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삼승면 우진리 솔암샘
(35)삼승면 우진리 솔암샘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2.09 10:00
  • 호수 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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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샘 고사를 지내는 민속신앙의 샘
매년 샘 고사를 지내고 있는 삼승면 우진리 솔안샘. 음력 정월 14일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제물을 집집마다 조금씩 나눠 용왕신의 보살핌을 받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샘 고사를 지내고 있는 삼승면 우진리 솔안샘. 음력 정월 14일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제물을 집집마다 조금씩 나눠 용왕신의 보살핌을 받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사람을 비롯하여 지구상의 모든 살아있는 생물은 하루도 물을 마시지 않으면 생명을 유지할 수가 없다. 그래서 태초부터 사람들은 민물이 있는 호수가나 강가에 터전을 만들었고, 나라를 만들었고, 좋은 샘물이 있는 곳에 마을을 만들었다. 그리고 사람들은 샘물을 단순히 물을 길어오는 장소로만 생각하지 않고, 샘물을 관장하는 용왕신(龍王神)이 있는 신성한  장소로 생각하여 마을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샘굿'을 올리거나, 매년'샘 고사'를 지내 왔다. 이번 주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샘 고사'를 주제로 하고, 지금도 매년 샘 고사를 지내고 있는 삼승면 우진리'솔안 샘'을 찾았다.
우진리는 옛날 보은군 서니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황토리 일부와 달산리 일부를 병합하여 우진리라 하고 삼승면에 편입된 마을로, 고려 말기 문화시중을 지낸 익재 이제현선생의 후손이 이곳에 정착하여 만든 경주 이씨(慶州 李氏) 집성촌이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샘물은 바다의 용궁과 통하고 있으며, 물을 다스리는 용왕신(龍王神)이 거처한다고 믿어 신성시 하여 왔다. 용왕 신을 잘 모셔야만 맛 좋은 샘물이 마르지 않고 잘 나오고, 마을의 액운을 막아주고, 농경사회에서 꼭 필요한 가축의 다산과 농작물이 풍년이 든다고 믿어 마을의 중요한 민속신앙지가 되었다. 그래서 물로 전염이 되는 장티푸스 등 전염병이 돌거나, 샘물이 마르거나, 물맛이 변하면 용왕신이 노한 것으로 판단하여 용왕신을 달래는 샘굿을 하기도 하였으며, 음력 정월에는 특별히 용왕 신을 모시는 동제(洞祭)로 이어져 내려오기도 하였다. 또한, 용왕신의 조화로 한 밤중이면 샘물이 뒤집어져 용왕의 영력(靈力)이 들어있는 깨끗하고 정갈한 물이 된다고 믿어 치성을 드리는 정화수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우진리 솔안 샘의'샘 고사'는 전통적인 민속신앙으로 300년을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마을에 전해지고 있다. 우진리 김필제 이장님의 말씀에 따르면, 지금도 매년, 솔안 샘의 샘 고사를 위해 마을의 각 가정에서 일정액의 돈을 모아 제수비용을 만들고, 돌아가면서 제주(祭主)를 맡아 음력 정월 14일에 정성스럽게 고사를 지내고, 제물을 집집마다 조금씩 나누어 주어 용왕신의 보살핌을 받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하신다. 우진리는 샘 고사를 통하여 동네 주민들이 서로 소통하고 마음을 모아 한 집안 같은 마을 공동체를 만들어 살고 있어, 올해에는'2021년도 충청북도 행복마을경연대회'에서 행복마을로 선정되어 2천만원의 마을개선사업비도 지원 받았다고 하신다. 솔안 마을에서 태어나 자란 이장님은 약50년 전 어린 시절에 어른들이 솔안 샘에 모여 동네의 큰 행사로 샘 고사를 지내던 모습이 희미하게 떠오르는데, 지금과 거의 비슷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아 큰 변화 없이 전통이 잘 지켜져 내려오고 있으며, 주민들의 샘 고사에 대한 정성 또한 부족해지지 않고 마을의 안녕과 다복을 빌고 있다고 하시면서 옛날을 회상 하신다. 앞으로도 계속 전통의'샘 고사'를 단순히 미신으로 치부하지 말고, 마을주민들의 소통과 마음을 한데 묶는 행사로 승화시켜 행복하고 살기 좋은 우진리를 지켜 나가기를 기원해 본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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