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기장 일광산임도- 투자한 만큼 주민들은 숲을 찾는다
②기장 일광산임도- 투자한 만큼 주민들은 숲을 찾는다
  • 박상범 기자
  • 승인 2011.08.11 09:39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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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광역시 기장군 일광면에 위치하고 있는 일광산(383m)은 정상 부근을 제외하고는 가파른 오르막이 없고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부산시민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정상에 올라서면 동쪽으로는 일광해수욕장이 한눈에 들어 올 정도로 전망이 훌륭하다. 날씨가 맑을 때는 일본의 대마도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보이기도 한다고.

기장군은 이런 일광산에 1995년 10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매년 2~3㎞씩 약 20㎞의 임도를 조성했으며, 2007년에는 일광산과 아홉산을 교량으로 연결하고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 13㎞의 일광테마임도를 조성했다. 일광테마임도가 조성되면서 기존 MTB코스(부산아시안게임 산악자전거 경기가 열림)와 생활체육공원을 찾는 부산시민들이 늘었고, 외지인들까지 찾아와 등산과 산악자전거를 즐기고 있다.

기장군 기장읍에서 동래구로 향하는 국도 31호선을 타고 가다가 기장초등학교를 조금 지나 기장읍 만화리 두화마을을 찾아 들어오면 일광테마임도의 시작지점을 만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숲에 정성을 쏟다
일광테마임도는 기장읍 만화리 두화마을(샛터)부터 시작해 철마면 웅천리 곰내재 정상에서 끝이 난다. 시작점인 두화마을 샛터에는 테마임도라고 쓰인 커다란 바위가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부터 약 300m는 경사가 있는 관계로 콘크리트로 포장되어 있으며, 울산부산간 고속도로 교각이 있는 곳부터 흙으로 된 임도가 시작된다. 하지만 경사가 심하고 굴곡이 심한 곳은 미끄럼을 방지하고 흙과 자갈의 유실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포장을 해놓았다. 걷는 주민들은 다소 불만을 이야기 할 수 있겠지만, 산악자전거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곳을 처음 찾는 탐방객들을 위해 일광산 임도 안내도, MTB코스 안내판, 등산로 안내도는 물론 임도 곳곳에 마을유래 안내판, 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적힌 이정표 등이 잘 구비되어 있다. 작은 것부터 주민을 위한 지자체의 배려가 느껴진다.

농림과 산림계 하창훈(37) 주사는 “일광산 임도가 도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관계로, 평일에는 기장군 주민들이 일광산을 찾아 건강관리를 하고 있으며, 주말에는 외지 탐방객들이 많이 방문하고 있다"며 “일광산 뿐만 아니라 기장군에 대한 첫 인상이 중요하므로 각종 안내판과 이정표를 잘 갖추고 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일광산 임도에 대한 관심과 정성은 민관이 함께 하고 있다.

임도 곳곳에는 주민들이 직접 가꾼 꽃길과 화단이 조성되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봉사단체나 등산동호회에서 자발적 참여해 조성한 덕분에 겨울을 제외하고는 해송, 벚나무, 무궁화, 동백나무, 진달래, 수련, 원추리, 참나리 등의 꽃들이 탐방객들을 맞아준다.

군에서는 주민들과 탐방객들의 건강과 편의를 위해 황톳길 조성, 운동기구, 쉼터, 연못, 화장실 등을 조성해놓고 있다. 또한 해마다 별도의 사업비를 책정해놓고 주민들의 민원을 반영한 편의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올해는 1억3천만원을 투입해 목조벤치를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더불어 임도 자체를 유지보수하기 위한 비용만 연간 9천만원에서 1억원의 예산을 세워놓고 있으며, 임도관리원 3~5명을 기간제 근로자로 고용해 상시 임도를 관리하고 있다.

임도 곳곳이 흙으로 메워진 흔적을 볼 수 있었는데, 방문 전날 내린 폭우로 인해 패여나간 임도를 보수한 것이라고 한다. 발 빠른 대처가 엿보인다.

