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장환 시인을 보은에 가두지 말라"
"오장환 시인을 보은에 가두지 말라"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8.12 10:16
  • 호수 6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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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상 응모자격 지역민 등 한정하는 보은군 입법안 논란
출향작가 등 보은군 누리집에 이견 제기하고 SNS 통해 성토 이어져
정 군수, "보은인들에 의한 문학제 시도에 동의않는 진의가 무엇인가" 반문
제2회 오장환문학상 시상식 및 시노래콘서트의 모습.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당시 위원장인 도종환(오른쪽)시인.(본사 2009년 9월 자료사진)
제2회 오장환문학상 시상식 및 시노래콘서트의 모습. 이금희 아나운서가 진행을 맡았으며 당시 위원장인 도종환(오른쪽)시인.(본사 2009년 9월 자료사진)

올해 14회째인 오장환 문학상 공모를 앞두고 보은군이 돌연 응모자격을 군민 및 출향인으로 한정하는 조례안이 입법예고되자 오장환 문학상을 동네 상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비난이 잇따르고 있다.
보은군이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11일까지 '보은군 오장환 문학상 운영 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조례 안 중 응모자격을 '보은군내 거주자(1년 이상)와 출향인사에 한정한다'고 규정했다.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충북 작가회의 등 문인들은 보은군의 입법예고 안을 비난하며 보은군의 누리집 자유게시판의 비판의 글을 게재했다.
보은군 출신인 충북작가회 유정환 시인은 보은군 누리집 자유게시판에서 "오장환 시인을 기리는 이유는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않고 돌파해 나간 문학정신을 잊지 않고, 그 작품을 널리 알리고 후세에 전하려는 것이 취지인데 수상 대상자를 보은군민과 출향인사로 한정한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은 처음 본다"고 지적했다.
유 시인은 또 "오장환이라는 이름 때문에 전국 각지의 문인 작가들이 보은을 기억하고 말하고 찾아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훌륭한 시인을 배출했다는 자부심을 짓밟는 보은군의 입법예고한 조례안은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고을 안에서 문학상을 돌려가며 주고받는다면 이미 상으로서 의미도 없는 것이고, 그저 돈을 쓰는 일에 불과하다며 문학상을 없앤다고 한다면 안타까워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예산은 늘리고 수상 범위는 좁히는 이런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르겠다"며 질타했다.
이종수씨도 "오장환 시인의 문학성과 가치는 보은을 빛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 문학사를 빛내고 함께 공유해야 하는데 편협하게 보은군민에만 한정지어 문학상을 제정하고자 하는 것은 시대 요구에 뒤떨어지는 일"이라며 "오장환문학상의 당초 뜻을 거스르지 말고 계속 빛내고 보전할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 사업에 몰두해달라"고 주문했다.
이뿐만 아니라 작가들도 단톡방에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오장환 시인이 불쌍하게 됐네요. 그저 돈 쓰는 구실 노릇을 하게 됐으니…"라며 안타까워하고 "어이없는 발상이다. 오장환 시인을 보은군 안으로 제한하는 시대착오적 발상, 분개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대한민국이 기억하고 기려야 하는 시인을 좁은 고을 안에 가둬 초라하게 만드는 일은 없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본보에서 운영하고 있는 핫빵밴드에도 보은군의 입법취지에 반대하는 의견이 줄을 이었다.
입법예고 마감일인 8월 11일 보은군 문화예술팀에서는 이메일, 전화 등으로 제시한 의견은 총 8건이고 본보의 핫방밴드의 의견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지역주민들이 오장환 시인을 잘 몰라서 지역문학인을 발굴을 통해 지역에서 먼저 이를 활성하고 오장환 문학성을 홍보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의견 수렴을 취합해서 전체적으로 검토해 조례안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8월 11일 오장환 문학상 관련 조례안에 대한 비판 의견이 이어지자 보은군은 보도자료를 통해 "현재까지 13년 동안 외지인들이 주도해 개최해 온 오장환 문학상은 행사를 주관한 운영위원회 구성도 외지인이 다수였고 심사위원도 5인 모두 외지인 이었으며 수상자도 모두 외지인 이었다"며 "보은 군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오장환을 만드는 문학제가 돼야 한다", "외지 수상자들 시낭송하고 외지인들에게 손에 끌려가는 1시간 맛보기 행사는 이제 그만 하자" 라고 말하는 등 해마다 약 1억 원 예산을 들이는 오장환 문학제의 기본 틀을 바꿀 때가 됐다는 여론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또 운영 위원회와 심사 위원회 구성, 행사 주관·공모·심사·시상 등 전반을 보은인 중심으로 바꿔 미래 오장환 시인을 배출하기 위해 보은군내 거주자와 출향인사를 대상으로 초·중·고·대학생, 일반인들의 작품을 공모하고 심사해 시상하고 수상작품을 책자로 발간해 군내 학교·학생·군민들에게 배부하는 등 보은 군민들에게 친근한 오장환을 만들어 보자는 자성의 여론이 늘어갔다고 덧붙였다.
정상혁 군수는 "지금까지의 오장환 문학제는 그만하고 보은 군민들이 다수 참여해 함께 즐기는 보은인들에 의한 오장환 문학제를 만들겠다는데 새로운 시도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의 진의가 무엇이냐"고 반문하면서 "진정한 보은인이라면 그리고 오장환 시인에 관심이 있다면 개선안을 비판하기 전에 그동안의 오장환 문학제를 돌아보고 더 뜻깊은 문학제를 만드는데 좋은 의견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오장환 문학상은 한국의 참여와 전위시의 선구자인 보은출신 오장환 시인을 기리기 위해 2008년 실천문학사와 보은문화원이 공동 제정해 현재는 솔 출판사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이후 2012년 신인상을 제정했고 2018년엔 오장환 시인 탄생 100주년을 맞아 디카시 상도 제정해 운영하는 등 오장환 문학상의 지평을 넓혀왔다. 그리고 탄생 100주년을 맞아 오장환 시인 기념 논문집, 평전 등을 집대성한 오장환 전집도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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