또 보은군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선자에게는 축하와 기대를, 낙선하신 분들께는 위로와 아쉬움을 전합니다.
보은군은 인구 3만의 농촌 지역입니다. 그래서 이곳에서 평생을 살다 보면 정당과는 상관없이 지방자치 선거에 출마하는 분들과 밀접한 인간관계를 맺게 됩니다. 그런데 실제 선거 상황이 전개되면 '정당공천'이라는 장애물이 나타나서 유권자로서의 자유롭고도 순수한 선택이 방해받게 됩니다.
특히 '공천통과 즉시 당선'이라는 예측이 강하게 작용했던 이번 군수 선거에서는 후보자들이 공천에 과도하게 몰입함으로써 후보자 입장에서는 무리하게 되고, 군민 전체의 입장에서는 정당 편 가르기에 휩싸이는 후유증을 걱정해야 할 지경입니다.
사실 농촌지역에서 당비를 자발적으로 꼬박꼬박 내면서 세칭 '진성 당원'이 되어 특정 정당의 경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것이 그렇게 쉽고 일반적인 일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지역 언론에 보도된 것을 보면 인구 3만의 보은군에서 약 4천 7백 명의 유권자가 특정 정당의 진성당원이 되었고 그중에서도 2천 5백 명 정도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는 것은 참으로 놀라운 일입니다. 그래서 일부 군민들께서는 이러한 기이한 현상의 배후에 대해 궁금해하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기도 합니다.
어쨌든 6월 1일 지방자치 선거는 보은군에서는 별다른 사건이나 사고 없이 순조롭게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정당공천으로 인하여 선택의 폭이 좁혀진 선거판에서 어쩔 수 없이 주권자의 권리를 행사해야만 했던 유권자의 한 사람으로서 아쉬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두 가지 개선책을 제시해보고자 합니다. 첫째, 정당공천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지사와 도의원 그리고 비례대표의 경우에는 정당공천의 필요성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군수와 군의원의 경우에는 정당공천 자체를 폐지하는 것이 풀뿌리 민주주의라는 지방자치 본래의 취지에 더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둘째, 군의원의 경우는 선거구별로 책정된 의원 수만큼 선택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선거법이 개정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의원 3명을 뽑는 보은군 가 선거구에서는 3명의 후보에게 기표할 수 있고 2명을 뽑는 나, 다 선거구에서는 2명의 후보에게 기표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지금보다도 더 민의(民意)가 충실하게 선거에 반영될 것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이 모두 낙선했습니다. 과연 그 후보들의 자질과 품성이 공천받은 후보들에 비해 부족해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필자 개인의 생각으로는 민의가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선거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본래의 취지에 충실하지도 못하고 제대로 민의를 반영하지도 못하는 현행 지방자치 선거제도, 그중에서도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에 대한 정당공천 제도는 즉각 폐지되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제까지 대다수 유권자는 선거 때가 되면 누구를 지지할까에만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유권자와 후보자 모두에게 꽃의 향기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선거판 자체가 공평해야 합니다. 기대 정당의 기득권 유지에만 유리한 지금의 불합리한 선거제도 아래서는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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