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푸념
공무원의 푸념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3.17 09:41
  • 호수 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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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소문이 정말 빠념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자극성에 비례하는 것 같습니다. 또 빠른 것은 퍼지는 범위도 넓어 보입니다. 즉 자극적인 소문일수록 빠르고 넓게 퍼진다는 것이 소문의 성질 같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뉴스와 소문의 구별이 모호해졌습니다. 카더라 식의 소문 모양을 한 기사가 넘쳐났습니다. 그러면서 익명의 제보자를 방패로 삼거나, 또는 아니면 그만이라는 추잡한 행태를 보이는 기사가 포털의 메인을 장식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습니다. 뉴스보다는 개인의 취향과 소망을 담은 일기에 가까웠습니다. 정론직필하거나 팩트에 기반해서 쓰는 행위는 오히려 지방의 풀뿌리 언론에 있었습니다. 소위 메이저라는 언론사는 그저 자신들의 욕망과 이익을 채워주는 특정 정치집단에 충성하며 기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실망했고 기레기라는 신조어가 꽤 오래 전에 생겨나기도 했죠.
어떤 기사가 자극적일까요? 아마 이 자극성을 결정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요소는 소재 그리고 지명도일 것입니다. 어떤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뉴스는 그 자체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의 클릭을 유도합니다. 한 교수님이 그러더군요. 우리가 이렇게 자극적인 뉴스에 먼저 눈이 가는 이유는 생존본능 때문이라고요. 아름답고 평화로운 뉴스는 보지 않아도 생존에 문제가 없지만 위험이나 안전에 관련한 것들을 모른다면 곤란할 수 있기에 저절로 그리 되고 그래서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것이죠. 일리가 있으면서도 왠지 모르게 안타까운 느낌이 들었습니다. 
유명인과 관련된 기사는 소재의 내용과 상관없이 자극적입니다.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쉽게 이슈화 됩니다. 그들의 이름값만으로도 사람들은 클릭을 하니 어떻게든 소재를 포착하려는 기자들의 모습은 마치 하이에나 같기도 합니다. 포착된 먹이는 다 같이 공유해서 나눕니다. 진보된 하이에나죠. 간혹 유명인이 자극적인 행동까지 해주면서 아주 좋은 먹잇감을 만들기도 합니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그런 사건이 많았습니다. 정책과 공약의 승부가 아니라 가십거리와 탐욕의 승부였던 것 같습니다. 기자보다는 기레기들과 유튜버들이 큰 몫을 했고 사람들은 빠르게 퍼 나르기에 바빴습니다. 그래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대선으로 기억될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뿌리에는 소문내기를 좋아하고 동시에 그런 소문을 신뢰하는 우리의 문화가 있을 것입니다. 조금만 정신을 차리고 판단해보면, 찾아보면 터무니없는 거짓인 것을 알 수 있는데 그런 것들을 마치 고급 정보인 듯 받아들이고 믿어버립니다. 그러니 거짓과 선동의 소문이, 그 자극성이 돈이 되고 이익이 됩니다. 당연히 폐쇄되어야 할 것 같은, 극우도 아니라 아예 나라가 망하길 저주하며 조롱하고 극단으로 가버린 몇몇 사이트들이 여전히 동작하는 것은 그들의 존재가 누군가에게 확실한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 병력들은 인간인지 의심이 들 정도의 자극성으로 보답합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여기에 쉽게 물들어 갈 위험이 큽니다. 제가 예전부터 어린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주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는 글을 쓴 것도 이런 이유가 컸습니다. 극우화가 아닌 인간성의 상실을 걱정했었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자제력이 없는 아이들은 자극에 끌리고 끌려 결국 저런 곳에 당도합니다.
이런 한심한 풍경의 중심에는 대형 포털사이트도 있습니다. 한쪽으로 편향된 뉴스를 메인에 걸어두면서 사람들을 조종하려 합니다. 포털에 들어가서 여러 뉴스를 한 번에 보려는 사람들의 편의주의를 악용한 셈입니다. 여러모로 편의주의는 인류에게 해로운 것이 분명합니다. 기후위기도 결국 편의주의에서 비롯되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나라 포털은 새로워져야 합니다. 메인에 기사를 걸지 못하게 하여 검색엔진의 역할에 충실하게 해야 합니다. 구글처럼 말이죠. 그것이 지금보다 깨끗한 정치문화로의 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상 일반 시민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하는 정치기본권이 없는 공무원의 푸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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