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19에 걸려보니…' 자기 고백
'내가 코로나19에 걸려보니…' 자기 고백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11.18 09:46
  • 호수 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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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기증상, 치료하면 일상생활 가능

군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1월 17일 현재 87명이다. 87명 중에 기자인 나도 포함됐다. 이글을 쓰는 것은 코로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 있고 또 코로나 확진자들이 인간관계 유지에 어려움이 염려돼 확진 사실을 숨기고 노출을 극도로 꺼리지만 그럴 것까지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지인들도 더 배려를 하는 사회관계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확진되는 사람도 매우 억울하다. 가지 말라고 한 곳을 억지로 간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활동을 하던 중 생활반경 내에 숙주가 있었고 하필 전염된 것뿐이다. 또 나에게 전파시킨 사람도 또 그 누군가에게 전염된 것이다.
내가 코로나에 감염돼 경험해보니 2차 백신접종까지 마친 때문인지 가벼운 감기증상만 있을 뿐 특이한 통증이 없었다. 감기에 걸리면 겪는 몸살증세도 없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정상체온을 보인다는 것이다. 코로나 확진자의 큰 특징이 고열현상이어서 우선 가려내는 것이 체온의 정상 여부였다.
관광서나 불특정 다수출입이 많은 곳은 출입구에 온도체크기를 설치해 온도체크를 하는 것이 통과의례다. 하지만 이것으론 확진자를 걸려낼 수가 없다. 확진자가 방문해도 가검물을 채취해 검사를 받지 않으면 사실상 가려내지 못한다. 전파력이 아주 강한 코로나 바이러스에는 누구든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현실인 것이다.
따라서 코로나의 일상화가 시작된 마당에 마스크 착용 등 좀 더 조심하고 감기 증세가 있으면 감기가 아닌 코로나를 의심하고 즉시 감사를 받고 생활하는 긍정적인 마인드 적립이 정신 건강에도 좋을 것 같다.
내가 코로나19에 확진됐다는 문자를 받은 것은 10월 27일 밤 8시 10분경이다. 이때 군내에는 모 병원을 다녀간 서울 확진자로 인해 병원 의료진, 환자, 택시 운전기사, 시내버스 기사, 그리고 기족 등 쓰나미처럼 몰아닥쳤을 때다.
'그동안 목이 아파서 침을 삼키기가 힘들었었는데 이것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내 몸에 들어왔기 때문인거야? 그러면 엄마가 목이 간질간질하다며 기침을 하고 재채기를 하고, 콧물이 나오고 머리가 아파했던 것도 환절기 감기가 아니고 코로나 때문이었어?' '감기증상이 나타났던 시기가 교묘하게도 아침, 저녁기온이 뚝 떨어져 추위까지 느껴졌던 환절기여서 당연히 감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거군.'
'으이그 바보.' 실시간으로 지역의 코로나19 감염 소식을 알리고 군민들에게 항상 주의하라던 기자가 정작 자신도 지키지 못한 것 아닌가? 이러한 자책도 잠시 고령의 엄마와 신문제작이 걱정됐다.
신문은 어떻게 해야하지? 휴간을 해야 하나? 8페이지로 만들어야 하나? 머릿속으로 이런저런 상황을 예단하며 지웠다 썼다를 반복하다 8페이지로 지면을 축소 발행하기로 하고 확진 사실을 공개하기로 했다. 12페이지를 8페이지로 축소 발행하는 데는 이유가 분명해야 했기 때문이다.
신문 걱정을 정리하고 나니 그제야 엄마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백신접종을 모두 마쳤지만 당뇨에 고혈압, 고지혈증 등 의료진들이 말하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다. 
다음날 주민 5명을 태운 보건소의 코로나 환자 이송 차량으로 오후3시경 청주의료원에 도착했다. 앰뷸런스에서 내리자 핫빵 밴드에서 밝혔듯이 캡슐을 씌운 침상으로 외부와 차단된 상태에서 병실로 옮겨졌다.

