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보은읍 죽전2리, 역사속 아닌 지금도 사용하는 잠곡샘이 있는 마을
(14)보은읍 죽전2리, 역사속 아닌 지금도 사용하는 잠곡샘이 있는 마을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7.29 09:55
  • 호수 601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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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수 지낸 여헌 장현광 선생 고향 인동으로 갈 때 일화가 적암 속곳바위 전설로 남아

#물 맛 좋은 죽전(잠곡.蠶谷)약수가 있는 마을
전국에서 약수 물로 유명한 곳을 꼽으라면 청송의 달기약수, 청원의 초정약수, 봉화의 오전약수가 아닐까 한다.
그런데 보은에도 이들 못지않은 약수가 있다. 바로 죽전2(잠곡)리에 깨끗하고 순한 물맛을 자랑하고 있는 죽전(蠶谷)약수가 있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처서가 지나 아침저녁으로 서늘한 바람이 불기는 하지만 아직 삼복 중 말복이 남아있는 요즘 한 나절 기온은 불볕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필자는 다른 마을과 다르게 죽전2리를 소개하기 위해 마을회관을 찾아가기 전 죽전(蠶谷)샘과 여헌(旅軒) 장현광(張顯光)선생 청덕비를 먼저 찾아보았다. 그 이유는 첫째 죽전 샘의 물맛이 지금까지 유지되는지가 궁금했고, 두 번째 1596년 쯤 보은군수를 지낸 여헌 장현광 선생의 추모비가 잘 보존되고 있는지가 궁금해서였다.
마음이 급한 필자가 한나절 무더위 속에 찾아간 장현광 청덕비(淸德碑)는 그런대로 보존되고 있었으며, 물맛 좋기로 소문난 죽전(잠곡)샘은 누구의 손길이 닿고 있는지 너무나 깨끗하고 위생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죽전(잠곡)약수 샘이 깨끗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을 보니 죽전2리 주민들의 샘을 아끼는 마음이 대단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반가운 마음에 약수 물을 한바가지 단숨에 마시니 시원하고 달달한 뽕나무(桑白)약수가 뜨거운 삼복더위를 시원하게 날려버린다.
   

보은고등학교 교문 인근에 보은군수를 지낸 여현 장현광 선생의 창덕비가 있다

#'장택상(張澤相)씨도 인정한 보은군수 출신 철학자 여헌 장현광 청덕비가 있는 마을
조선시대 장현광은 철학저서를 많이 남겼을 뿐만 아니라 분명한 철학적 주제를 가지고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던 정치가이자 철학자였다. 그가 주장한 이기경위설(理氣經緯說) 등 각종 철학저서는 사후 그의 아들과 제자들에 의해 곳곳에서 간행되었다고 한다.
즉 필자가 장현광 선생의 청덕비를 처음 본 것은 15년 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 청덕비가 관리되지 않고 방치되다 시피 하는 것을 보고 안타까워했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에 죽전2리 마을소개를 받고자 회관을 먼저 가지 않고 청덕비를 찾아간 것이다.
인간의 심성과 우주진리가 이(理)와 기(氣)는 선후가 없이 서로 수평적 균형을 이룬다는 것이 필자의 평소생각이지만 이황선생의 심합이기설(心合理氣說)이나 이이선생의 성리심기설( 性理心氣設)이나 장현광 선생의 이기경위설(理氣經緯說) 등도 모두 가치가 있는 철학적 이론으로 보은에 장현광 같은 학자가 군수로 제직했다는 것만으로도 최고의 지역이고, 그의 청덕비가 죽전2리에 있다는 것만으로 죽전(잠곡)은 학식 높은 지성인들이 많이 배출되는 마을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다. 와산을 배후로 두고 있는 죽전 잠곡(蠶谷)마을, 상백수(桑白水)를 먹고 살아온 분들이라 장수하는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를 하며 마을회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죽전2리 마을자랑비와 정자. 마을의 유래와 역사가 고스한히 담겨져 있다.<br>
죽전2리 마을자랑비와 정자. 마을의 유래와 역사가 고스한히 담겨져 있다.

