⑤전남 장흥 토요시장, 한우+표고버섯+키조개로 대박
⑤전남 장흥 토요시장, 한우+표고버섯+키조개로 대박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9.15 09:42
  • 호수 1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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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시장, 콘텐츠 있으면 관광객 유입 충분

글 싣는 순서
 ①  문화공동체로 변신하자 시장은 승승장구 - 수원못골시장
 ② 시장과 지역 둘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로 결합  - 수원 조원시장
 ③ 대형마트 공격 최대 방어는 끊임없는 변신 - 대구 서남신시장
 ④ 경매 있는 시장에 문화를 입히니 손님이 들락날락 - 경북 봉화 전통시장
▶ ⑤ 관광객을 지역경제 중심으로 끌어들인  전남 장흥 정남진 토요시장

                                                          전남 곡성기차마을 토요장터
 ⑥ 사람구경하기 힘든 골목시장, 살길은(간담회)

 

대충청방문의 해였던 지난해 보은군을 찾은 관광객이 324만7천여명에 달했다. 이들은 속리산을 비롯한 우리지역의 주요 관광지와 휴양림 등을 찾아 경관을 감상하고 휴식으로 에너지를 충전 한 후 돌아간다. 주민등록 인구 3만4천여명, 실거주 인구 3만명에 불과한 보은군을 찾는 수백만명의 유동인구는 재정자립도 전국 최하위인 낙후된 우리지역을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활용하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보은군은 이들을 동력으로 활용할 그 무엇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하천에 보를 만들어 놓고 물을 가둬 농업용수로도 쓰고 또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하천 유지수로 쓰는 게 아니라 다른 지역의 하천으로 보내버리고 만다. 장흥군은 물 축제 7일 동안 찾은 91만명을 지역의 동력으로 이용했다. 관광객들을 장흥 토요시장으로 끌어들여 지갑을 열게 해 지역을 활성화 시키고 있다. 이번 호와 다음 호에서는 주말에 시장을 열어 성공한 전남 장흥이 사례와 개설 4개월 만에 주말장터 운영을 중단한 전남 곡성의 사례를 통해 보은군의 주말시장 전망을 살펴본다.  - 편집자 주-

 

토요시장으로 변신한 장흥시장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장흥시장 안에는 원래 장흥축협이 운영하는 우시장이 있었다. 도시 확장으로 우시장이 외곽으로 이전하면서 장흥군은 장흥시장 일대변신 작업에 착수했다. 주는 수산이지만 잡화, 과일, 슈퍼로 구색을 갖춘 종합시장으로 건물을 짓고 빈터인 군유지에는 장흥의 특산물인 표고버섯 모양의 지붕을 한 특판장, 민속광장, 화장실 등을 짓고 시장에 온 사람들이 만나서 쉴 수 있는 만남의 광장도 갖추고 다양한 이벤트가 열리는 공연장, 그리고 관광안내소를 겸한 특산물 판매장을 짓는 등 시장의 일대 변신을 꾀했다. 민선 3기인 2005년의 일이다.

시장 건물이 새로 들어서고 거리를 정비하는 등 시설 현대화로 시장의 외형은 산뜻해졌지만 5일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5일장 외에 토요일마다 장을 여는 토요 풍물장터다. 그리고 시장이름을 보은처럼 전통시장이 아니라  정남진 장흥 토요시장으로 지었다. 토요시장이지만 이곳에서는 매 2일과 7일마다 정기 5일장이 열리고 토요일마다 또 시장이 열린다. 그래서 한 달 30일 중 10일이 장날이다.

장흥 토요시장의 특이한 점은 장날 외지상인들이 장을 점령하는 보은장과는 달리 5일장마다 이 장, 저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들이 없다. 장흥 주민들인 시장 내 106개 점포 주인과 시장골목에 장을 펴는 할머니 장꾼들이 시장주인이다. 그래서 돈이 외부로 빠져나가지 않고 지역에서 순환하는 시스템이다. 당연히 지역경제가 튼튼해질 수밖에 없다.

