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천남2리 느티나무
(45)천남2리 느티나무
  • 심우리
  • 승인 2022.05.04 05:01
  • 호수 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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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승면에 위치한 천남2리는 삼승산을 뒤에 두고있는 작은 마을이다. 
천남 2리의 주민들은 수십년 전만 해도 매일 같이 나무를 하기 위해 마을 뒤에 있는 삼승산의 태재봉을 넘으며 오천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그도 그럴것이 마을 뒷산에는 나무가 거의 없어 산을 넘어가지 않으면 땔깜으로 사용할 나무를 구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무가 거의 없는 천남2리의 뒷산에도 나무를 하러가는 주민들이 잠시 쉬어가곤 할 정도고 큰 나무가 있었으니 약 700여년 넘게 마을의 뒷산에서 천남2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티나무이다. 
천남2리의 느티나무는 비록 보호수로 지정된 나무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자리를 지킨만큼 마을사람들에게도 많은 추억을 안겨준었다. 
오래전 나무를 하러가는 주민들이 산을 오르내리며 꼭 한 번씩 쉬어가곤 했던 곳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오전 중에 나무를 하고 온 주민들이 오후에는 소를 몰고 다시 뒷산을 올라 느티나무 넘어 애기골이라는 곳에서 소들을 풀어놓고 풀을 먹였는데, 이때도 약 느티나무 아래에 약 1시간 정도 소들을 묶어 두었다가 풀을 먹이러 갔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라 마을의 아이들 역시 나무의 가지에 그네를 매달아 놀기도 하고, 나무를 타고 올라가 길게 뻗은 가지를 타며 내려오며 놀곤 했다고 한다. 
강병우 이장은 "지금보면 어떻게 탔는지 참 신기한데 그땐 그렇게 나무타고 올라가서 놀곤 그랬어"라고 말하며 잠시 옛 추억에 잠긴 듯 했다. 
이어 강병우 이장은 "예전에 하도 애들이 나무 타고올라가 놀고 하니까 한 주민이 도끼로 찍어서 애들 올라가기 편하라고 만들어준 적도 있었는데 그 사람이 얼마 안가서 화를 입었어. 그때부터 동네 어른들이 이 나무 함부로 건들면 화를 입는다고 조심시켰지"라며 나무에 얽힌 소소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 외에도 6.25전쟁 당시 마을 주민들이 북한군을 피해 이 나무 아래 모여있으면 북한군들이 나무가 있는 곳 까지는 올라오지 않아 무사히 피난할 수 있었다는 등 나무의 역사가 깊은 만큼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세월이 흘러 현재 천남2리의 이 느티나무는 사람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이 되어버렸다. 
나무를 하기위해 산을 넘을 필요도, 소를 먹이기 위해 산을 오를 필요도 없어져 700년된 느티나무 외에 다른 나무는 거의 없던 언덕에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나무들이 자랐다. 사람의 발길이 끊겨서일까? 나무 역시 수세가 약해져 가지의 이곳 저곳이 썩어 부러져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강병우 이장 역시 무척 오랜만에 나무를 보며 반가우면서도 안타까워 하는 듯 보였다. 
강병우 이장은 "정말 나무에 대해 전해들은 이야기들, 추억들이 많은데 어느덧 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게 되면서 나 역시 이곳을 찾지 않다가 정말 오랜만에 나무를 찾은 것인데 나무의 수세가 약해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군에서 이 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해 주기적인 관리를 해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한 때 마을 사람들이 매일 같이 찾던 삼승면 천남2리의 느티나무. 그만큼 마을 주민들에게 많은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었다. 마을과는 조금 거리가 떨어진 뒷산에 있는 탓인지 요즘은 찾는 이가 거의 없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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