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대구 서남신시장
③대구 서남신시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9.01 10:20
  • 호수 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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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를 앞서는 마케팅으로 시장은 늘 북적북적

 

 

"마트는 가족들이 놀이삼아 쇼핑을 갑니다.
시장도 장만 보는 곳이 아니라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있고 쇼핑개념을 도입해야 합니다."

 

도시는 대형마트도 모자라 SSM 즉 슈퍼 슈퍼마켓이라는 것이 골목골목 들어서고 있다. 거대기업들이 무차별 쏟아 붓는 자본에 밀려 돈이 없는 골목 상점들은 피눈물을 삼키며 폐업을 하고 재래시장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런 자본 패권주의 속에서도 대형마트의 무차별 공격을 겁내지 않고 당당히 물리친 대구 서남신시장은 오히려 시장 상인들 주머니가 두둑해지고 있다. 대구시 달서구 강삼동에 있는 서남신시장은 거꾸로 대형마트에서 한 수 배워갈 정도다.

지난해 12월 시장경영진흥원이 전국 106개 전통시장을 대상으로 한 시장활성화 등급 평가에서 A등급을 받은 서남신시장의 노하우를 배워가기 위한 각 시장 행렬도 줄을 잇고 있다.

140개 업소가 입주한 서남신시장은 2008년부터 아케이드공사를 비롯해 사물함, 어린이 놀이터, 교육장 등을 갖춘 고객 휴게실을 마련했고 올해는 주차장과 화장실 공사를 하는 등 시장 현대화사업에 80억원이 들어갔다.

점포는 평균 33㎡(10평 정도)규모이고 하루 평균 7천명 이상이 찾고 있다. 월평균 1천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데 전년대비 10%이상 증가했다. 시장 주변에는 걸어서 5분거리에 대형마트 5개가 있지만 이같이 매년 매출 신장을 가져오는 것이 놀라울 정도다.

도대체 어떻게 시장사업을 했기에 장사할 맛 나는 시장으로 변모했을까? 그 해답은 바로 사람에게 있었다.

 

#깨어있는 사람이 열쇠
대구시 중심도로인 달구벌 대로에 있는 서남신시장(상인회장 현호종)은 성서 신도시가 생기기 전 90년대까지만 해도 돌멩이도 팔 장도로 장사가 잘됐던 곳이다.

하지만 도시팽창으로 서남시장 인근의 성서 군부대가 외곽으로 이전하고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시장 다변화로 서남신시장의 일 매출이 50%로 추락했다.

그런 서남시장을 바꾼 것은 상인회 회장을 맡고 있는 현호종 회장 등 시장 내 3, 40대 젊은 사장 5명이다. 현호종 회장이 맨 먼저 한 일은 공부다. 경북 외국어대가 개설한 점포 경영대학에 등록해 시장 개선 아이디어를 얻었다. 아케이드 사업을 위해 상인회는 전국에 있는 건물주를 찾아다니며 호소했다.

시장이 잘돼야 부동산 가격도 인상된다는 설명과 함께 시장 현대화 사업설명회도 수차례 하고 건물주들을 데리고 전국에 잘되는 시장 30곳을 견학시키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시장현대화 사업의 첫 사업인 아케이드 공사를 할 수 있었다. 달서구내 시장 중에는 최초이고 대구에서도 빠른 편이었다.

아케이드 설치 후 금방 시장 분위기가 바뀌었다. 처음에는 신기해서 구경 오고 구경 온 사람들이 시장에 왔으니 물건을 구입해갔다. 이렇게 시장활성화 사업의 첫발을 뗀 것이다.

상인들도 하나로 뭉쳤다. 상인회가 시장을 바꾸니 상인들도 바뀌기 시작해 친절하고 점포 안이 깨끗해지고 신선하고 질 좋은 물건을 싸게 팔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내 점포만 아니고 같이 잘돼야 시장이 산다는 의식이 정립됐다.

 

#고객 유치 마케팅 주효
마케팅이라는 것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고 마케팅은 기업에서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던 상인들은 마케팅을 시작했다.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인다는 지론에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다문화가정의 주부를 위한 한국요리강습회는 이주여성을 서남시장 고객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시장 주변에 성서공단, 이현공단 등 대규모 공단과 이슬람인들의 기도모임 장소 등이 있어 40%가 넘는 다문화가정을 서남시장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작전이었다.

상인회 부녀회는 요리강사를 초청해 이주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가정 요리강습을 선보였다.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은 한국요리에 대해 배우고 또 시장에서 재료를 구입해가 그대로 해보는 등 시장과 친해지기 시작했다.

이순자 부녀회 부회장은 “시장 안 중앙에 요리대를 설치해놓고 강습을 하고 있는데 한국요리를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던 이주여성들은 노트에 적기도 하면서 열심히 요리를 배우는 등 호응이 좋고 요리를 잘 못하는 우리나라 젊은 주부들도 요리강습회가 열리면 참여할 정도로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작전은 성공적이었다.

