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와 동아리
쓰레기와 동아리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10.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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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장의 주변을 둘러보면 쓰레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이렇게 교내에서 발견되는 쓰레기는 두 경우입니다.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와 누군가 놀러왔다가 버리고 간 쓰레기입니다. 이 학교의 아이들이 버린 쓰레기는 그 출처가 확실합니다. 매점에서 파는 간식 브랜드가 '자연드림'인데 보은의 다른 곳에서는 팔지 않거든요. 맛있는 것을 야외에서 놀면서 먹고자 하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를 하지만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행위는 이해받을 수 없습니다. 대체로 고학년보다는 좀 더 어린 아이들이 그런 경향을 보이는데 이 지점은 무엇보다 중요하고 심각한 순간입니다. 어린 아이들이라고 하더라도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게 되면 결국 누가 치워야 하는지 모르는 것이 아닙니다. 알면서도 귀찮으니 그냥 버립니다. 그렇기에 이런 작은 행위는 이기적인 습성의 시작점이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멀리하는, 자기 밖에 모르는 사람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이 소위 말하는 출세를 하게 되면 결국 사회에 위협적인 인물이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손가락질을 받는 고위직들의 대부분이 어릴 때부터 그런 이기적인 생활을 해왔을 거라 생각합니다. 과장된 해석 같지만 어릴 때부터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아이는 편한 만큼 스스로의 인간성도 버리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학교의 교육목표를 '쓰레기를 책임 있게 버리는 어린이', '정리정돈을 잘하는 어린이'로 내세우는 곳도 있습니다. 한 주의 생활목표가 아니라 학교의 최종적 교육목표로 말이죠. 정말 멋지고 '큰 꿈을 품고 세계로 나가는 어린이'와 같이 두루뭉술하고 허황된 문구보다 훨씬 실제적이고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자신의 삶을 자유로이 꾸려가되 그 과정에서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 좀 더 나아가 환경에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추구함을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타인과 환경에 피해를 주는 것은 결국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니 그 이기심의 싹을 키우지 말자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쓰레기를 아무렇게나 버리는 것, 자신이 사용한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것은 이기심의 싹을 키우는 대표적인 행위입니다.
그렇다고 혼을 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은 이해를 하고 스스로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아이들에게 있어서 단호함이 아닌 무서움은 그들의 기운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거짓을 키우는 이상한 효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결국은 대화가 필요하고 그들의 목소리로 이뤄지는 회의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하는 것 같습니다. 그 과정을 뒷바라지 하는 것이 어른의 몫인데 이것이 그리 쉽지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비슷하더군요. 평소에는 이야기를 잘 하다가 정식으로 회의가 시작되면 이상하게 눈치를 보죠.
동아리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팝업 스토어를 본 따서 팝업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는데 조건은 딱 두 가지입니다. '두 명 이상이 모여 즐거운 활동을 할 것', '언젠가는 베풀기'입니다. 매체 게임을 제외한다면 어떤 주제로도 동아리를 만들 수 있고 해체도 간편합니다. 두 명 이상이 모여 계획서만 작성하면 동아리가 뚝딱 생겨나고, 다모임 회의에서 해체를 선언하면 그 동아리는 종료임을 알게 됩니다. 가장 큰 장점은 동아리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주문을 해준다는 것인데, 하리보 젤리부터 보석 비즈와 무릎보호대까지 다양한 물품을 요구합니다. 추가로 부원을 받는지의 여부도 본인들이 결정합니다. 운동 동아리의 경우 부원들이 많아야 여러 운동을 구애받지 않고 할 수 있으니 공개적으로 부원을 모집하기도 하고, 친목을 좀 더 다지고 싶은 경우에는 추가 부원을 받지 않는 닫힌 동아리를 하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이상하게 물컹거리는 물체를 만지며 힐링을 추구한다는 닫힌 동아리가 생겼는데 여기에 들어가고 싶은 후배 아이가 서운해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 팝업동아리는 학교의 일과에 존재하는 적은 비율의 자유 시간을 좀 더 풍성하게 해주고 싶은 나름의 궁여지책입니다. 경험해본 아이들은 쉽게 만들고 미련 없이 떠나며 또 금방 만들더군요. 요즘 아이들의 특성인 것 같은데 이것저것 시도해보는 것이 기특해서 도와주고 싶습니다.

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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