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사람
친절한 사람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4.2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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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흐드러지게 다투어 피는 봄꽃들이 마음을 다독이며 위로해 준다. 살랑이는 봄바람과 따스한 햇살도 소리 없이 다가와 어깨를 토닥이고 어루만져 준다. 자연이 아무 조건 없이 우리에게 베풀어 주는 친절이다.
생각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고 미소가 지어지는 사람이 있다. 만나면 기분 좋은 사람이 있다. 늘 웃는 얼굴로 편하게 맞이해 주는 사람이다. 갈 때마다 새롭고 즐거운 곳이 있다. 누군가에게 소개해 주고 싶고 자랑도 하고 싶은 곳이다.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런 장소에 있으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길 듯하고 무슨 일이든 잘 될 것만 같다. 힘들고 지칠 때 달려가서 기대고 싶고 새로운 삶의 활력과 충만을 채워오고 싶은 사람과 장소, 아무 때나 만나고 싶고 무작정 찾아가고픈 그곳엔 뭐가 있을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누군가와 더불어 살며 도움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결과물이다. 하루에도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들어 가고 다듬어 가는 노력의 산물인 것이다.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은 단순한 일이 아니다. 가게 문을 열어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맛집이라고 소문난 곳이 있다. 음식과 분위기도 남다르다. 그러나 다시 손님을 오게 만드는 건 맛도 인테리어도 아니다. 일상에 쓰는 물건을 파는 가게도 마찬가지다. 오만가지 물건들을 다 갖춰 놓고 시설도 엄청나지만 딱 한 가지 친절이 빠져 있다면 결국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어떤 가게들은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는 글을 액자로 걸어 놓고 있다. 웃으면 복이 온다는 걸 알고 있고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이지만 실제 보여주는 모습은 아닌 경우가 많다. 딱딱하고 사무적이며 굳은 얼굴을 하고 있다. 누구든 친절하지 않은 곳은 다시 찾지  않으며 주변 사람들에게도 적극적으로 가지 말라고 만류하게 된다. 
친절은 자연스러운 홍보수단이요, 성공으로 가는 밑거름이다.
서울 시내 대형 은행의 한 지점에 청원경찰로 근무하시는 분이 있었다. 은행과 고객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것이 아니라 직원은 물론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을 늘 반가운 얼굴과 몸에 밴 친절함으로 맞이했다. 은행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들을 편안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일을 볼 수 있게 도와드렸다. 은행을 찾는 이들은 자연스레 존중받고 환대받는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고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새로운 고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그로 인해 그 지점의 예금 수신율과 대출 실행액은 최고 실적을 거두게 되었다. 결국, 그분은 그 은행의 과장으로 특채되었고 계속된 실적 향상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지점장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일정 기간을 인턴으로 근무하면서 영업과 판매 등 회사 발전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업무를 평가하여 순위별로 정직원 발령을 내는 회사가 있었다. 유난히 목소리가 크고 누구에게나 웃는 얼굴로 대하는 직원이 있었는데 다른 동료보다 훨씬 빨리 정식 발령을 받은 것이다. 인턴 기간 중 백화점에서 제품 판매 및 홍보 업무를 맡으면서 한결같이 그 특유의 큰 목소리와 호탕한 웃음으로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백화점에 들른 회장님이 멀리서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다 바로 그 자리에서 승진 인사발령을 냈다. 그 주인공은 잘 아는 사람이다.
친절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니다. 친절한 얼굴은 가면을 쓴다고 보이는 게 아니고, 마스크를 썼다고 가려지는 게 아니다. 사람에 대한 존중과 진심 없이는 우러날 수 없고, 표현될 수 없다.
"사람이 온다는 것은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라는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이라는 시를 농장 입구 한쪽 벽에 써 놓았다. 매일 농장으로 가는 길에 그 시를 읊조리며 찾아오는 귀한 인연의 소중함과 가치를 헛되이 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친절은 베푸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를 춤추게 한다. 친절은 사람을 부르는 원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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