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겨울가뭄으로 생기를 잃었던 마늘밭도, 성난 물 호스와 공중에서 뿌려대는 물폭탄에도 잠식되지 않았던 화마가 집어삼킨 산림도 장맛비같은 '꿀비'에 백기투항 해버렸다. 지난 3월 13일 43.2㎜, 14일 4.7㎜ 2일간 보은에 내린 47.9㎜는 지구를 살리고, 대한민국을 살리고, 농민을 살린 수호천사였다. 17일과 20일까지도 비예보가 있는 가운데 물 가뭄을 겪었던 농경지는 한동안 땅속 깊숙이 지하수를 품고 있어 물 걱정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가 오자마자 생기를 찾은 들녘은 새해 영농준비로 농민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지난 3월 15일 못자리 설치를 위해 써래질을 하는 김종덕(보은 장신)씨와 전봉하(77, 탄부 장암1리)씨의 감자밭에 두둑을 만드는 김진상(65, 탄부 장암1리)씨. 김종덕씨는 3만여평의 벼농사를 위해 모판 4천개를 설치해야 하는데 육묘장에서 모를 구입할 경우 1천200여만원의 비용이 소요돼 직접 모판을 설치하는데 이번 비가 금비가 됐다고 말했다. 감자를 심어야 한다는 김진상씨도 비가 오지 않았으면 물을 많이 주어야 하는데 비가 많이 와서 감자 심기가 좀 수월해졌다고 말했다. 농사는 농민의 정성에도 대답을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하늘이 도와야 한다는 것을 들녘에서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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