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보은읍 용암리, 많은 전란에도 인명피해 없던 십승지지였을 정도로 재난없는 평화로운 마을
(20)보은읍 용암리, 많은 전란에도 인명피해 없던 십승지지였을 정도로 재난없는 평화로운 마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9.30 09:52
  • 호수 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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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용바위골(龍巖)
이슬이 아름다운 백로가 지난 들녘은 점점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있다. 보은읍 중심지인 삼산리에서 볼 때 북서쪽에 위치한 보은읍 용암리, 용바위골(龍巖)은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안고 있다. 옛날 하(下) 용암에 두 개로 쪼개진 커다란 바위가 있었는데, 그 형상이 하늘을 향해 입을 벌린 용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 것이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 용암리는 무네미, 공말(꿩말 또는 구멍말로 기록되어있다.) 대비마을이 합쳐 하나의 마을을 이루고 있다. 예전엔 대비마을이 규모가 가장 컸다고 한다. 대비 마을은 대나무가 많이 자라 그리 불렀다고 한다. 지금은 가장 작은 마을이 되었다.
1910년 일제는 토지 수탈 목적으로 우리의 고유마을이름을 없애고 행정편의주의로 마을을 통폐합 하면서 의미도 뜻도 없이 마을이름을 지었다. 우리 조상들은 바위하나 옹달샘하나라도 그것에 따른 의미와 뜻에 가치를 부여하여 이름을 명명했는데 일제는 그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정답고 아름다운 우리고유의 마을 이름을 다시 찾아내는 작업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용암리도 용 바위 전설을 품고 있지만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마을 앞에 물 좋은 옻샘이 있어 전국에서 나병환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룰 정도로 찾아왔다고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찾아오는 바람에 마을사람들이 돌로 옻샘 입구를 막았다는 전설이 있다. 용암은 그만큼 물이 좋은 마을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용암은 읍내 도심에서 자동차로 4~5분정도 걸리는 가까운 마을이지만 밖에서 마을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운둔 형 마을이다. 그러다 보니 조용하고 옛 인심을 간직하고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멀건 죽 한 사발 마시고 나무 한 다발 팔고 오면 점심은 굶는 것이 다반사였던 마을이지만 온정이 넘치는 마을
마을을 찾았을 때 마을회관 앞에 있는 고추 밭에서 분무기로 약을 치는 김월순 (82)어르신을 만났다. 황인섭 이장의 어머니였는데 어르신은 그 연세에도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일을 하시고 계셨다.
"어르신 좀 쉬어가면서 하시지요?" 하고 아는 척을 하니 "그럽시다. 어디서 오셨나요?" 하고 필자의 방문을 물어 보신다. "아~!네 마을 소개를 하고 있는 양화용입니다." "그래요? 우리 마을은 크게 자랑할 만한 것이 없을 건데요." "아~유 괜찮습니다. 특별한 이야기 보다는 어르신들이 살아온 이야기가 듣고 싶어 찾아온 것이니 힘들었던 이야기 좀 들려주셔요. 그나저나 뜨거운 햇빛인데 힘들지 않으셔요?" 하고 필자가 걱정스런 눈으로 쳐다보니 "그렇잖아도 자식들이 일하지 말라고 성화입니다. 하지만 크게 할 일도 없고 운동 삼아 심심풀이로 하고 있는 것이니 그리 힘들진 않아요." "아 그렇군요. 하여간 너무 무리하시지 말고 쉬엄쉬엄하셔야 됩니다. 어르신은 이 마을에서 사신지 얼마나 되셨나요?" "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세월이 55년 조금 넘었답니다. 그때는 살기가 참 어려웠어요. 자식들 먹여 살리고 가르치느라고 쉴 틈이 없었지요. 멀건 죽 한 사발 마시고 오전에 나무 한 다발 머리에 이고 장에 가 팔고 오면 점심은 굶는 것이 다반사였답니다. 옛 날엔 다들 그렇게 살았지요. 예전에 우리 마을엔 좋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었는데, 지금은 다들 돌아가셨답니다. 다들 열심히 살았는데 세월이 그렇게 흘러갔네요."
마을회관 마당에 앉아 필자와 대화를 하시는 어르신은 말씀을 하시면서 옛 마을 사람들을 생각하시는지 한 동안 말이 없으셨다.

