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히 선서합니다
엄숙히 선서합니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5.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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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세상엔 무수히 많은 직업이 있다. 자신과 가족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이 있고, 공동체와 사회를 위한 공익적이며 투철한 봉사 정신이 동반되는 직업도 있다. 무슨 일, 어떤 직업을 선택하든 거기에 맞는 기능과 책임이 요구된다. 모든 일에는 그 일에 맡는 임무가 주어진다. 그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권한과 능력을 발휘하되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다짐을 받는다. 일종의 사명이다. 
얼마 전 대통령 취임식이 있었다. 모든 걸 떠나 한 가지만 부탁하고 싶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헌법 제69조에 명시된 대통령 취임선서이다.
모든 국민 앞에서 엄숙히 선서한 그 약속만 지켜달라는 것이다. 헌법을 유린하고 헌정질서를 파괴하며 국가를 위기에 빠트리지 말기를, 대북 강경책과 위협 정책으로 전쟁위기를 조성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모든 국민을 동등하게 대우하며 자유와 복리의 수혜자를 편견과 갈라 치기를 통한 갈등과 반목의 대상으로 삼지 말기를 바란다. 민족문화 창달의 역사적 사명을 위해 편향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배격하고 자본의 종속을 거부하여 신명나는 대한민국을 만방에 떨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과도한 기대임을 알지만 어쩌겠는가. 선진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인데 선서의 의미를 되새기며 나라와 국민을 도탄에 빠트리지 않기만을 부탁한다
국회의원들도 당선이 되고 국회가 열리면 개원식에서 모두가 기립하여 선서문을 낭독하고 서명한다.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 대통령 취임선서와 묘하게 닮았다. 대통령은 행정부의 수반이고 국회의원은 법을 만드는 입법부의 구성원으로 국민을 대표한다. 그만큼 책임과 의무 또한 막중하다. 수준 미달, 무개념, 이해충돌의 파렴치한 국회의원 일지라도 아직 임기가 2년이나 남았다. 남은 시간만큼은 처음 의정 단상에 서서 힘차게 낭독했던 선서문을 주문처럼 읊조리며 제 역할을 다하는 심부름꾼이 되기를 당부한다.
검찰 수사권 완전히 배제라는 검찰개혁의 시대적 과제가 미흡하지만 의결되었고 4개월 후 시행된다. 국회의원과 마찬가지로 검사들도 존경받고 신뢰받는 직업이 아니다. 스스로 그렇게 만들어 왔다. 자신들에게 부여된 막강한 권한을 오직 자신의 영달과 조직의 이익을 위해서만 행사해 왔다. 그런 그들도 초임검사 임용 시 선서를 한다. "(전략) 공익의 대표자로서 정의와 인권을 바로 세우고 범죄자로부터 내 이웃과 공동체를 지키라는 막중한 사명을 부여받은 것입니다. 나는 불의의 어둠을 걷어 내는 용기 있는 검사, 힘없고 소외된 사람들을 돌보는 따뜻한 검사,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한 검사,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로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국민을 섬기고 국가에 봉사할 것을 나의 명예를 걸고 굳게 다짐합니다."
그냥 일반 국민이 읽어 봐도 가슴 벅차고 용기가 샘솟으며 마음이 따뜻해진다. 진실만을 파헤치는 공명정대한 정의의 사도로서 자신에게는 가혹하리만치 엄격한 검사가 되고자 다짐하고 다짐하며 직분을 수행하지 않을 수 없을 듯하다. 이마저도 지키기 어렵다면 딱 두 가지, 불의의 어둠을 걷어 내는 용기와 스스로에게 더 엄격한 바른 검사만이라도 되기를 호소한다.
사람의 생명과 건강을 수호하는 의사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 공식적으로는 아닐지라도 누구든 새로운 출발선에서 각오를 다지고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자기만의 선서를 한다.
선서는 약속이다. 다짐이고 사명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답게,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답게, 검사는 검사답게, 의사는 의사답게, 나는 나답게 자신의 본분을 지키며 주어지고 맡겨진 책임과 의무를 다할 때 모두에게 존중받고 사랑받게 된다. 그리 길지도 어렵지도 않은 선서문을 가슴에 품고 사는 대통령과 국회의원과 검사를 기대한다. 6월 지방선거 이후 군의 살림과 군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군수와 군의원들도 각자의 선서를 가슴에 품고 본연의 책임과 의무를 성실히 수행하는 선량이 되리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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