 

#장흥시장의 얼굴 할머니 장터
장흥 토요시장의 명물은 순박한 동네 할머니 장꾼들이다. 4, 50여명의 할머니 장꾼들은 금동댁, 광주댁 등 택호와 거주지 등을 적은 명찰을 목에 두르고 시장 골목에 전을 펴고 직접 키운 가지나 고구마 순, 깻잎, 고추, 호박잎 등의 채소를 판다. 굳이 ○○산이라는 원산지 표시가 없어도 당연히 지리적 표시가 가능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있다.

노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관광객들에게 싸고 믿을 수 있는 우리농산물을 제공하기 위해 노인회에서 위탁받아 운영하고 있는 할머니 장터는 구수한 남도 사투리에서 묻어나는 넉넉한 인심으로 토요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처음 개설할 때는 7, 8명에 불과했던 할머니들은 3회 나오면 1만원의 교통비도 받고 시장에서 물건도 팔아 병원비도 마련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160여명으로 늘어나 지금은 A조와 B조로 나눠서 운영할 정도로 할머니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시끌벅적한 시장 골목길에 난전을 펼친 할머니들은 텃밭을 통째로 시장으로 옮겨온 듯 소쿠리와 보자기에 고구마 순, 깻잎, 호박잎, 열무, 고추, 쪽파, 강낭콩을 진열해놓고 관광객들에게 싸게 줄게 사라고 권한다.

금동댁 최원남 할머니(82, 장흥읍 행원1리)는 “지금도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만큼 농사를 짓는데 직접 가꾼 것을 가지고 나와 잘 팔 때는 하루 5만원어치도 팔고 안될 때는 3만원도 팔고 대중없다"며 “집에서 노는 것보다 장터에 나오면 돈을 솔잖게 버니 손자 용돈도 주고 내 맘대로 쓰니까 좋다"고 말했다.

위유단 할머니(81, 안양면 여암리)도 “이 나이에 내 손으로 돈을 벌어 고기도 사먹고 병원비도 하니까 좋고 또 토요시장에 나오면서 친구도 많이 맺어 점심도 같이 먹고 손님 기다리면서 사는 얘기도 하고 심심하지 않아 정말 좋다"고 말했다.

 

#다국적 음식점 이색
다문화 가정 이주여성들이 자기나라 음식을 만들어 파는 거리 음식점은 특히 눈에 띈다. 토요장날마나 펼치는 다문화 음식점에서는 베트남 월남쌈, 쌀국수, 인도네시아 볶음밥, 몽골 만두, 필리핀 바비큐, 중국 완자, 일본 타코야끼, 캄보디아 튀김 롬안뽕, 한우 떡갈비 등 다양한 다국적 음식을 먹을 수 있다.

여성단체협의회 후원으로 오전 9시부터 오후3시30분까지 시장을 열어 토요시장을 찾은 관광객들에게 다국적 음식을 판매해 소득을 올리고 있다.

4년 전 캄보디아에서 시집와 전통음식인 롬안뽕을 튀기고 있는 소피업(24, 관산읍)씨는 “우리 시장에서 재료(당근, 양파, 돼지고기, 녹두나물, 새우, 오징어)를 사서 만들 수 있지만 손이 많이 가고 재료도 많이 들어가 집에서는 해먹지 않는데 토요시장 때마다 음식을 팔면서 향수를 달랜다"며 “여기나오면서 다른 나라 언니들도 만나고 밥도 같이 먹고 좋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 음식 판매장 앞에 있는 SBS 드라마 대물 3대 곰탕집 세트장은 장흥군이 부지를 제공해서 지은 것으로 실제 곰탕집으로 민간에 위탁됐는데 드라마의 영향으로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관광명소가 됐다.