#왕재 날에는 소원을 들어 주는 큰 소나무가 있었지요. 서낭나무라 불렀는데 그곳에서 돌을 하나 던지고 소원을 빌면 들어주던 마을 수호신 같은 나무가 있던 마을
어르신에게 마을 이야기를 듣고 무내미(옛 용암이름)를 찾아가는데, 김제분(77)어르신이 고추를 정리하고 계신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마을이 참 조용하고 아늑하네요." 하고 말을 건네니,"네 우리 마을은 예전부터 특별한 일없이 조용하게 사는 마을이랍니다." "이 마을에 오래 사셨나요?" 하고 필자가 물어보니 "50년 살았지요. 그때는 마을사람들도 많이 살았지만 지금은 50가구 정도가 살고 있는 마을이랍니다."
김제분 어르신과 이야기를 마치고 돌아 서는데, 마을입구 용암농장에서 사과 작업을 하시는 가족 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가던 걸음을 멈추고 인사를 건네는데, 박준석(63)전 평통 자문회의 회장이 부인과 사과작업을 하고 있었다.
"우리 마을 뒷산은 왕재 날이라는 고개가 있었는데 그곳을 서낭 골이라고 불렀답니다. 그곳에 서낭나무라고 하는 큰 소나무 한 그루가 있었지요. 고개를 넘나들 때면 서낭나무에 돌을 하나 던지고 소원을 빌면 들어 준다는 전설이 있었답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나무하러 갈 때면 왕재 날 서낭나무아래에서 땀을 식히고 고단함을 달래곤 했지요. 당시에는 서낭나무에 금줄을 처 놓고 마을의 안녕을 빌곤 했어요. 어찌 보면 우리 마을의수호신 같은 나무였는데 지금은 없어졌답니다." "왜요?" 하고 필자가 물어보니 "용암 쓰레기 매립장이 들어서고부터 시름시름 앓더니 어느 날 죽었다고 한다. 당시 소나무가 고사하고 2~3년 사이에 마을 사람들이 몇 분 돌아가셨다고 한다.
소나무와 마을 분들이 돌아가신 것이 어떤 인과관계가 있는 지는 밝혀진바 없지만 마을사람들의 염원이 깃든 소나무의 죽음은 마을사람들에게 큰 실망감을 준 것은 사실 인듯하다. 지금은 마을이 안정되어 마을 사람들과 화합이 잘 되고 이웃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서로 내일처럼 돕고 잘살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높은 소득을 올리며 이웃 간에 정이 넘치는 살기 좋은 마을
추석용 사과작업을 하고 있던 박준석 회장은 바쁜 시간에도 싫은 내색하지 않고 마을 앞 용암 산에 대해서도 알려줬다. "저 앞산이 용암 산인데, 80년대 큰 수해가 나서 마을 정리 작업을 하기 전까지는 산 끝에 커다란 바위가 있었답니다. 지금은 마을정리 사업을 하면서 없어졌지만 그런 바위는 살려두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마음이 지금도 많이 남아있답니다. 우리 마을의 상징이기도 한 바위인데, 참으로 아까운 생각이 들곤 하지요."
"올해 사과 작황은 어떤가요?" 하고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물어보는데, "연 초에 마음고생을 많이 했답니다. 꽃이 필 때 쯤 냉해가 와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다행히 큰 피해는 보지 않았습니다. 농부들은 추수가 끝날 때 까지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지요. 사과도 수확은 했지만 가격이 맞아야 하는데, 그리 좋은 편은 아니라 걱정입니다. 농민들은 이래저래 힘드네요."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판사가 나왔던 선비마을은 수많은 전란에도 인명피해가 없었던 십승지지 
마을 뒤쪽에 판서 터라는 작은 터가 있었다. 가난한 집이었지만 똑똑하고 총명해서 마을사람들의 도움으로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는데 훗날 판사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은 들로 변하였지만 1980년대 수해가 나기 전까지 마을사람들의 자부심을 심어 주었던 터라고 한다.
마을사람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마을입구에 세워져있는 유래비를 살펴보는데, 용암리는 속리산의 일지 맥으로 서쪽에 왕자(王字) 모양이 있는 왕재봉과 부를 뜻하는 돼지 봉우리 자락에 문암, 용암, 대비 세 마을로 구성되어 있고 마을 앞 산기슭에 큰 버드나무아래 용을 닮은 바위 밑에서 용이 승천하여 용암이라 하였다고 한다. 지금은 풍수해로 버드나무와 바위가 사라져 안타까운 마음을 갖게했다.
태평성대를 상징하는 봉황새가 살았다는 왕 새 고개가 전해지는 전형적인 농촌마을, 보은읍 용암리. 예전부터 인의를 숭상하고 인명을 중시해 많은 전란에도 인명피해 없던 십승지지였다고 한다. 그러므로 지금도 큰 재난 없이 살아가는 마을이라고 쓰여 있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용이 하늘로 승천했다는 전설을 안고 있는 보은읍 용암리 마을 표지석.
용암 마을 버스정류장.
용암 마을회관
용암리 마을유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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