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
(36)온고이지신 [溫故而知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2.16 09:08
  • 호수 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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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샘 고사를 지내고 있는 삼승면 우진리 솔안샘. 음력 정월 14일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제물을 집집마다 조금씩 나눠 용왕신의 보살핌을 받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샘 고사를 지내고 있는 삼승면 우진리 솔안샘. 음력 정월 14일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제물을 집집마다 조금씩 나눠 용왕신의 보살핌을 받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보은군 보은읍 길상리의 천년의 샘'매샘'을 시작으로 보은군 지역의 모든 마을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 중 우리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으며, 생명을 유지하게 하여 주던 샘물, 장독대, 뒷간이나, 소통의 장소였던 공동빨래터, 생활을 좀 더 편하게 만들어 주던 대장간, 방앗간, 펌프 샘, 삶에 지쳐있던 선조들의 고달픈 마음을 달래 주었던 돌탑 등 수살막이나 산 제당, 샘 고사 등의 소개를 이번 주를 끝으로 마치게 되었습니다. 
먼저, 많이 부족한 '우리 동네 문화유산'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내 고향 보은군의 문화유산을 찾아 소개할 수 있도록 지면을 내어주신 '보은사람들'에 감사를 드립니다.

보은에서 태어나 삼년산성의 성벽을 바라보며 어린 시절을 보내었고, 국민학교(초등학교) 시절에는 신설학교를 다니느라 4학년까지 교실이 없어 누에를 키우던 빈 잠실(蠶室)이나 창고의 진흙 바닥에 가마니를 깔고 엎드려 공부하면서 이와 벼룩의 먹이가 되었고, 중학교 때는 장군이 되겠다고 삼년산성의 동쪽 성벽에 있는 장군 굴(배수구)의 마지막 칸에 있다는 피 한 사발과 칼을 찾아 비좁고, 캄캄하고, 음산하였던 하수구를 기어들었고,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동네에 하나 밖에 없던“찬샘"이라는 바가지 샘에서 겨울에 물지게를 지고 오면서 서툰 솜씨로 골목길을 빙판으로 만들고,

친구들과 시골길을 걸으면서 엿 장수를 만나면'엿치기'로 왁자지껄하던 모습들이 보은을 떠나 50년간 외지 생활을 하면서 끊임없이 나를 괴롭히던 고향에 대한 향수였습니다. 

50년간의 외지 삶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이나 행동방식마저 변해버렸고, 다시 찾은 고향 보은이 오히려 낯선 곳으로 느껴지기도 하였습니다. 다행스럽게도'우리 동네 문화유산'을 통하여 각 마을에 남아 있는 문화유산을 찾아 소개하고자, 35도의 한여름 무더위도 마다 않고, 보은군내 288개 마을의 골목골목을 걷다보니, 어느 사이에 다시 고향에 동화되었고, 보은 사람으로 돌아온 나를 바라보면서 너무도 행복 했습니다.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변화가 없다고 생각했던 보은의 농촌마을에서, 집집마다 하나씩은 가지고 있던 옛날의 '소 외양간'이 없어 몇 개월을 찾아다닐 때는 너무도 허전하였고, 보은에서 배출한 걸출한 인물 중의 한 분인 충암 김정선생의 유물 중에 복원한 '석천암' 외는 유일하게 남아있던 유물로, 충암 선생이 태아로 있을 때 어머니 김해 허 씨가 1485년 손수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우물로, 나라가 평화스러울 때는 물이 맑고 맛이 좋으나,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물이 나오지 않거나 더러워 먹을 수 없었다고 '보은군지'에도 기록되어 있는 생가 터의 우물 명천(名泉)이 보호받지 못하고 토사에 묻혀 팥을 심은 밭으로 변한 모습에서는 알 수 없는 슬픔과 분노를 느끼기도 하였습니다.

세월과 생활방식의 변화로 옛 모습을 모두 지킬 수는 없겠지만 일본이나, 중국, 유럽을 여행하면서 몇 천 년 전의 하찮아 보이는 돌무더기 하나까지 보존하면서 민족의 발자취를 재조명하고 새 시대의 거울로 활용하는 모습을 떠올리며, 보은에도 옛 마을 하나 재현하여 나이든 세대는 과거를 회상하고, 젊은 세대에게는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의 정신을 알려주어, 조상의 흔적에서 새로운 삶을 개척하는 방향을 보여 주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 보았습니다.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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