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2.01.13 09:40
  • 호수 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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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김 철 순
시인, 관기약국 근무

임인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가 되자마자 지인들로부터 시집과 동시집, 그림책 등을 냈다고 보내오네요. 그것들을 읽으면서 정신이 퍼뜩 들었습니다. 오랫동안 내가 시인이라는 걸 잊고 산 건 아닐까 하고요. 
작년에는 열심히 일하고 산 것 같은데, 수확은 없는 빈껍데기 뿐 인 한해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동시도 시도 몇 편 못 썼거든요. 핑계를 대자면 은비가 아파서 병원 쫓아다니고, 은비를 잃고 너무도 오래 아파한 기억뿐이네요. 은비는 반려견을 넘어 자식처럼 키우던 애였으니까요. 
며칠 전 뉴스에서 본, 말 안 듣는다고 언 강물 위에 돌을 묶어서 강아지를 매단 사람이 너무 미워집니다. 도대체 사람이라고 말 못하는 짐승을 그리할 수 있는지 묻고 싶네요. 사람이 동물보다 더 못할 때가 많을 때도 있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지구는 동물도 함께 어울려 살아야한다는 걸 알아야지요.
주말이면 닭 한 마리에 쌀을 넣고 닭죽을 끓여서 농장에 갑니다. 농장에는 세 마리의 개가 있는데, 농장을 지키는 게 안쓰러워 따뜻한 닭죽 한 그릇씩을 먹이고 옵니다. 그 녀석들 먹는 모습만 봐도 내 맘 속까지 든든해져 오지요.
약국에서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줍니다. 우리가 먹이를 주지 않으면 이리저리 다니며 쓰레기봉투를 뜯어 주린 배를 채우겠지요. 어떤 사람들은 칭찬을 하는가 하면 어떤 분들은 도끼눈을 뜨고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나무라기도 하지요. 그런데 그게 꼭 쓸데없는 짓만은 아닌 거 같아서요.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게 그렇게 기쁠 수가 없는 거에요. 그것도 나보다 못한 사람이나 동물에게 베푸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지요. 물론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얻기도 하고요. 꽤 많은 시를 저에게 주기도 했지요. 처음엔 약국에서만 돌보다가 이젠 집에서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줍니다. 내가 번 것의 조금만 나누어주면 되는데 못할 이유가 없지요. 그들에게 받은 선물이 더 많으니까요.
농장에 가면 맨몸으로 겨울을 견디는 밭가의 사과나무, 배나무, 자두나무들이 안쓰러운 생각이 듭니다. 얼마나 추울까 하구요.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나무들은 봄이 되면 꽃을 피우고 그리고 열매를 맺겠지요. 
사람살이도 그러지 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이런저런 시련을 견디며 더 단단해져서 힘든 세상을 사는 거지요. 저도 이젠 은비를 잃은 슬픔에서 벗어나 시를 써야겠다고 다짐해 봅니다. 올해는 시집도 내고 동시집도 내야겠다고 정리를 해보니 꽤나 많은 양의 시들이 컴퓨터 속에서 잠을 자고 있었네요. 이제 하나 둘 깨워서 잎이 나기를 꽃이 피기를 기다립니다. 올해는 꼭 시집과 동시집을 내보리라 다짐해 봅니다. 
농부가 씨를 뿌리고 돌보고 거두듯이 저 또한 시의 밭을 열심히 돌보야겠지요. 노력 없이는 어떤 수확도 기대할 수 없으니까요. 
새해가 밝았습니다. 
도대체 코로나 바이러스는 물러갈 줄 모르고, 오미크론이라는 변이 바이러스는 더욱 더 늘어나고 언제쯤 마스크를 벗고 생활할 수 있는 날이 올지 아득하게 느껴집니다. 대통령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와 대선 공약은 난무하는데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바른 일꾼이 되어 어지러운 이 난국을 잘 이끌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지역 군수님도 그런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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