#정자가 아름다운 마을
이창희(56)이장님과 통화를 하고 마을의 현황과 내력을 듣고자 이장님의 생활터전인 죽전주유소를 찾아갔다.
죽전2리는 200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오손도손 살고 있는 마을이며, 서로가 상부상조하는 미덕을 간직하고 있는 종용한 마을이라고 말씀하신다. 특히 죽전2리는 교육에 대한 열정이 높은 분들이 사는 마을이라 성공한 자제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이곳 주민들은 마을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다고 한다. 1975년에는 남학생 전용 보은고등학교가 개설된 곳이고 현재는 남녀공학으로 국내 우수한 대학교에 학생들을 입학시키는 얘기도 전해줬다.
이장님과 마을 현황을 나눈 후 회관을 찾아가는데, 남산(와산)을 뒤로하고 언덕배기에 자리 잡은 마을회관은 2층으로 되어 있고 마당한쪽 아담한 정자와 유래비가 자리하고 있다. 한강건너남쪽, 보은고을 2리에 터를 잡은 잠곡(蠶谷)은 영산으로 알려진 와산의 동쪽 품에 자리 잡아 예로부터 마을주위에 뽕나무가 많아 누에를 치고, 길쌈에 힘쓰니 잠실이라 부르고 잠곡 이라 표기한 역사가 깊은 터전이다.
조선시대 서니면에 속하다. 1895년 읍내 면에 편입되고 이후 죽전리로 표기했다. 1975년 보은고등학교가 개교를 하니 마을은 급속도로 발전하게 되었고, 마을 내에 솟아나는 맑은 샘물은 보은최고의 약수터로 명성이 자자했다.
마을 앞은 은사들로 해마다 풍년가가 울려 퍼질 정도로 땅이 비옥하고 조선의 으뜸인 여헌 선생을 표상으로 삼아 충효롭고 근면하며 검소함을 바탕으로 옛 것을 온전히 지키고 미풍양속을 보존하며 새로운 문물을 빠짐없이 받아들여 역사 깊은 죽전이 되겠다는 마을 유래비를 보니 필자가 죽전(잠곡)샘에서 생각했던 마을 인상하고 너무나 일치하는 것을 느꼈다.
마을회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어르신들 몇 분이 오침을 하고 계신다.
필자가 들어서는 소리에 모두 일어나셔서 필자를 맞아주시니 송구한 마음이 더 할 나위없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마을소개 글을 쓰고 있는 양화용"입니다. 하고 인사를 드리니 "괜찮아요. 어서 와요" 하시면서 김상월(88)어르신이 반갑게 맞아주신다.
이국영(83) 어르신께서 "아이구 이 땀 좀 봐!" 하시면서 감사하게도 수건을 건네주시더니 에어컨과 선풍기를 틀어주신다. 시원한 바람이 온몸을 감싸는듯하다.
"어르신들! 주무시는데 죄송합니다." 하고 오침을 방해한 사과를 드리니 고옥남(80) 어르신께서 지난주 죽전1리 기사를 잘 보았다고 하시면서, "그거 아세요? 우리 마을에 전국에서 최고로 좋은 샘이 있다는 거를요." 하시면서 필자가 묻기도 전에 마을자랑을 하신다. "혹시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어떤 샘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그럼요.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좋은 샘이 있어요. 한번 가보실래요?" 하신다.
"아~네! 마을 입구에 있는 샘은 조금 전에 다녀 왔구요. 혹시 또 다른 샘이 있나요?" 하고 여쭈어 보니 옆에 있던 임복희(88)어르신과 원양서(87)어르신, 구광희(81)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웃(윗)골샘 이야기를 하신다.
"내가 시집올 때 우리 마을은 사람들이 많이 살았어요. 그리고 샘물이 좋아 그곳에서 동네 대소사를 보곤 했지. 웃골 샘은 옛날엔 바가지로 물을 퍼 담을 정도로 물이 많았어요. 샘 청소하는 날은 마을사람들 모두 나와 함께 일을 했지, 그날은 부침개도 지지고 막걸리도 마시는 마을 잔치하는 날이었어요. 청소가 다 끝나면 우물제사를 지냈답니다." 하며 고옥남 어르신께서 마을 이야기를 하신다. 

죽전2리의 잠곡샘은 예로부터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타지 사람들이 찾아와 물을 길어가곤 했던 잠곡샘은 지금도 사용하는 현재 진행형 샘이다.

#밥이나 국을 끓이면 맛이 더 좋아졌다는 잠곡(蠶谷)샘물
고옥남 어르신과 다시 찾은 잠곡샘은 수량이 풍부하고 물맛이 좋아 서울이나 타지방 사람들도 물을 길어간다고 했다. 어르신께서 떠주신 샘물을 한 모금마시니 역시나 시원하고 달달한 물맛이 부드럽게 더위를 식혀준다.
"잠곡샘물은 맛이 좋아 이 샘물로 밥이나 국을 끓이면 맛이 더 좋았답니다." "그런데 어르신 샘이 매우 깨끗한데 누가 관리하는 분이 계시나요?" 하고 처음 방문했을 때 너무나 깨끗한 인상을 주었던 샘에 대해 궁금한 마음에 물어보니 샘 옆에 있는 집을 가리키며, 곽 면장 부인이 지극정성으로 우물을 관리하고 계신다고 말했다. 곽 면장 부부는 마을을 위해 너무나 많은 애를 쓰시는 고마운 분들이라고 하시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곽 면장이 누구 인지를 모르는 필자이지만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생색내지 않고 봉사하며 살아가시는 곽 면장 내외분 같은 분들이 있어 아직은 보은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을 하며 필자의 발걸음은 녹음이 짙어가는 은사들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늦은 오후 푸르른 은사들 논둑길을 걸어가며 석양에 비친 들판을 바라보니 어디선가 풍년가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마을 소식을 듣고 돌아오는 길목에 활짝 피어있는 능소화가 나그네의 발걸음을 사로 잡는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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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사람들 2023-06-29 15:59:55
사용하셔도 됩니다.

이경진 2023-06-23 16:00:14
안녕하세요.... 죽전공동우물 사진 사용해도 될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