6인실이었던 호스피스 병동을 음압기가 설치된 코로나 치료병실로 바꾸면서 3인실로 개조된 곳이었다. 병실에 입소하자마자 신발까지 꽁꽁 싸맨 하얀 우주복을 입고 온 의료진들이 혈액을 채취하고, 소변을 받아오게 하고 체온, 심전도와 혈압, 산소포화도 검사를 하고 이동 엑스레이기로 폐 사진을 찍어갔다. 그리고 증상을 물었고 먹는 약이 무엇인지 물었다. 나는 목구멍이 따끔거리고 침을 삼키기 힘들다, 엄마는 재채기와 기침을 하고, 맑은 콧물이 나오고, 두통이 있다고 답하는 사이 보은읍 죽전리에 사신다는 93세 최모 할머니도 입소하셨다.
할머니는 "나는 여기 왜 왔는지 몰라, 안온다고 했는데 교회에서 데리고 왔어." 하시며 역정을 내셨다. "할머니 코로나에 걸려서 오셨어요. 여기서 치료받고 나가시면 돼요"라고 답을 해드려도 다음날이면 또 "나는 허리하고 다리만 아프고 다른 곳은 아픈데도 없는데 교회 목사가 여기로 데려왔다"며 나에게 또 병실을 찾은 간호사에게 또 역정을 내셨다. 할머니가 코로나에 걸려서 병원에 왔다는 것을 이해하는데 수일이 걸렸다.

#증상에 따른 맞춤 치료
입원하니 아픈 증상에 따른 투약이 시작됐다. 우주복으로 완전무장한 간호사는 새벽 5시를 시작으로 하루 4회 병실에 들어와 체온, 혈압체크, 산소포화도 검사를 하고 당뇨를 앓고 있는 엄마는 하루 4회 혈당체크를 했다.
입원한 지 하루가 지난 다음날 입원하면서 했던 검사결과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담당의사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도가 강 양성이라며 감염도가 높으면 림프구 수가 떨어지는데 다행히 정상이고 백혈구 수치는 정상치보다 떨어지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주일 뒤 다시 검사를 하는데 수치가 강하면 11일째 되는 날 퇴원하고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그 다음 스케줄을 잡아야 한다며 추이를 봐야한다고 했다.
코로나 감염정도가 강 양성이라는 말이 무서웠다. 치료가 안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컸다.
목구멍만 따끔거렸는데 하루를 보내니 두통이 생겼고 코감기까지 왔고 가래도 생겼다.
코로나 치료는 철저히 증상에 따른 맞춤 치료였다. 목구멍이 따끔거린다고 하면 그에 맞는 약을 주고 기침을 하면 또 그에 맞는 약을 주고 두통이 심하다고 하면 또 그에 맞는 약을 줬다. 그런 과정이 매일매일 계속됐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3회 약을 먹었다. 이대로 가면 간에도 영향을 미칠 것 같았다.
문제는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엄마였다. 입원 2일째 체온이 37.5도까지 올라갔다. 간호사는 미열이라고 했지만 걱정이 떠나지 않았다. 엄마는 5대 영양소를 갖춘 당뇨식단이었지만 한 두 숟가락 먹는 게 다였다. 먹지 못하면 병원 못나간다고 하면 한 두 숟가락 더 먹는 게 다였다.
당뇨도 문제였다. 220, 290까지 올라갔다. 담당의사는 혈당강하하는 약을 추가하겠다고 했고 중증으로 갈 위험이 큰지 주사제를 쓰겠다고 했다.
주사제는 셀트리온에서 나온 렉키로나주 라는 것인데 주의사항으로 약물이 들어가는 중이거나 투약 후 과민성 및 아나필락시스 반응의 나타날 수 있다는 내용에는 빨간 펜으로 밑줄을 그어가며 설명하는데 무서웠다. 아나필락시스. 인터넷에서 검색해보니 즉시 치료하면 별다른 문제없이 회복되지만 치료가 지연되면 치명적일 수 있다고 했다. 주사약이 들어가는 1시간 동안 엄마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주사를 맞은 후에는 가려운지 시도 때도 없이 몸을 긁었다. 그래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생각했는데 저녁식사 후에는 숨을 쉬기가 힘들다며 몰아쉬었다. 치료가 되는 게 아니고 병세가 점점 더 악화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면서 호흡도 안정을 찾아갔다.
이번에는 체온이 문제였다. 입원 이틀날부터 37.5도를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6일째 되는 날에는 38.5도까지 올라갔다. 1시간 뒤에 다시 쟀는데 38.3도. 떨어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해열제도 맞았다. 혈액도 채취해가고 CT촬영까지 했다. 후에 의사는 엄마가 체온이 높아서 혹시 염증이 있을까봐 걱정했는데 염증소견도 보이지 않고 또 CT상에서 폐에 이상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해줬다. 기저질환 때문에 크게 걱정했는데 이상이 없다니 천만다행이었다.
입원 7일째를 맞아 나도 다시 검체를 채취해갔다. 결과가 잘 나와야 할텐데 조마조마했다.
병원밥 먹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겪었던 인후통과 두통이 사라졌고, 코가 약간 맹맹할 뿐 별다른 증상은 없었던 차였다.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이 느껴졌던 차 입원 10일째 되는 날 입원실을 함께 썼던 죽전리 최모 할머니가 퇴원했다. 이어서 우리도 입원한지 11일째 되는 날 14일치 약을 받고 퇴원했다. 첫날 입원했을 때 7일째 검사를 하고 별다른 증상이 없으면 11일째 되는 날 퇴소한다고 했는데 일정대로 치료가 돼 완치된 것이다.

