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운 점이 없다는 아이들
아쉬운 점이 없다는 아이들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9.02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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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동안 학교를 다녔으나 정작 손으로 할 줄 아는 것은 문제풀이 뿐이다'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비판하며 함께 목공수업을 시작한 지 어느새 3년이 지났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주말을 함께 하며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자신의 손의 재주를 겪었고 기뻐했습니다. 대부분 "제가 이런 것을 했다니 신기해요."라는 반응을 보였죠. 그 신기함은 분명 자신감의 한 부분으로 치환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목공수업은 능동성을 키워가는 과정입니다. 전과 후의 변화가 확실합니다. 나무 앞에서 아무것도 할 줄 몰랐던 아이가 어느새 머릿속에 그렸던 것을 구체화해나갑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손을 기특하게 여깁니다. 완전한 소비자에서 조금은 벗어납니다. 몰입을 경험하는 것은 덤입니다. 알음알음 번진 입소문은 청주의 아이들까지 오게 만들었습니다.
2주 전에는 3일짜리 비숙박형 캠프를 진행했습니다. 1년의 과정 중에서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드는 작업이 주제였습니다. 아이들은 3일 동안 강사들이 제작해놓은 기본 뼈대에 살을 붙여나가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2층에 데크와 계단을 놓아야 하고 본인들의 희망에 따라 그네나 미끄럼틀을 만들기도 합니다. 자르고 결합하며 상상하는, 상반기에 익힌 기술들의 총 집합이라고 할 수 있죠.
놀이터는 두 동을 만들기로 했고 강사가 4명이기에 아이들을 네 조로 나누어 한 동을 두 조가 책임지기로 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원하는 조를 골라서 들어갔고 담당 강사로부터 장비 수여식을 하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장비는 허리에 차는 공구벨트입니다. 주로 피스를 넣어두어 꺼내쓰기 쉽게 합니다.
"자, 이 놀이터에 무엇을 할지 생각해보세요." "얘들아 우선 계단이 필요하지 않겠니?" 강사마다 다른 방식으로 문을 엽니다. 하지만 첫날은 대체로 얼어있습니다.
자신보다 훨씬 큰 구조물을 만들어 본 적이 없으니 당연히 막막합니다. 상상은 쉬우나 '정말 내가 그걸 만들 수 있나?'하는 의문도 가득합니다. 하지만 의문도 막막함도 시간이 해결해줍니다. 걱정에 쏟는 열정으로 다른 무언가를 하면 성공한다고 하죠. 어느덧 계단이 생기고 난간이 달리면서 얼어있던 아이들은 사라집니다. 중학생 여자 아이들은 합판을 재단하여 1층을 마루처럼 만든 뒤 나무를 깎아 윷을 만들어 놀고 있습니다. 그 위 2층에서는 책을 읽을 수 있는 방을 만든다며 벽체를 짜고 있습니다. 옆 동의 아이들은 구름다리를 만들어 그 끝에는 미끄럼틀을 만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목이 마르면 아이스박스에서 원하는 음료를 골라서 마시고 12시 즈음에 되면 어머님들이 맛있는 점심을 줍니다. 코로나 때문에 각자 멀찌감치 떨어져 먹어야 하지만 일하다 먹는 밥은 꿀맛입니다. 하루는 요리사로 일하는 아버님이 오셔서 국물 떡볶이를 해주십니다. 흥이 올라온 아이는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릅니다. 가수 같다는 칭찬에 메들리가 이어집니다. 정말 더운 날이지만 놀이터 위에 차광막을 펼쳐놓으니 버틸 만은 합니다. 예전 같았으면 미끄럼틀 밑에 수영장을 두어서 워터슬라이드를 만들었겠지만, 지금은 그것이 불가하니 물총놀이에 만족하기로 합니다. 물에 젖기 싫은 아이들은 해먹이나 평상에서 쉽니다. 꽤 웅장한 놀이터에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상반기 소감을 적는 시간입니다. 제발 자세히 써줘요. 그래야 우리가 발전할 수 있지요." 특히 아쉬운 점을 잘 적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아이들의 관점이 정확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정작 아쉬운 것은 답변입니다. '없음. 완벽해서' '더 놀고 싶다. 계속하면 좋겠다' '기간이 너무 짧다. 더 많은 것을 만들고 싶었다' '시간이 너무 빨리가요'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요'
종합하면 더 많이 하지 못해서 아쉽다는 것이었습니다. 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강사들의 몫으로 남았으나 재미, 맛있는 것, 여유, 친절한 사람들이 어우러질 때 아이들이 즐거워한다는 것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수고하는 우리 어른들에게 가장 강력한 피드백이 된다는 것을 아이들이 알고 있나 봅니다. 자화자찬하는 목공 이야기였습니다.

칼럼니스트  강 환 욱
보은교육협동조합 햇살마루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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