상인과 고객이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도 벌였다. 시장 중앙에 모래판을 설치해놓고 고객, 상인 대항 씨름대회를 펼치고 추석 한가위에 맞춰 푸짐한 경품을 내건 노래자랑대회도 펼쳤다. 올해가 벌써 7회째이다.

이밖에 어린이 사생대회를 개최해 부모들이 시장에 오는 기회를 확대해 시장 이용률을 높였고 전시회를 개최해 볼거리 마련으로 시민들이 시장을 찾도록 했다. 이같이 고객을 끌어들이는 마케팅으로 시장은 늘 사람들로 북적대고 지나가는 사람도 뭔가 있나보다 해서 들어오고…. 손님이 손님을 불렀던 것이다.

 

#역시 손님은 왕
이같이 고객이 참여하는 볼거리로 손님을 끌어들인 서남시장은 그다음 시장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고객은 왕이기 때문이다.

현금보다 신용카드가 일반화되고 있는 추세에 맞춰 신용카드 가맹을 시작해 현재는 전체 점포의 72%까지 가입했다. 전국 평균보다 가입률이 높은 것이라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고객이 부담없이 살 수 있도록 백화점이나 마트처럼 반쪽짜리 수박을 팔고 부추 한단이 부담스러운 고객을 위해 과감히 소량으로 묶어 팔고 있다. 또 모든 상품마다 가격표시제를 운영해 주인에게 묻지 않고 눈으로 물건의 가격을 확인할 수 있게 해 구매의욕을 높였다.

시장 골목에서도 운행이 가능하도록 대형마트의 쇼핑카트기 보다 작은 쇼핑카트기도 구비해 쇼핑의 편리성을 도모했다.

1회성 비닐봉투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정부지원을 받아 에코백(장바구니)도 만들어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포인트 카드도 제공했다.  올해도 녹색시장사업비 1천500만원을 지원받아 지난해보다 업그레이드 된 에코백을 만들었다. 에코백을 고객 쉼터 내 사물함에 보관하고 카트기를 운행하며 쇼핑을 한 다음 에코백에 물건을 담고 바코드를 찍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쇼핑시간 대, 연령대, 지역 등 시장 이용자의 분석이 가능해져 마케팅 전략을 세울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됐다.

포인트 카드는 시장에 오면 물건을 사든, 안사든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면서 5천점마다 5천원권 상품권을 제공하고 있다.

5천점을 쌓으려면 100번은 와야 하고 그동안 적어도 4, 5번은 물건을 구입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데, 결과는 만족. 결코 크지 않은 상품권 5천원을 내건 이 사업에 고객들은 포인트를 적립하는 즐거움으로 시장을 찾고 그러면서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시장에서 만난 주부이자 대구 달서구의회 의원이기도 한 이영애(55) 의원은 집 주변에 큰 시장이 있지만 25년째 서남신시장 단골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채소를 비롯해 의류, 제수용품도 다 여기에서 구입하고 있다"며 “상인들이 친절하고 서비스 면에서도 업그레이드 됐고 상인들이 단합해 시장을 잘 운영하고 있고 그동안 현안이었던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확보하게 돼 시장의 발전을 더욱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고객 쉼터에는 현금 지급기도 설치했다. 고객들이 현금지급기를 이용하기 위해 시장에 왔다가 겸사로 물건을 사가고 있다. 시장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현호종 회장은 “처음엔 유지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부정적이었던 은행을 끈질기게 설득한 끝에 설치를 했는데 지금은 실적이 좋다며 오히려 설치하길 잘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물류배송을 하는 시장 부르미 사업도 하고 있다. 향후 사회적 기업으로 발전시킬 이 사업은 일자리도 창출했는데 2명을 고용해 한명은 배송센터에서 주문 전화를 받고 한 명은 배달을 전담한다. 부르미 사업은 장보기 대행은 물론 점포에서 주문한 배달일도 대행한다. 고객은 앉아서 장을 보고 점포주인은 자기가 배달할 것을 부르미를 이용할 수 있는 윈윈 효과로 고객과 상인 모두 반응이 좋다.

현호종 상인회장은 “상인회는 사람을 시장으로 끌어들이면 시장에 온 사람들을 내 고객으로 만들어 돈을 버는 일은 각 점포에서 해야 하는데 상인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주니까 시장이 잘되는 것 같다"며 잘되는 시장은 상인들의 의식이 다르다는 것을 서남신시장에서 느낄 수 있도록 해줬다.

우리지역에도 마트가 7군데나 있다. 이들 마트는 돌아가면서 각종 이름을 붙여 연중 세일행사를 벌인다.

이번 추석장을 염두에 두고 마트마다 각종 경품행사가 벌어지고 있다. 최신형 텔레비전과 냉장고, 김치냉장고 등 덩치가 큰 경품을 내걸기도 하고 총 1천만원 현금을 내걸어 주민들을 해당마트로 끌어들이기 위해 홍보하고 있다. 주민들은 어차피 장을 봐야하는데 마트에서 사면 경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확률때문에 마트 이용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재정력이 취약한 재래시장은 더욱 악조건에 놓여있다. 추석대목을 노리고 있는 재래시장이 얼마나 매출을 올릴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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