#감기? 아니 코로나 일 수 있어요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나타나는 증상은 천생 감기와 같다. 기침을 하거나 목구멍이 아프고 재채기, 콧물, 두통이 따른다. 백신주사를 맞았기 때문인 것 같다. 백신주사를 맞기 전 초기의 경험담을 보면 뼈 마디마디가 아프고 고열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폐를 공격해 호흡곤란으로 중환자실에서 산소치료까지 받았던 것과 크게 비교됐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감기가 낫는 것처럼 코로나도 나았다. 백신접종을 했기 때문에 무서운 것이 아니라는 것이 느껴졌다.
다만 코로나 확진자를 특별 관리하는 것은 아직은 치료제를 구하지 못하고 또 바이러스 전파력이 다른 무엇보다도 강하기 때문. 몸속에 들어온 바이러스가 사멸되는 동안 병원에 격리돼 증상에 따른 약을 복용하면서 증상을 치료하고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것일 뿐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확진자는 입원하면 기본 검사를 한 후 7일째 되는 날 다시 기본 검사와 검체를 채취해 경과를 살피고 11일째 되는 날 퇴원하는 방식으로 코로나 치료 과정이 운영되는 것이다. 그래서 감기와 같은 증세가 있으면 최대한 빨리 코로나 검사를 받는게 상책이다. 

#신선한 공기의 소중한 새삼 느껴
입원해 있는 동안 불편하고 견디기 힘든 것은 창문도 열지 못하고 바깥 공기를 마시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코로나에 확진된 사실보다 더 힘들었다.
음압기가 설치된 곳이라며 창문도 열지 못하게 했고 또 병실 문도 열지 못하게 했다. 10여평 남짓한 병실에 24시간 갇혀있으니 생으로 병이 날 지경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돼 입원 후 이튿날부터 두통 증세가 있었는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기 보다는 하루종일 갇혀있기 때문일 것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낮에는 작은 창문 밖의 풍경만으로 계절을 볼 뿐이었고 가로등과 조명등으로 붉힌 밤풍경을 구경하는 것으로 바깥세상과 교감했을 뿐이다. 거의 매일 병실을 걸으며 바깥 공기에 대한 관심을 끊었다. 병실을 크게 돌아 걷기도 하고 제자리에서 걷기를 하다 보니 만보를 채울 때도 있었다. 
퇴원으로 병원 문밖으로 나왔을 때 맨 먼저 한 것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  바깥 공기를 맘껏 마신것.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바깥공기를 먹고 싶다고 했다. 바깥 공기는 그만큼 간절했다.
코로나로 인해 내 삶에서 휴가 말고 이렇게 긴 휴식기를 가진 적이 없었던 것 같다.그리고 난생처음 병원에도 입원했다. 
위드코로나 시대이다. 확진자들은 계속 생기고 돌파 감염도 늘고 있다. 입원해 있으면서 느낀 것은 격리방법의 개선이다. 지금과 같이 격리에만 우선을 둘 것이 아니라 격리된 사람들의 삶의 질에 대한 고민도 요구됐다.
정신병동 입원환자들도 하루 중 일정시간 외부로 나와 햇볕을 쬐게 한다. 교도소 수감자들도 운동을 하게 한다. 백신과 치료약이 일상화 되기전이라도 코로나 확진자도 마스크 쓰고 외부에서 운동하거나 산책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공간, 별도의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실함이 느껴졌다.
<저로 인해 검사를 받아야 하는 불편을 끼쳐 죄송한데 오히려 저는 코로나 확진사실 공개 후 퇴원하기까지 지인 및 군민 여러분들께서 함께 걱정하면서 응원하고 지지해주셨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들이 계셔서 외롭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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