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회인면 건천리 소 외양간
(21)회인면 건천리 소 외양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8.26 10:18
  • 호수 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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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조차 사라져간 우리 마을 소 외양간
회인면 건천리 소 외양간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소가 논과 밭갈이를 하는 일꾼 이었으므로 집집마다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하나씩은 있었지만 지금은 농기계 사용 등으로 인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회인면 건천리 소 외양간의 모습이다. 예전에는 소가 논과 밭갈이를 하는 일꾼 이었으므로 집집마다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하나씩은 있었지만 지금은 농기계 사용 등으로 인해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 의하면 '신라 눌지왕 22년(438) 백성들에게 소로 수레를 끄는 법을 가르쳤다'는 기록이 있고, '지증왕 3년(502)에는 주주(州主)와 군주(郡主)에게 명하여 농사를 권장케 했고, 소를 몰아서 밭갈이를 했다.'라는 기록으로 보아 소는 1천500년간 이상을 사람들과 삶을 같이 영위해 왔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소가 편히 쉴 수 있도록 아래채의 부엌 옆이나 아궁이가 있는 따뜻한 곳에 외양간을 마련해 놓고 극진히 보살펴 왔다. 그러던 소 외양간이 이제는 넓은 들판에 만들어진 공장(축사)으로 나가 주민들 간의 싸움의 대상이 되고, 풍겨오는 악취로 곁에 가기조차 싫어하는 기피의 대상이 되었고, 소 외양간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이번 주 '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소 외양간을 주제로 하고 보은군내에서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소 외양간을 찾아 회인면 건천리를 찾았다.
건천리는 회인에서 보은으로 가는 25번국도 수리티재 아랫마을로, 본래 회인군 읍내면의 지역으로 자갈이 많아 냇물이 늘 말라 있었으므로 건천이라 하였는데,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건천리라 하고 회인면에 편입된 마을이다. 이 마을에는 보은군내에 있던 2역(驛) 7원(院)중에 공태원이 자리하고 있던 유서 깊은 마을이기도 하다.
보은군내 마을을 답사하면서 끝내 찾지 못했던 소 외양간을 공태원1길 17번지의 폐가에서 발견하고는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폐가라 주인이 없어 사실 확인은 안 되지만, 집의 규모로 보아 꽤 부농으로 짐작되는 농가의 아래채에 만들어진 외양간은 황토 벽돌로 쌓고 안쪽을 시멘트로 발랐다.
구시(여물통)는 통상 통나무를 파내서 만든 나무구시나 돌로 만든 구시에 비하여 시멘트 블록으로 쌓고 회 모래를 발라 정리한 시멘트 구시를 사용하였다. 구시는 하나를 두는데 비해 2개를 만든 것을 보아 작은 소 2마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구시와 연결하여 통나무 2개를 세로로 세우고, 가로로 2개를 연결하여 소가 뛰어 넘어오지 못하도록 만들었고, 외양간 위에 설치한 작은 시렁은 잡다한 농자재를 두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아 주인의 섬세함이 엿 보인다. 아마도 이곳에서 살던 소들도 이 집의 가장 든든한 일꾼으로, 큰 재산으로, 친구로 살아오면서 구루마를 끌어 짐을 운반해 주고, 쟁기를 끌어 논밭을 갈아주고, 배설물로 농토를 비옥하게 만들어 풍요를 도와주고, 새끼를 낳아 재산을 증식시켜 주고는 끝내 자신의 고기와 가죽을 인간에게 헌납하고 사라져 갔을 것이다.
보은지역에는 1980년 까지만 하여도 소는 농사일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되는 최고의 일꾼으로 농가에서는 집집마다 소를 키우는 외양간이 하나씩은 있었다. 그러던 외양간이 경운기가 들어오고, 소가 논과 밭갈이를 하는 가축에서 고기를 공급하는 식육용으로 바뀌면서 이제는 아예 흔적조차 없어졌다.
지역에 따라 오양간, 쇠막 등으로도 불려온 소를 먹이고 재우는 외양간 안에 앉아 커다란 눈을 지그시 감고 평화롭게 돼 새김을 하는 모습은 또 하나의 농촌의 평화스러운 풍경이었다. 여름철 오후에 소를 풀밭에 풀어 놓고 주먹만한 콩 개구리를 잡아 모닥불에 구어 먹고, 소를 타고 달리기 경주를 하다가 집으로 돌아와 소를 탔다고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던 일은 아주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보은농경문화관에 이런 외양간 모습을 하나 만들어 놓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움으로 다가 온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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