장흥군은 세트장을 그대로 살린 2층 규모의 다문화교류센터를 건축했는데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운영하는 다우리라는 퓨전레스토랑이 있다. 이 역시 관광명소가 되고 있다.

 

#한우고기로 토요일마다 축제분위기
장흥토요시장이 뜬것은 한우고기의 역할이 컸다. 장흥군은 전남 최고의 사육두수인 5만2천두에 달하는 한우, 전남도의 87%, 전국 생산량의 12%를 점유한 표고버섯, 전국에서 제일 많이 생산해 전량 일본으로 수출하는 키조개 산지라는 점에 착안, 한우와 표고버섯, 그리고 키조개로 듣도 보도 못한 장흥삼합이라는 상품을 만들어 토요일마다 관광객들을 불러 모았다.

한우라고 원산지 표시를 해도 불신이 큰 도시민들에게 사육, 도축, 유통을 일원화해 이윤을 줄여시중보다 30%가량 저렴한 가격에 한우고기를 공급했다. 여기에 표고버섯과 키조개까지 세트로 구워먹는 색다른 상품이 관광객들의 수요와 맞아떨어져 주말마다 전국에서 장흥삼합을 먹기 위해 찾은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지난해 11월말 TV 오락프로그램인 1박2일에 장흥삼합이 소개되면서 장흥토요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급증해 종전 1일 3천명 수준이던 관광객이 7천명으로 늘었다.

이렇게 찾은 관광객들이 토요시장에서 소비한 한우만 지난해 6천800마리에 달했다고 한다. 키조개와 표고버섯의 판매량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여다지 수산 박영량(50) 대표는 "장흥 득량만에서 생산된 품질 좋은 키조개는 삼합 때문에 많이 나간다"며 "택배주문도 많아 평상시보다 2~3배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덩달아 낙지, 매생이, 전국 최초로 건조 시 산을 이용하지 않는 장흥 무산김, 편백나무 제품 등 장흥 특산물 매출도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장흥군은 한우와 표고버섯, 키조개의 고장으로 홍보된 것은 물론 농민들도 고정적인 판로확보와 물류 유통비용까지 줄이는 소득까지 얻었다.

이처럼 관광객이 계속 늘고 시장이 흥하자 장흥시내에서 장사를 했던 정육점 식당들이 모두 장흥토요시장으로 이전했다. 장흥사람들 조차도 소고기를 먹으려면 토요시장을 가야할 정도로 장흥 토요시장이 특화됐다. 장흥은 토요일마다 축제가 벌어지는 것이다.

토요시장으로 인해 장흥 주변 여건까지 좋아졌다. 특히 부동산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평당 20~30만원 정도 하던 재래시장 땅값이 지금은 평당 650만원까지 치솟았다. 주민들은 신도시로 개발되는 지역도 아니고 소도읍의 시내도 아닌 외곽지인데도 지가가 상승한 것은 장흥 토요시장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장흥군에서 실시되고 있는 할미꽃 축제, 철쭉제, 물 축제, 국회축제, 억새제 등 사계절 축제가 열릴 때마다 사람들이 꽉꽉 들어찬다. 실제로 지난 7월29일부터 8월4일까지 7일간 장흥시내 탐진강에서 펼쳐진 물 축제에는 전국에서 91만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로인해 토요시장이 대박난 것은 물론 장흥군 숙박업소나 식당, 그리고 편백숲우드랜드 등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뤘다.

토요시장방문을 목적으로 장흥을 찾은 외지인이 관광지를 찾고, 관광을 목적으로 찾은 관광객이 토요시장을 찾는 상호 보완작용으로 장흥은 길(長)게 흥(興)한다는 한자어처럼 길게 흥하고 있는 것이다.
 

#영광을 얻기 까지 무수한 도전
장흥시장이 원래부터 이렇게 호황을 누렸던 것은 아니다. 장흥읍내를 가로지르는 탐진강을 중심으로 동부와 서부로 나누는데 서부에 위치한 재래시장은 탐진강, 제방, 주택가, 그리고 그 안쪽에 형성됐었다. 읍내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재래시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본 민선3기 군수는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고 있는 점을 살리기 위해 토요시장으로 관광형 시장을 추진했다.

