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
늦은 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3.10 09:24
  • 호수 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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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관기약국 근무

올해는 유난히 겨울이 길다. 3월인데도 겨울처럼 춥다. 밤에는 영하 10도까지 내려가기도 한다. 춥다, 춥다, 하면서 빨리 겨울이 지나가기를 바라는데, 겨울은 도대체 물러날 생각이 없다. 
선거가 내일 앞으로 다가왔다. 나는 일찌감치 사전 투표를 해서 덤처럼 생긴 휴일을 하루 종일 책이나 볼 생각이다. 따듯한 봄볕이 간절하지만 아직은 이른가 보다. 선거 유세로 여기저기 정신이 없는데 산불은 왜 그렇게 크게 나는지 걱정이다. 이 추운 날 집을 잃은 이재민들은 얼마나 더 추울까 걱정이고, 산불 끄는 소방대원들과 마을 사람들 또한 얼마나 고생이 많을까. 바람은 또 왜 그렇게 심하게 부는지, 산불을 더 번지게 하는 원인이었을 게다. 멀리서 지켜보며 바람이 잦아들기를, 산불이 빨리 진화되기를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고 있다. 국가를 책임지는 한 사람의 지도자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책을 읽으며 깊이 깨닫는다.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불러오기도 하고, 그 몫은 죄 없는 국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전쟁은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피난 행렬을 보면서, 죄 없이 피난 가는 우크라이나 가족이 길에서 희생되는 것을 보면서, 러시아 국민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숨기기에 급급한 지도자를 보면서,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선거가 내일 앞으로 다가왔다. 어떤 지도자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국정을 이끌어갈지, 믿고 맡길 지도자는 누구인지 꼼꼼히 생각하고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약국에 온 어떤 할머니가 우리에게 충고를 한다. 투표를 잘하라고. 자기는 뉴스도 꼭 챙겨보고, 토론도 끝까지 보면서 누구를 뽑을지 결정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기가 판단하고 자기가 결정을 했다고 한다. 그 나이쯤이면 누가 어떻고 누구는 어떻고 남의 말에 현혹되기 십상인데, 그 할머니는 자기의 주관이 뚜렷했다. 대단한 할머니이고 우리의 미래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3월이 오면 추위가 물러갈 줄 알았다. 따듯한 봄이 올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만 춥다. 유난히 추위를 타는 나는 겨울을 나기가 너무 힘들다. 자꾸만 따듯한 봄을 기다려 본다. 늦어지는 봄을 기다리며 오래 전에 쓴 내 시를 소개해 본다.

저 늙은 산벚나무의 꽃 마디를 꺾어
대명천지 밝은 대낮에 
꽃등불은 켰다고 해두자
꽃등불이, 나를 밀어냈다고 해두자
나는 없는 계절에 빠져서
나를 아주 잊었다고 해두자
느리게 느리게 늙은 계절이
저 산을 넘어 찔레넝쿨을 굴리며 온다고 해두자
내 두려움은 아픔도 없이 늙어가는 것
바래어 가는 것
오소소 오소소 소름 돋는 봄이
여기저기 땅을 헤집으며
저 산 아랫동네를 서성이면
나도 없는 나를 헹구어
봄볕 좋은 날을 기다려야겠지
늙은 산벚나무의 옷자락을 잡아 당겨도
당최 올 것 같지 않은 봄이
저 산 너머에 있기는 있는 건가?
                      - 늦은 봄,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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