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탄부면 벽지리 찬샘 약수터
(18)탄부면 벽지리 찬샘 약수터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7.29 09:38
  • 호수 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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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띠와 피부병을 돌보던 찬샘 약수터
피부병 약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무더운 날씨에 땀띠나 피부염을 앓던 시절 찬샘 약수터를 찾아 시원한 물을 온 몸에 퍼부어 달래곤 했다.
피부병 약이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무더운 날씨에 땀띠나 피부염을 앓던 시절 찬샘 약수터를 찾아 시원한 물을 온 몸에 퍼부어 달래곤 했다.

초복과 중복이 지나는 요즈음 35-6도를 웃도는 폭염으로 아우성이지만, 선풍기와 에어컨은 물론 손풍기를 손에 들고, 얼음조끼까지 입고 일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 '땀띠(체온 조절을 하는 땀샘이 과로로 염증이 생기는 질병)'라는 용어 자체도 생소하다. 그러나 불과 50년 전만하여도 농촌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초복과 중복이 지나면 무더운 날씨에 체온 조절이 안 되어 온몸에 일어난 땀띠로 상처투성이가 되었다. 가려움을 참지 못하고 긁어 심한 피부염을 앓고 있으면서도 가을의 서늘함이 빨리 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는 하였다.
피부병 약이 널리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우리 어머니들은 궁여지책으로 삼복더위 속에서 일하느라 파김치가 된 몸으로,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인근 약수터를 찾아 시원한 물을 온 몸에 퍼부어 땀띠를 달래고 집으로 돌아오곤 하였다. 이번 주'우리 동네 문화유산'에서는 약수터를 주제로 하고, 옛날부터 전국적으로 이름이 났던 탄부면 벽지리 찬샘 약수터를 찾았다.
벽지리는 2003년 12월 31일 세운 벽지마을 유래비에 의하면, 푸른 숲(碧林)과 푸른 못(池)이 있다하여 벽지라 하다가 1914년 행정구역 폐합 때 벽지리(碧池里)라 했고, 옛날부터 절이 있어'절골'이라고도 불렀다.
약 400년 전 차씨(車氏)가 들어와 살면서 터전을 마련했다고 한다. 벽지리는 삼가(비룡)저수지의 수역권내에 있는 곡창지대로 1971년에는 통일벼 다수확 부분에서 전국 일등을 차지한 마을이기도 하다. 벽지리 찬샘 약수터는 동네 입구의 벽지 못 좌측에 있는 수로를 따라 약400m쯤 올라가면 찬샘길 97번지로 가는 다리 밑에 위치하고 있다. 입구에는 2003년 12월 31일 찬샘 약수터를 탄부면-1호로 관리하는 시설이라고 표지판을 세워 놓았으나, 지금은 전혀 관리가 안 되는 것 같다. 지금도 누군가는 사용하는지 찬샘 약수터 바위 위에는 플라스틱 바가지가 놓여 있다.
찬샘 약수터는 평평한 바위 중간에 있는 아주 작은 옹달샘으로 물이 잘 나오지 않는다고 하였으나, 요즈음 비가 자주 와서 그런지 물이 꽤 많이 흘러나오고, 샘 안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벌레 유충들의 놀이터가 되어 있다. 벽지마을 유래비에'찬샘은 유명한 약수로 이조 중엽부터 피부병에 좋다는 소문이 전파돼 각지에서 특히 여름철에 물 맞으러 오는 사람이 많았고, 약수(藥水)을 길어 갔다.'는 기록을 근거한다면, 찬샘은 적어도 300-400년간 사람들의 피부를 다스려준 명의의 약수이다.
동네 입구 버드나무 정자에서 만난 김갑례(91), 이옥순(86) 어르신은 찬샘 자랑이 대단하시다. '찬샘은 물맛도 좋았지만 비누 없이 얼굴을 씻어도 매끈매끈 아주 촉감이 좋았어요. 땀띠와 부스럼(피부병)에는 명약이었지요.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와 씻고, 바르고, 물을 길어 갔어요. 신기한 것은 개고기 등 비린내 나는 음식을 먹고 가서 물을 뜨려면 작은 뱀들이 몰려 나와 도망을 갔어요. 샘은 작아도 수량이 많아 계속 퍼내도 물이 마르지 않았지요.' 하신다. 여름내 땀띠로 고생하신 어머니들은 벽지 사람들이 얼마나 부러우셨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찬샘 약수터'는 현재 사용하지 않고, 주위도 훼손되어 예전의 영화를 상상할 수 없지만, 벽지 사람들이 옛날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주위를 정비하고 샘을 복원하여 국사봉을 찾는 등산객들에게 시원한 찬 샘물 한 바가지 선물하였으면 하는 기대를 해 본다.
서성범(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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