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산외면 백석 흰돌물다리기
(19)산외면 백석 흰돌물다리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8.12 10:30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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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복원된 흰돌 물다르기 역사의 뒤안길로
산외면 백석 흰돌물다리기. 식수와 생활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어온 샘물로 300년간 한번도 마른적이 없어 마을의 풍요와 발전의 원천이 되었다.
산외면 백석 흰돌물다리기. 식수와 생활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어온 샘물로 300년간 한번도 마른적이 없어 마을의 풍요와 발전의 원천이 되었다.

보은에는 속리산 탑돌이, 북실 기세배, 법주사 송이놀이, 동안뜰 두레놀이, 흰돌물다리기 등 수 많은 민속놀이들이 있었다. 우리 선조들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민속놀이 등은 문화의 암흑기인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대부분 소멸되었다가 뜻 있는 분들의 노력으로 조금씩 복원 전승되고 있으나, 요즈음 보은지역에 젊은이들이 없고, 민속 문화에 대한 관심 부족으로 어렵게 복원된 민속놀이 등이 급속히 소멸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번 주'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어렵게 복원되어 마을 사람들을 신명나게 만들었던'흰돌물다리기'를 주제로 하고 산외면 백석리를 찾았다.
백석리는 흰돌(차돌)이 많아 흔들 또는 백석이라 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장갑리 일부를 병합해 백석리(白石里)라 하고 산외면에 편입된 마을이다. 지금도 밭에 있던 흰돌바위(1리)를 마을입구에 세워 놓아 마을의 유래를 알리고 있다. 흰돌마을에는 뒷산인 장구봉(長久峰)의 유방혈이 내려와 젖무덤 자리에 각각 두 개의 큰 샘이 만들어졌다. 식수와 생활 및 농업용수로 사용되어온 이 샘물은 300년간 한 번도 마른 적이 없어, 흰돌마을 사람들은 마을의 풍요와 발전의 원천이 이곳에 있다고 생각해 빼앗기지 않겠다는 마음이 강하였고, 인근 나맥이 마을(장갑2리) 사람들은 물이 귀해 항상 흰돌마을이 시샘의 대상이 되었다.
물의 근원을 빼앗아 와서 마을의 풍년을 이루고 질병을 막겠다는 강한 생각이 '물 다리기 놀이'가 생겨났다. 물 다리기는 물 빼앗기의 충청도 사투리이다.
'흰돌물다리기 놀이'는 정월보름에 흰돌 마을에서 샘 고사를 지내고, 나맥이 마을에서는 산신제를 지내고, 두 동네에서 샘의 근원을 훔치고, 지키기에 사력을 다하는 놀이로, 흰돌 마을과 나맥이 마을에서 전승되다가 맥이 끊겼는데, 충북민속예술연구위원회가 1985년 이 놀이의 제보를 받아, 3년 동안 연구와 고증 끝에 재현했다.
'흰돌물다리기놀이'에서 꽹과리를 치셨다는 송일헌(93) 어르신은 "'내 생애에 물다리기 놀이'할 때만큼 살맛 날 때가 없었어요. 온 동네 사람들이 힘이 펄펄 넘쳤지요. 동네 젊은이들이 없어 또 맥이 끊겨 가슴이 아파요" 하신다. '흰돌물다리기 놀이'는 마을마다 농악대12명, 양병꾼 10명, 놀이패 23명 등 두 마을의 주민 90명이 풍물 24조, 농기(農旗) 2조, 양병 8개, 우물세트 3개, 산 세트 2개, 기타 소도구를 들고 입장하여 서로 인사하고, 흰돌 마을은 샘고사를, 나맥이 마을은 산신제을 지내고, 나맥이 마을 양병꾼들이 몰래 양병에 물을 가득 퍼 담은 후 물을 줄줄 흘리면서 자기 마을의 우물로 가면서 "물 달여 간다" 하고 외치며 물줄기를 끌고 간다. 뒤 늦게 물을 도둑맞은 사실을 안 흰돌 마을과 나맥이 마을은 주민들을 총 동원하여 싸워 흰돌 마을이 승리하고 나맥이 마을의 농기는 땅에 떨어진다. 흰돌 마을 촌장은 나맥이 마을 촌장을 엄하게 꾸짖고 나맥이 마을에도 물줄기를 나누어주어 두 마을이 싸움 없이 화목하게 지내게 되면서 끝을 맺는 놀이이다. 이 '흰돌물다리기 놀이'는 1987년 안양에서 개최한 제28회 전국민속예술경연대회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고, 1995년 제2회 전국청소년민속예술제에도 보은농공고(현 충북생명고) 학생들이 참여했고, 속리축전 개막식에서도 시연돼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아 왔으나 시연학생 참여의 어려움으로 다시 중단돼 여러 사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맥을 이어가고 우리 모두 즐길 방법은 없는 것일까 ?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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