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작은 마을 여러 개가 모여 이루어진 시골 인심이 살아있는 마을 중초리
(18)작은 마을 여러 개가 모여 이루어진 시골 인심이 살아있는 마을 중초리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9.02 09:58
  • 호수 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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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간간히 비가 내린다. 벌써 몇 일째 내리고 있다. 요즘 비를 처서비라고 한다. 옛 부터 보은에는 처서에 비가 오면 보은처녀 울고 간다. 라는 말이 있다. 처서 전후에 비가 많이 오면 대추에 피해가 오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적당한 처서비는 약비라고 해서 대풍년을 예고하기 때문에 올해 보은 농사는 대풍을 기대하고 있다.  소중풋개 중초개, 중초포(中草浦)라고 불렀던 중초리를 소개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다.
일제시대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중초리는 여러 마을로 형성되어 있었다. 중초리는 보은읍에서 북서쪽 방향으로 5분 거리에 있는 전원마을이다. 지형이 금계 포란 형으로 명당 터가 많고 조용하다 보니 도시에서 제2의 삶을 살고자 터를 잡는 분들이 부쩍 늘어난 마을이다. 몇 년 전 마을 앞에 골프장이 생겨 교통량이 늘어나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옛 시골 풍경을 담고 있는 휴양 마을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제시대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중초리는 여러마을로 형성되어있었으나 지금은 조용하고 시골인심이 아직도 살아 있는 30여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중초1구, 중초2구의 모습이다.

#조용하고 인심후한 전원마을
어르신들을 만나기 위해 마을회관을 찾아가니 회관문은 잠겨있고 회관 앞 정자나무아래 어르신들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노티에서 6살 때 이사 왔어, 지금까지 줄 곳 이곳에서 살았지" 마을회관 앞 정자나무 그늘에서 만난 최월순(88)어르신께서 80년을 넘게 살았다며, "그때는 우리 마을에 100여 가구가 넘게 살았어요. 면사무소가 이원으로 이사 가기 전 우리 마을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는데, 지금은 30여 가구 60여명이 살고 있지요. 그때는 살기가 많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서로 돕고 살았지" 하시면서 마을회관 주변 풀을 뽑고 계시는 부녀회장(65)을 부르신다. "회장님! 뜨거운 햇빛에 무슨 일을 그리 열심히 하세요? 이리 오셔서 좀 쉬세요"하고 필자가 아는 체를 하니 그제야 일손을 놓고 그늘로 오신다. "아니 무슨 일을 그리 하셨나요?" "회관주변에 풀이 많아 조금 뽑고 있었어요. 어디서 많이 보신 분 같은데, 어디서 오셨나요?"하며 필자의 방문을 물어 보신다.
"마을소개 글을 쓰는 양화용입니다. "하고 인사를 하니 "아~! 신문에서 봤어요. 우리 마을은 조용하고 시골 인심이 아직도 많이 살아 있는 마을이랍니다. 특히 마을주민들 사이에 어려운 일이 있으면 서로 도와주려고 하는 협동심이 많이 살아 있는 마을이지요."

일제시대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중초리는 여러마을로 형성되어있었으나 지금은 조용하고 시골인심이 아직도 살아 있는 30여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중초1구, 중초2구의 모습이다.
일제시대 행정구역이 개편되기 전 중초리는 여러마을로 형성되어있었으나 지금은 조용하고 시골인심이 아직도 살아 있는 30여가구 60여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는 중초1구, 중초2구의 모습이다.

#보은 청주 길목에 있던 마을은 장날만 되면 사람들의 쉼터역할을 했다.
"예전 우리 마을은 청주를 오고가는 사람들이 지나 다니던 마을이었답니다. 여기를 지나 곰 골을 가려면 고개를 넘어가야 하는데, 그 길이 진흙 길이라 참 힘 들었다고 해요." 옆에서 조종순 부녀회장님의 말을 듣고 있던 박화순 (83)어르신이 말씀을 이어가신다. "내가 22살 때 시집을 와서 이날까지 살고 있는데요. 우리 마을은 협동심이 남다른 마을이랍니다. 마을회관을 지을 때 마을 남자들은 돌을 지게로 지고 날랐고 여자들은 정으로 돌을 잘게 깨어서 지금의 마을회관을 지었답니다. 그만큼 우리 마을은 협동심이 많았어요." "아~ 그랬군요. 정말 고생 많이 하셨네요." 지금은 어르신들의 건강 관리실로 사용하고 있는 옛 마을회관을 바라보시면서 지을 때를 회상하시는 어르신의 말씀을 듣고 있으니 당시 중 초리 마을사람들의 협동심을 보는 듯해 왠지 모르게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임헌호 이장과 부녀회장들이 마을 일을 너무나 잘보고 있어 항상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들지요. 마을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것을 보니 임헌호 이장과 부녀회장이 얼마나 마을을 위해 노력하는지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마을회관을 지을 때 마을 남자들은 돌을 지게로 지고 날랐고 여자들은 정으 돌을 잘게 깨어서 지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협동심이 느껴진다.
마을회관을 지을 때 마을 남자들은 돌을 지게로 지고 날랐고 여자들은 정으 돌을 잘게 깨어서 지었다고 한다. 마을 주민들의 협동심이 느껴진다.