일광테마임도와 일광산 MTB코스는 여러 곳에서 교차를 한다. 임도를 걷다보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당시 산악자전거 경기가 열렸던 MTB 코스가 눈에 띤다. 또한 일광테마임도와 여러 곳에서 겹치고 교차하는 일광산 등산로가 임도 변에 뻗어 있다. 임도에서 약 1㎞의 가파른 등산로를 올라가면 일광산 정상에 설 수 있다. 주말이면 5백에서 1천명 정도가 일광산 정상을 오르는데, 등산거리나 시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주민들은 일광테마임도를 따라 몇 시간을 더 걷고 산을 내려간다고.

쉼터에서 만난 이홍주(51, 기장군)씨는 “일광산은 부산에 있는 산중 깊고 넓은 산이다. 하지만 임도는 높지 않은 곳에 조성되어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여자들과 노인들이 걷기에 딱이다. 일광산 갔다 오고 아쉬운 남자들이 임도를 따라 좀더 걷기도 한다"고 말했다.

10년 넘게 일광산을 찾는다는 김화영(57, 동래구)씨도 “평일에는 집 근처 금정산과 오봉산을 가고 주말에는 숲이 우거지고 등산코스가 다양한 일광산을 찾는다. 그동안 화단도 조성해 놓고 군데군데 황토도 깔아놨고 쉼터도 잘 만들어 놓아 많이 좋아졌다"면서 만족감을 표시했다.

일광테마임도는 일광산 쪽 구간은 기장군 및 부산시민들이 많이 찾으므로 인해 여러 가지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는데, 반해 아홉산 쪽의 구간은 자연 그대로의 임도 모습이었다. 숲이 우거져 전 구간이 그늘진 말 그대로 숲 터널이다. 조용한 곳을 찾아 걷거나 산악마라톤을 즐기는 주민들은 아홉산 쪽을 자주 찾고 있다고.

13㎞의 임도 끝자락에 도달할 때 쯤, 마라톤 복장을 한 무더기 주민들이 가픈 숨을 몰아쉬며 옆을 스쳐간다. 공기 좋고 시원한 숲을 온 몸으로 즐기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친자연적인 임도를 지향한다
일광산테마임도는 2007년 각종 편의시설과 볼거리를 임도에 조성하면서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임도를 친자연적인 임도로 조성방향을 잡았다.

일광산에서 나온 나무로 배수로를 만들었고 집수구 뚜껑도 나무로 덮었다. 약수터나 쉼터 지붕도 나뭇가지를 엮어 올린 것은 물론, 간벌시 베어낸 나무를 가로로 잘라 50~60㎝ 통나무 의자를 만들어 쉼터 주변에 놓았다.

오는 8월말까지는 능숙화나 담쟁이 넝쿨이 타고 올라가도록 부산에서 나는 대나무로 울타리를 만들어 줄 작업을 하고 있다. 작은 계곡에서 흙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대신 바위를 쌓아 사방댐 역할을 하도록 하기도했다.

그러나 주민들로부터 강한 질책을 받은 일도 있다. 임도변 낭떠러지 위험을 줄이기 위해 나무보다는 단단한 알루미늄으로 가드레일을 설치했던 것이 민원의 대상이 됐다.

기장군내 임도를 관리하고 있는 김영원(57) 작업반장은 “일광산 임도 곳곳에 절벽과 낭떠러지가 있어, 등산객이나 특히 자전거 동호인들의 안전을 위해 알루미늄을 사용했는데, 민원이 빗발쳤다"면서 “본심을 몰라주는 주민들에게 서운한 점은 있으나, 이후에는 친자연적인  나무로 가드레일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창훈 주사는 “기장군은 주민들의 복지와 관광차원에서 임도를 추가로 조성하고 보수관리하고 있다"면서도 “지금의 일광테마임도 명성은 주민들의 적당한 민원제기도 한 몫 했다"며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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