먼저 주차장 확보를 위해 제방 옆 주택을 매입해 좁은 제방을 천변 2차선도로로 확장하고 자연형 하천인 탐진강 둔치에 차량 500대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장흥토요시장을 찾는 관광객들의 주차 편의를 도우며 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그리고 2005년 7월2일 5일장 날을 기점으로 전국 최초 주말시장을 개설했다. 장흥군은 시내버스 노선을 변경, 시장을 경유하게 했고 공무원들의 계모임도 시장 안에서 가졌다. 여행사와 협정을 맺고 매주 서울에서 관광객을 모아 장흥 토요시장으로 운송했다. 출향인들도 초청하고 호남고속철도 나주역을 활용, 관광객을 토요장까지 전용 관광버스로 수송하고 볼거리를 위해 주말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 시끌벅적한 장터로 만들었지만 공들인 것에 비해 성과는 크지 않았다. 시장에 담을 그 무엇이 절실했던 것이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한우거리 조성이다. 2007년 면 소재지에 정육점 42개소가 운영되고 있는 정읍의 산외면 한우거리를 벤치마킹해 장흥축협이 운영하는 정육점을 1호점, 한우협회가 운영하는 매장을 2호점으로 불을 붙인 결과 정육점 식당이 늘어나면서 토요시장안에는 자연스럽게 한우거리가 형성됐다.

한우고기를 취급하는 16개 정육점은 자율적으로 판매장 협의회를 만들어 수입소고기와 육우 등 한우가 아닌 고기는 절대 취급불가, 한우거리에서 판매하는 한우고기의 부위별 가격을 통일시키는 등 규약을 만들어 운영했다.

처음에는 싼 가격의 거세하지 않은 수소고기를 팔았다. 장흥에서는 오르지 한우를 싼 가격에 먹을 수 있다고 인식이 되었지만 리콜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고기가 질기다는 불만들이 쏟아져 택배물량이 반송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판매장협의회는 취급 한우고기를 거세우로 대체해 좀더 부드러운 고기를 공급했다.  그리고 지금은 암소고기로 업그레이드하면서 소비자들의 기호를 충족시키고 있다.

판매장협의회는 협의회 규약을 지키지 않을 경우 2천만원 벌금이라는 초강수 사항까지 뒀다. 자칫 시장 전체 이미지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 회원업소는 모두 규약을 잘 지켜 아직까지 위반 업소는 한 군데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같이 상인이 고객과 쌓은 신뢰로 장흥 토요시장의 명성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특화시장 돼야 살아남아
장흥군 지역경제마케팅과 김동옥 계장은 “전남 담양군내 창평면이라는 작은 면소재지 시장 안에 1인분 6천원짜리 국밥집이 있는데 담양에 가면 꼭 국밥을 꼭 먹고 가야 한다고 할 정도로 유명해 사람들이 시장으로 몰린다"며 시장활성화에 먹거리가 크게 작용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장흥 토요시장도 만찬가지라는 것. 김동옥 계장은 수도권이나 대구, 경북, 울산, 부산, 경남에서 장흥 인접지역인 보성이나 강진, 영암, 해남지역을 산을 등산해도 꼭 장흥 삼합을 먹고 갈 정도라고 말했다.

김동옥 경제계장은 전통시장 벤치마킹 1위이고 많은 소비자들이 찾고 있지만 장흥삼합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또 다른 먹거리인 한우육회와 열무김치를 이용한 물회를 개발 중이라며 장흥 소고기 물회로 장흥 토요시장은 제2의 번성을 맞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김동옥 계장은 시장이 성공하려면 단체장의 의지와 함께 특화시장이 되어야하고 주차장 등 주변여건을 잘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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