#청주 장을 보던 소몰이꾼들이 바깥소식을 제일먼저 듣고 전해 주던 마을
마을 어르신들과 한 참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주민 한분이 지나가시면서 "어디서 오셨나?" 하시면서 다가오신다. "옛 날에 우리 마을 앞에 주막집이 있었어요. 그곳은 청주장과 보은장을 오고 가던 소몰이꾼들이 쉬어가기도 하고 배고픔을 달래주던 곳이지요." "아 그럼 청주까지 걸어 다니셨나요? "하고 필자가 궁금한 듯 물어 보니 "네! 그럼요. 옛 날에는 다 걸어 다녔어요" 논에 다녀오는 중이라는 박종욱(77)어르신이 마을의 옛 풍경을 소상히 알려주신다.
"옛 날에 청주장을 다니시는 분들은 짚신을 만들어 걸빵(짚으로 만든 섶 망태기, 지금의 배낭)에 넣고 다니다 떨어지면 갈아 신고 다녔어요. 그리고 옛날 우리 마을에는 마을 회의가 있으면 징 꾼이 마을 뒷산에 올라가 징을 치며 회의가 있다고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답니다" "안내 방송 역할을 했군요" "맞아요. 마을 방송시설이 없어사람이 징을 들고 뒷산에 올라가 마을회의 소식을 알렸답니다. 당시 우리 마을은 청주로 가는 나들목이었지요. 이원가는 쪽으로 제비고개가 있었는데, 모양이 제비집처럼 생겼다고 해요. 제비고개 쪽으로 사기점이 있었을 정도로 우리 마을이 번화했답니다. 예전에 마을 앞산쪽으로 산지당골이라고 해서 큰 소나무가 있고 물 맑은 샘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산재를 지내곤 했답니다. 지금은 다 옛날이야기가 되었지요." "아~! 그러셨군요. 그런 문화가 계속 이어지면 좋은데 아쉽네요"

#충절과 정절을 지키는 선비들이 많이 살았던 마을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끝내고 마을 유래비를 살펴보는데, 중초(中草)는 초개리 중앙에 위치해서 풋개의 중앙이 되므로 중초라 했다고 한다.
풋개의 풋은 푸새라는 말로 저절로 나서 자라는 풀이라는 우리 고유의 말인데, 이것을 한문으로 풀이하면 초개(草介)가되므로 조선시대에는 상중하초계리라 불렀고 1894년 갑오경장이후 상초, 중초, 하초 3개리로 나뉘었다고 한다. 정유재란 때 가평인 이여규라는 분이 이원으로 가는 제비티에서 왜적을 만나 죽음을 당했는데, 그의 부인 경주김씨도 함께 화를 당해 충절과 정절의 마을로 이름이 높았다고 한다. 면사무소가 이원으로 이전되기 전까지 행정 중심지였는데, 1987년 보은읍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한다.
마을 유래비를 읽고 보니 필자가 마을에 들어올 때 부녀회장이 마을회관마당 풀을 뽑고 있었는데 어르신들이 마을일을 잘한다는 칭찬이 그냥 했던 말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사실 마을봉사라는 것이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필자는 이장과 부녀회장 같은 분들이 있어 살기 좋은 마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조금 전 반갑게 맞아주시는 부녀회장은 "귀농7년차인데 제 손을 좀 보세요"하시면서 굽은 손가락을 보여주신다. "시골 내려와 7년을 살다보니 손이 이렇게 되었네요. 그래도 손이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러워요"라면서 "공기 좋고 인심 좋은 중초리가 좋아요" 라며 유괘하게 웃는다.
아마도 어르신들을 위하고 봉사하는 마음이 몸의 고달픔을 이겼나 보다. 이장과 부녀회장을 보니 지금도 숲속의 작은 마을 중초리는 충절과 정절이 마을사람들에게 집단 무의식으로 내려오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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