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공부
진짜 공부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0.29 12:53
  • 호수 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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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면 어느 누가 선뜻 명쾌한 답을 내려 줄 수 있을까. 답이 없는 숙제를 하듯 공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던져 본다. 공부란 분명 학문이나 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모두는 태어나면서부터 숙명적으로 제도권 교육의 틀 안에 갇혀 앞, 뒤, 좌우 둘러 볼 것 없이 앞만 보고 달린다. 누구 보다 조금 더 일찍 시작하고, 빨리 앞서가는 것만이 최선의 가치가 된다. 정해진 경주로를 달리는 말처럼, 무조건 내 달리길 강요당한다. 채찍질은 앞서갈수록 거세진다. 한편으론 잘못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그 폐해를 인정하면서도 맹목적 주입식 암기 위주의 학습은 지금도 견고하게 틀을 유지하고 있다. 공부를 잘해 야만이 잘 살고 행복해질 수 있다는 단순한 사고의 오류는 요즘에도 변함없는 진리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우리는 명문대학 최고 학과를 나와 그 어렵다는 사법고시를 통과하고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천박하고 편협된 사고와 무지한 역사 인식, 국가 운영 전반에 관한 무개념과 몰이해, 몰상식 속에서 쏟아 내는 궤변을 생생하게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행위 자체가 직접적으로 공부의 의미를 넘어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가지게 한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검사, 판사가 넘치는 정의감과 양심으로 불의의 어둠을 걷어내는 용기와 힘없고 소외된 사람을 돌보는 따뜻함과 오로지 진실만을 따라가는 공평함을 위해 스스로에게 엄격하고 바른 신념으로 공정한 심판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단순 암기와 기계적 문제 풀이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아 전국의 모든 학생을 일렬로 줄지어 세운 기형적 제도의 산물이 그들을 만들어 냈다. 머리 좋고 공부 잘해 그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어느 개인의 삶을 처참하게 무너뜨리고, 사회 공동체 전반에 끼친 해악과 폐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더욱 큰 문제는 무한 경쟁의 시대, 첨단 정보통신의 발달과 이들의 융합으로 전 세계가 혁신적 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싸인 4차 산업혁명의 복판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전 근대적 교육의 틀안에서 맴돌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꾼게 가장 큰 교육 개혁이란 말이 씁쓸하다. 아이들은 아직도 선택의 문이 좁다. 분명 길은 넓게 열어 두었으나, 먼저 시대를 경험한 사람들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아이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빛나는 청춘의 싹을 튀울 마당은 넓고 넓은 데 한 곳만을 파고들게 하고 하나만을 이루어 내게 한다. 그렇게 달려간 그 끝에는 결국 누구의 꿈도 미래도 없는 삭막한 사막이나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정글 같은 무대만이 가로 놓여 있다. 더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스무 살이 넘어 성인이 되고 나서야 다시 온전하게 자신만을 위한 진짜 공부를 찾아 새로운 길을 나서는 청춘이 부지기수다.
진짜 공부는 가슴 뛰는 일을 찾아가는 과정이라 했다. 그 길은 누구도 가로막을 수 없다. 남들이 넘을 수 없는 벽이라 해도 기꺼이 도전한다. 그 길엔 맞고 틀리고의 문제 또한 없다. 그 길은 오롯이 자신만의 가치 있는 삶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이 시키는 일을 설레는 마음으로 해나가는 공부는 얼마나 즐거운가. 그 공부엔 어떤 차별도 줄 세우기도 존재하지 않는다. 더불어 지식이 아닌 지혜를 찾는 공부를 해야 한다. 삶의 지혜는 교과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선로 위를 달리는 기차처럼 정해진 길로만 가는 공부도 접어 두자. 날개를 달고 마음껏 꿈의 나래를 펼치는 공부를 하자. 나만의 공부는 비교할 수 없는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그 공부는 정해진 과목도 스승도 교실도 없다. 나이 제한도 없다. 내가 배우고자 하면 그것이 중요 과목이다. 내가 길을 찾고자 하면 그곳에 스승이 있다. 마주하는 모든 공간이 교실이고 학교이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공부는 설레임과 기쁨으로 다가온다. 
직업에 귀천은 없다는 말의 무게는 엄중하다. 다만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며 천대하는 사람이 있을 뿐이다. 그들은 분명 공부가 덜된 사람이고 진짜 공부를 못한 사람들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찾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무한한 길을 열어 주는 것이 참교육의 시작이다. 우리 모두의 진짜 공부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다.

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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