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녘에서 봄맞이 한창인 노부부
들녘에서 봄맞이 한창인 노부부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2.03.24 10:36
  • 호수 6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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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많이 올랐다. 아침, 저녁엔 약간 찬기가 있지만 한낮엔 햇살이 따뜻하다.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는 자연은 초록, 초록하게 버들가지 잎이 피기 시작하고 노란 산수유 꽃이 망울을 터뜨렸다. 털이 포슬포슬하게 일어난 목련망울도 곧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오르고 있다. 농부도 봄맞이로 한창이다. 트랙터가 오가며 논깊이 갈이를 하고, 밭갈이를 하고 있다. "농사도 다 때가 있는 거여." 하셨던 할아버지의 말씀이 지금 들녘을 보면 딱 들어맞고 있음을 보여준다. 게으름 피울 여절이 없는 농부들. 흙살 좋게 펴서 쌓아올린 후 비닐을 덮은 두둑엔 촉이 튼 감자가 찬기를 피하고 있다. 가뭄 끝에 내린 비에 쑥 자란 마늘은 무름병 약과 비료를 빨아들이느라 한창이다. 전지전정 작업이 끝난 대추나무 사과나무 등 과일나무는 올해도 풍성한 과실 수확을 예고한다. 봄볕에 들녘도 덩달아 분주해진 가운데 보은읍 중초2리 김진택(83)·신길식(80) 노부부도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3년근 도라지 밭에서 풀을 뽑고 있는 모습이다. 매년 반복되는 맷돼지 피해에 속이 상하고 농사짓기도 힘들어 논은 처분했다는 노부부는 4, 50㎝폭의 길다란 밭에 도라지 농사를 짓고 집에 딸린 텃밭 400여평에는 들깨를 심어 서울에 사는 큰딸(57세)과 아들 둘에게 고소한 들기름을 짜서 보내는 것이 농사짓는 즐거움이다. "코로나때문에 자식들 얼굴 보기 힘들다"는 노부부의 그리움 가득담긴 눈은 벌써 서울 자식들에게로 향한다. 자식들이 언제나 돌아와 안길 수 있는 부모님이 계시는 고향의 봄은 이렇게 천천히 익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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