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분명함
두 분명함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2.30 09:48
  • 호수 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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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종종 학교 매점에 대하여 물어보는 전화가 옵니다. 주로 학부모들인데 학교에 매점을 설치하고 싶다며 그 과정은 어떠한지, 힘든 점은 무엇인지 물어보곤 합니다. 아이들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무척 반갑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간혹 실제의 공간을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찾아오기도 하는데 최근에는 경기도 파주에서 두 학부모가 왔었습니다. 다른 일정이 있어서 겸사겸사 왔냐고 물으니 매점만 보고 바로 올라간다고 하더군요. 왕복 6시간의 거리를 기꺼이 감수한 그 열정이 대단했습니다. '멋진 매점을 만들어주면 아이들이 좋아하겠지?'라는 설렘과 열정이 느껴졌었습니다.
우리 학교의 매점은 매점 그 자체로는 크게 색다르지 않습니다. 학교협동조합 매점의 대부분이 아이들의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기에 생협의 먹거리를 쓰고, 문구류를 갖춰놓기도 합니다. 매점이 생긴다는 것은 예전에 없던 쓰레기도 함께 생긴다는 것이기에 분리배출에 신경을 씁니다. 아나바다 운동을 곁들여서 하기도 합니다. 우리 매점도 이러한 모습에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쉬는 시간에 학생들이 계산원 역할을 하고 특히 김치만두를 좋아하며, 펼쳐서 잘 씻고 말린 음료팩을 모아서 휴지로 교환해오기도 합니다. 아침을 거르거나 부실하게 먹은 아이들에게는 10시 30분에 갈 수 있는 매점이 더욱 든든합니다. 한 가지 조금 독특한 것은 월요일마다 유치원부터 6학년까지 모든 어린이에게 주어지는 3천원, '어린이 기본소득'이라는 제도 덕분에 매점의 문턱과 월요병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 단순하고 작은 제도는 매점을 조금 유명하게 해주었습니다. 최근에는 한 대선후보가 어린이 기본소득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보은을 찾기도 했습니다. 학생 세 명과 학부모 세 명이 함께한 간담회는 유튜브를 통해 중계가 되었고, 대화가 마무리될 즈음 바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한 아이는 “2천원에서 3천원으로 오르면 좋겠어요."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50%의 인상 요구가 당돌하고 기특했는지 모두가 즐겁게 웃었고 지켜보던 많은 분들은 인상을 시켜주라며 기부금을 보내주었습니다. 계좌를 확인해보니 3천원 수준에서 1년을 운영할 수 있는 액수가 들어왔더군요.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최근 대전 대덕구에서는 또 다른 전국 최초의 사례를 예고했습니다. 대덕구에 사는 4~6학년의 모든 아이들에게 매달 2만원의 지역화폐를 주는 '어린이 용돈 수당'이라는 제도의 시행이 예산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것이었죠. 최초로 이를 시도할 때 우리의 어린이 기본소득 자료를 보낸 적이 있어서 관심이 많았습니다. 비록 그 당시에는 시민의 찬성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되었으나 두 번째 도전에는 성공을 한 것입니다. 분명 아이들뿐만 아니라 지역의 상권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실은 이런 이야기를 할 때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습니다. 논의의 시작이 재원인 사람들이죠. 부의 배분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에 대한 문제 제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면, 보통의 남들처럼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먹는 것이 힘든 사각지대가 도시든 시골이든 분명히 존재함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어린이 기본소득이나 어린이 용돈 수당을 모두 선심성 정책으로 간주하며 편협하게 바라볼 것입니다. 모두가 더불어 잘 사는 것이 좋은 사회라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지요. 이제는 운동장이 너무나 기울어져서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고 보편적 복지가 많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작은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은 참 다양했고 여러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과 소비 욕구를 부추기는 것 사이에서의 균형, 지지와 간섭의 줄다리기, 인위적 교육에 대한 경계와 필요성에 대한 고민, 이끌어가는 사람들 간의 관계와 지속성 그리고 관심과 협동 등이 말이죠. 좋은 일인 것은 분명한데 쉽지 않은 것 또한 분명합니다. 이런 분명함을 느꼈던 것은 저뿐만이 아니겠죠. 고생 많으셨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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