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보은읍 성족리 명천
(23)보은읍 성족리 명천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9.09 11:32
  • 호수 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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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조차 찾기 힘든 김정선생 생가의 명천
충암 김정선생이 마시고 자란 우물로 보은읍 성족리 생가터에 남아있는 명천의 모습이다.
충암 김정선생이 마시고 자란 우물로 보은읍 성족리 생가터에 남아있는 명천의 모습이다.

옛날부터 산세가 수려하고 물이 좋은 고장에서는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했고, 장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보은지역에도 훌륭한 인물을 배출한 동네에는 어김없이 이름난 우물이 있었고, 일부는 지금도 전설을 품에 안고 주위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있다.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이번 주 보은에서 태어난 사람 중 가장 명망이 높았다고 생각되는 충암 김정(沖菴 金淨) 선생이 마시고 자란 우물을 주제로 하고 생가 터에 남아 있다는 명천(名泉)을 찾아 보은읍 성족리를 찾았다.
성족리는 소나무가 많아 소라리라 부르다가, 조선 현종 때 좌의정을 지내신 우암 송시열이 충암 김정 선생의 출생지인 것을 알고, '대현지 후가성족( 大賢之 後家聲足)'이라 해서 성족이 됐고,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시 소라리와 백인말을 합쳐 성족리라 하고 보은읍에 편입된 마을이다.
1486년 이 마을에서 태어난 문간공(文簡公) 충암 김정 선생은 3세에 할머니로부터 글을 배우고, 마로면 관기리에 있는 고봉정사에서 최수성, 구수복 선생과 함께 학문을 연구하고 강학하다가 1507년 22세에 대과에 장원급제해 도승지. 대사헌, 형조판서를 역임하면서 정암 조광조와 더불어 미신타파, 향약확산, 현량과(賢良科 : 조선 중종 때 조광조 등의 제안으로 실시된 관리 채용 제도) 신설, 정국공신의 위훈 삭제 등 개혁정치를 펼치다가 역적으로 몰려 제주도로 유배되었다. 신사무옥 때 제주에서 사약을 받고 절명시(切命詩)를 남기고 36세의 젊은 나이로 사사되었으나, 1646년 복권되어 영의정에 추증된 분이시다.
성족리에 있는 명천(名泉)은 어머니 김해 허씨가 1485년 충암을 잉태하였을 때 손수 판 우물이라고 하며, '명천은 나라가 평화스러울 때는 물이 맑고 맛이 좋으나, 나라가 어지러울 때는 물이 나오지 않거나 더러워 먹을 수 없었다'고 보은군지에도 기록된 우물로 충암 선생이 태어나서부터 보은을 떠나 대전 회덕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마시고 자란 생명의 원천이었다.
그동안 충암의 유적은 대덕군 동면 내탑리에 있던 묘소와 사당, 별묘, 산해당, 은진 송씨 부인의 정려각 등 유적은 대청호의 담수로 1978년 대전 동구 신하동으로 이전해 관리하고 있으며, 유물은 2010년에 초간본 '충암집'등 고문서 695점을 국립청주박물관에 기증하였고, 2016년에는 충암 종가 가전유물(家傳遺物) 600여점이 대전시립박물관에 기증되었다. 출생지인 보은에는 석천암(2019년 9월 복원) 마저 헐려버려 유허비와 명천이 남아있는 유일한 유산이다. 명천(名泉)에 대한 안내표지판이 없어'보은 김정 유허비(충북 문화재자료 제80호)'에서 동네 주민에게 물어 밭둑을 따라 40미터쯤 올라갔으나 우물을 찾을 수가 없었다. 동네 주민이 알려준 장소는 팥을 심은 밭으로 둘레에 차광막 울타리를 만들어 놓았다.
며칠 후 다시 찾아가 마을의 역사를 가장 잘 아신다는 김홍필(81) 어르신을 찾았다."작년에도 내가 가서 보았는데 직경 2m에 깊이는 1m 정도로 자연석으로 둥그렇게 쌓아 만든 우물로 바닥이 말라 있었어요. 옛날에는 아무리 가물어도 물이 풍부했다고 했는데 요즈음은 자주 바닥이 보였지요" 하신다.
어르신을 모시고 올라가 찾은'명천'은 메워져 가운데로 차광막 울타리가 지나가 형체조차 짐작이 되지 않았다. 경남 산청에 있는 남명 조식 선생의 유적지를 찾았다가 보은의 대곡 성운선생의 유적을 생각하면서 느끼었던 참담함이 몰려온다. 명천을 다시 복원해 후대에 물려줄 수는 없는 것일까?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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