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내북면 이원리 점판암 채석장
(32)내북면 이원리 점판암 채석장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1.18 09:26
  • 호수 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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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북면 이원리와 흥망을 같이한 도쟁이 점판석
최대의 채석장이었던 내북면 이원리의 대석광산의 모습이다.1990년대 상수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채석허가가 연장되지 않아 사라져가고 있다.
최대의 채석장이었던 내북면 이원리의 대석광산의 모습이다.1990년대 상수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채석허가가 연장되지 않아 사라져가고 있다.

먼 옛날 보은 땅을 널리 중국에 까지 알린 것은 다름 아닌 삼년산성이었다. 서기 470년에 신라가'와산(옛날 보은지역 이름)'이라는 산골짜기에 3년에 걸쳐 견고한 성을 쌓아 삼년산성이라 부르면서 한강으로 나가는 전진기지로 삼아, 신라가 삼국을 통일하는데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면서 삼년산군(三年山郡)으로 행정구역을 승격시켜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당시는 전쟁을 위한 석성(石城)을 쌓을 때는 대부분 화강암을 사용하였으나, 삼년산성은 점판암을 판석으로 쪼개어 井(정)자 형으로 쌓아 1,500년이 지난 지금도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작은 진흙알갱이들이 쌓여 열과 압력으로 변성되어 만들어진 점판암은 일찍부터 두껍게 쪼개어 삼년산성의 성벽을 만들었을 뿐 아니라 생활에 도입하여 온돌방의 구들을 만들었고, 얇은 판석으로 다듬어 거의 반영구적인 수명을 가진 돌 너와집(돌 지붕)을 만들었다. 이번 주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고 있는'점판암'을 주제로 하고 최대의 채석장이었던 내북면 이원리의 대석광산을 찾았다.
이원리는 2006년 9월 11일 건립한 마을유래비와 보은군지에 의하면, 조선시대 행인의 편의를 도와주던 문라원(文羅院)이 있어 이원이라 하였는데,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백운동, 웅곡, 누곡을 병합하여 이원리(泥院里)라 하고, 내북면에 편입된 마을로 곰골, 다락골, 도쟁이, 백운동의 자연마을이 있었다. 곰골은 한때 내북면의 중심지로 내북면사무소(1934년-1984년), 보은경찰서 내북지서(일제강점기-1956년), 이원초등학교(1953년-1996년)가 있던 마을이다. 마을 중심지로부터 서북쪽으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약2km 올라가면 구봉산과 시루산 아래에 안방처럼 아늑하여 보은의 수령들이 청주를 가다가 쉬어 갔다는 도쟁이(道場谷)와 언제나 흰 구름이 얹혀 있다는 고려 말 최영장군의 이야기가 깃든 백운동(白雲洞)이 나온다. 이 두 마을이 최고의 점판석 생산지로 1970년대 초부터 1980년대 말까지 대석광산이 운영하는 7~8군대의 점판암 채석장이 있었던 지역이다. 
광산에는 어디나 사람과 돈이 몰려들고, 남포소리(화약 터지는 소리)가 마을을 흥청이게 만들었다. 대석광산 역시 내북면사무소와 함께 이원리를 180호가 넘는 큰 마을로 만들고, 최고의 호황을 누리게 하였고, 보은에 수많은 돌 너와집을 만들었다. 50년 전 이원리로 시집와서 지금까지 살고 계신다는 정숙자(73) 어르신은 "이원리가 지금은 보잘 것 없는 마을이 되었지만, 40년 전만 해도 대단한 마을이었어요. 내북면사무소가 있었고, 도쟁이에 돌 캐는 광산이 있어 항상 사람들이 넘쳐나고, 흥청거렸어요. 돌을 운반하는 구루마가 수시로 우리 집 앞을 지나 다녔지요." 하신다. 그러던 돌 너와집이 농촌새마을운동과 함께 슬레이트 지붕에 밀려 수요가 없어지고, 1990년대 초반 보은군이 상수도 관리지역으로 지정하면서 채석 허가를 연장하지 않아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고, 학교도 없어졌다. 도쟁이에서 만난 채석장에는 산사태를 방지하고자 흩어져 있던 점판석을 모아 축대를 쌓고 나무를 심었으나 잘려져 나간 절벽은 당시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았다. 
인적 없는 도쟁이는 옛날의 영화를 기억도 못하는 듯 번창했던 건축문화유산으로서는 너무도 허전하다. 이원리에서 표지석 하나쯤은 세워줘도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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