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12시 점심시간에 노인대학 입학식…꼭 이렇게 해야 하나
낮 12시 점심시간에 노인대학 입학식…꼭 이렇게 해야 하나
  • 송진선
  • 승인 2022.05.15 21:01
  • 호수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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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기간 근무시간에 행사 참석 못하는 군수 때문에 무리하게 입학식 추진

보은군이 단체 등에 예산을 지원해 위탁 운영하고 있는 읍면 노인대학 입학식을 점심시간인 낮12시에 개최하고 있는 가운데 선거기간 군수의 금지행위를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보은군은 올해 주민복지과 본예산에 민간경상사업 보조금 보은군노인복지대학 운영비로 읍 3천700만원 등 총 2억7천945만5천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는 2020년 2억3천38만8천원 대비 4천907만7천원이 증액된 금액이다.

그동안 보은군은 코로나19에 따른 정부의 방역수칙에 의한 거리두기 강화 및 집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 발동으로 2020년과 2021년에는 노인복지대학을 운영하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3월 처음으로 거리두기가 도입된 이후 2년 1개월여만인 지난 4월 18일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자 보은군은 노인복지대학이란 이름을 시니어 건강장수대학으로 바꿔 노인대학을 개강했다.

노인대학은 5월부터 12월까지 읍면마다 주 1회 50시간 25강좌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건강장수강좌, 교양강좌, 여가강좌, 특별체험의 프로그램으로 운영하는데 6월부터는 오후반으로 찾아가는 한글교실도 별도 운영한다.

가장 먼저 입학식을 가진 곳은 보은읍으로 지난 5월 13일 낮 12시 보은읍 노인대학 입학식을 가졌다. 이후 면별로 계속 이어지는데 5월 27일(오전 10시) 보은군노인회가 주관하는 노인대학과 30일(10시) 대청댐복지관이 운영하는 회남회인노인대학, 선거후인 6월 3일(9시) 산외면 노인대학과 6월 7일(오전 10시 30분) 입학식을 가는 수한면을 제외한 전 지역은 모두 낮 12시에 입학식을 한다.

노인대학 입학식을 오전10시가 아닌 낮 12시 점심시간에 하는 이유는 군수 때문이다. 군수가 선거기간 근무시간에 민간단체가 개최하는 행사 등에 참석할 수 없자 이같이 점심시간에 입학식을 하는 이상한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공직선거법 제86조 6항에는 군수 등 지방자치단체장은 주민자치센터가 개최하는 교양강좌는 물론 근무시간 중에 단체 등이 주최하는 행사(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청사에서 개최하는 경우 포함)에는 참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선거법 때문에 보은군은 노인대학 입학식을 군수의 근무시간에서 빠지는 점심시간인 낮 12시~오후 1시까지 계획한 것. 내빈소개, 학장 인사와 운영단체의 장 인사, 그리고 정상혁 격려사 및 특강까지 할 수 있도록 입학식 프로그램을 짰다.

12시가 되기 전과 오후 1시 이후에 군수가 참여할 경우 공직선거법 86조 위반이기 때문에 이같이 교묘하게 시간표를 짠 것이다.

이는 코로나19 발발전 마지막 노인대학을 개최했던 2019년의 입학식과 다르다. 2019년엔 3월 9일 내북면을 시작으로 읍면별로 노인대학 입학식을 개최했는데 오전 10시30분에 개최했다.

군 관계자는 이에대해 "노인대학 학장은 일반인이지만 군수는 총장"이라며 "총장이 참여하지 않는 입학식은 없기 때문에 총장이 입학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특강을 하는것"이라고 말했다.

결국은 군수 임기 전에 전 지역의 입학식을 열기 위해 낮 12시 점심시간에라도 입학식을 열 수밖에 없었고, 12시면 점심식사를 해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1시간 동안 진행하는 입학식 때문에 노인대학생들은 군수 특강 듣느라 점심 허기를 참아야했다.

당뇨를 앓고 있는 고령의 어르신들은 식사시간이 지나면서 당이 떨어져 고생했다는 얘기까지 전해오기도 했다. 또 오랜시간 불편한 의자에 앉아있으느라 허리가 아파서 혼났다는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점심시간을 이용한 입학식에서 40분~45분 정도된 군수 특강에서 노인들의 불편반응이 이 정도인데,  보은군노인회 노인대학, 회남회인노인대학, 산외면 노인대학, 수한면 노인대학은 시간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군수의 특강 시간은 그동안의 전례에 비춰보면 훨씬 길어질 소지가 높아 노인들의 불만을 포함한 불편함 토로도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어쨌든 군수가 선거기간 근무시간에 민간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참석을 제한하는 선거법을 피하기 위한 낮 12시 입학식은 군이 아무리 명분을 설명하더라도 꼼수, 편법이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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