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가마솥 이야기(2)
(4)가마솥 이야기(2)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3.24 09:25
  • 호수 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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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성덕왕 시절에 만들었다고 구전(口傳)되는 법주사 철솥(보물 제1413호). 3천명의 스님들이 운집했을때 장을 끓이는 장솥으로 사용했다.
신라 성덕왕 시절에 만들었다고 구전(口傳)되는 법주사 철솥(보물 제1413호). 3천명의 스님들이 운집했을때 장을 끓이는 장솥으로 사용했다.

우리 엄마는 할머니로부터 물려받은 가마솥이 너무 오래되어 바닥에 구멍이라도 나면 자신의 잘못인양 전전긍긍하시다가 골목길에서'솥 때우시오, 솥'하는 땜쟁이의 목소리가 들려오면 반가워라 달려 나가시거나, 보은 장날 아버지를 졸라 지게에 지고 땜쟁이를 찾아 때워가면서 사용하셨고, 어쩌다가 솜씨 좋은 땜쟁이 아저씨가 동네로 들어와 뚫어진 구멍을 잘 다듬고, 가지고 다니는 조그만 그릇에 재료를 녹여 뚫어진 구멍 밑에 작은 모래 받침을 놓고, 쇳물을 붓고, 타지 않는 뭉치로 눌러 다듬은 다음 줄(쇠를 다듬는 도구)로 갈아내어 매끈하게 만드는 모습이 너무도 신기하고 멋져서, 나도 커서 땜쟁이가 되겠다고 하였다가 계집애가 별것을 다하려고 한다고 엄마한테 야단맞던 일이 엊그제 같이 떠오른다고 보은읍 종곡리에 사시는 김정자(83) 어르신은 옛일을 회상 하신다. 또한, 그렇게도 애지중지하고 사용하시다가 못쓰게 되면, 엿장수와 비누로 바꾸고, 보은장날 새 솥을 사다가 부엌에 걸고 새 식구 환영식을 시작하셨어요. 솥 안을 깨끗한 물로 2-3번 씻어내고 아궁이에 불을 지펴 솥이 따뜻해지면 아끼던 들기름을 솥 안에 듬뿍 들어붓고 깨끗한 마른 행주로 솥 안과 솥전 그리고 솥뚜껑까지 골고루 문질러 기름을 먹이셨어요. 가마솥은 엄마의 정성에 응답이라도 하듯 밤색으로 변하다가는 점차 세월을 보내면서 검고 반들반들한 가마솥으로 변해 주었지요. 옆에서 왜 그렇게 아까운 기름을 솥에 바르냐고 귀찮게 자꾸 물어보는 철부지 딸에게 엄마는 '이래야 솥에 빨간 녹이 나지 않고, 밥을 하면 네가 좋아하는 맛있는 누룽지가 만들어지지 하시면서 신이 난 듯 기름 먹이는 일을 계속하시고는 하셨어요'하신다.
보은지방은 옛날부터 무쇠 가마솥과 인연이 깊다. 속리산 법주사에는 몸체에 아무런 문양이나 기록이 주조되지 않아 정확한 제작년도, 제작자, 제작방법은 알 수가 없지만, 신라 성덕왕 시절에 만들었다고 구전(口傳)되는 큰 사발모양의'법주사 철솥(보물 제1413호)'을 보유하고 있다. 법주사가 한창 번성할 무렵, 3천명의 스님들이 운집하여 있을 때 장을 끓이는 장 솥으로 사용하였다는 이 무쇠 가마솥은 높이 1.2m, 직경 2.7m, 둘레 10.8m, 무게 20톤으로 전국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가마솥으로 지금도 원형이 잘 보존되고 있다.
또한 보은과 가까운 옥천과 음성에는 지금도 옛날 전통방식으로, 모래 형틀을 만들어 주조하는 무쇠 가마솥 공장이 맥을 이어가며, 우리의 전통 가마솥을 해외로 수출하거나, 마당의 화덕이나, 주방의 가스렌지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작은 가마솥을 만들어 젊은이들에게까지 사용하게 하고 있다. 요즘 첨단과학으로 만들었다는'통 가열식 전기밥솥'이 아득한 옛날부터 사용되어온 우리의 전통 가마솥 원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고,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말처럼 조상의 과학적인 지혜가 앞으로 미래를 여는 열쇠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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