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수원 못골시장, 매일매일 북적북적
①수원 못골시장, 매일매일 북적북적
  • 송진선 기자
  • 승인 2011.08.11 09:37
  • 호수 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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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 위기, 그래도 탈출구는 있다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못골시장은 2008년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문전성시) 첫 대상지였다. 바로 이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행 후 못골시장은 주변의 대형마트가 아닌 이 못골시장에서 물건을 사는 주민들로 평일에도 북적북적 거린다.

못골상인회(회장 이충환)에 따르면 문전성시 프로젝트 시행 이후 빈 점포가 없고 하루 방문객이 1만3천500여명으로 사업시행 전보다 30%이상 증가했고 점포의 하루 매출 또한 50만원은 평균이고 하루 100만원~200만원 매출을 올리는 것도 허다하다. 연매출 10억원을 올리기도 한다.

 

#시장을 살려보자 의식 싹터
이렇게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는 못골시장도 장사가 안됐었다. 수원시 팔달문 근처의 남문시장을 형성하는 9개의 작은 시장 가운데 하나인 못골시장은 총 87개의 점포로 이뤄진 상가 건물형 시장인데 1975년 문을 열었을 당시만 해도 시장 이름 하나 없이 변변한 점포도 없어 아낙네들이 함지박을 놓고 물건을 팔았던 노점이었다. 그나마 남문은 중심지였기 때문에 오산, 화성, 신갈, 용인 사람들이 버스를 타고와 이곳에서 물건을 구입했을 정도로 노점골목이더라도 장사가 잘돼 건물이 들어서고 점포가 생기고 시장의 형태를 갖춰갔다.

그러다 90년대 말 도시 개발로 남문은 구도심으로 전락해 더 이상 중심지가 아니었고 대형마트가 생기고 오산이나 신갈, 용인 등도 개발되면서 굳이 이곳을 찾을 필요가 없어졌던 것이다.

파리만 날리는 날이 많아지자 2003년 상인회를 결성하고 젊은 업주들이 중심이 되어서 잘되는 시장을 보고 배우자며 버스를 임대해 전국의 시장을 견학했다. 1년에도 여러 차례 잘되는 시장을 견학하면서 상인들도 눈을 뜨기 시작했다. 상품 진열해놓은 거며, 인테리어, 시장안 정지선을 지켜 진열대를 설치한 것, 손님을 맞이하는 행동 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인들에게 우리도 바꿔보자는 의식이 싹텄다.

몇 발 떨어지지 않는 곳에서 장사를 하더라도 살기 바빠 인사도 없이 지내고 동종업소끼리는 경쟁심으로 보이지 않게 벽을 쌓고 지냈던 상인들 사이도 좋아지고 시장이 살아야 우리 가게도 잘된다는 공동체 의식도 발현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5년 인정시장으로 등록하고 정부 지원을 받아 시장바닥을 정비하고 하수구도 정비하고 입간판도 설치하고 상인대학을 통한 상인교육이 꾸준히 실시했다.

자체 쿠폰발행, 소규모 이벤트를 개최해 손님을 끌어들였다. 상인들이 시장을 살려보겠다고 안간힘을 써도 그 때뿐, 지속적이지 않기 때문에 이벤트가 빠지고 나면 시장은 다시 썰렁해졌다.

 

#'문전성시’ 만나 승승장구
그러다 문화관광체육부가 사업비를 투입한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사업’, 일명 문전성시 사업과 만난 못골시장은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루는 시장이 됐다.

2008년 시작해 2010년 6월로 사업은 종료됐지만 여전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것은 1회성, 외부인이 아닌 지속적이고 자체 상인 중심의 사업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전성시 사업을 맡은 (사)한국지역활성화포럼은 상인과 소비자 간의 소통을 통한 커뮤니티 형성, 상인간 소통을 통한 커뮤니티 강화에 사업의 주안점을 뒀는데 철저하게 외부인이 아닌 상인중심의 사업을 이끌어갔다.

줌마 합창단, 못골 온에어 라디오방송DJ, 상인기자단 활동이 그것인데 이들 문화 동아리 활동으로 상인간의 문화 커뮤니티가 형성되고 미래 고객인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경제캠프, 문화미술 체험교실, 만원으로 만드는 요리교실, POP 교실, 복을 파는 정월대보름 축제, 운수대통 팥죽나눔 축제, 시장 주변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들에게 반찬 서비스, 책도 읽고 수다도 떨며 차도 마시는 못골 휴식터 운영, 상인들에게 제공하는 음식 레시피 제공 등은 시장과 상인, 시장과 지역과의 커뮤니티가가 형성된 것이다.

장사하랴, 살림하랴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는 아줌마들의 불평불만과 칭찬을 노래로 부르다 이젠 초청공연까지 나가는 줌마 합창단, 젊은 상인 라디오DJ가 시상상인들의 이야기를 하고, 남편이 부인에게 사과하는 내용이 전파를 타고, 못골시장 사람들 이야기를 담은 영상자료와 인터뷰 집을 책으로 출간하는 등 시장에 문화를 접목한 이러한 사례가 소문이 나 KBS, MBC, YTN 등 주요방송은 물론 신문 등에 소개됐다. 언론보도만 200회가 넘을 정도였다. 광고비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수원의 한 작은 골목시장인 못골시장이 유명세를 탄 것이다.

이렇게 방송을 타자 옛날 못골장을 이용했던 사람들이 다시 오고, 모르던 사람들도 방송에 나왔던 그 집이 어디냐며 찾아오는 등 못골시장은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물건에 이야기를 담아 팔고 문화를 팔고 정까지 팔면서 사람 구경까지 할 수 있는 관광명소로 자리잡았다.

37년간 건어물가게를 운영하는 김인수(64, 충남상회)씨는 “아내(권성숙, 58)는 줌마합창단에서 노래를 하는데 생활에 활력을 느끼는지 매사 즐거운 것 같다"며 “옛날에는 20㎞ 떨어진 곳까지 자전거로 배달을 했었는데, 지금도 나의 분신같은 그 삼천리 자전거가 간판에도 생선 대신 그려져 있다"고 말했다.

장을 보던 박영숙(52, 수원 매교동)씨는 "마트는 물건을 운반하는 카트도 있고 또 한 공간에 물건을 구입할 수 있고 진열도 깔끔하게 규격화 해 처음에는 대형마트를 이용했었는데 언젠가 마트 물건과 못골 물건을 비교해보니까 못골이 더 싸고 또 믿을 수 있고 상품도 다양하고 상인들도 친절해서 못골을 이용한다"고 못골시장 붙박이임을 자랑했다.

 

#외부 도움 없이 홀로서기
문전성시 사업이 끝나 전문가들이 모두 떠난 못골시장의 본격적인 도전이 시작됐다. 그동안은 상인들의 노력도 있었지만 그림자처럼 내조한 외부 전문가가 큰 힘이 됐었다. 이들이 모두 떠난 그 자리를 지금 상인들이 맡았는데 외부 지원 없이 100% 상인의 힘으로 홀로서기에 안착했다.

지금까지의 성과를 지속가능한 경쟁력으로 이끌어 가기 위해 상인회는 비영리단체 못골문화사랑회(대표 이충환, 39)를 조직했는데 그동안의 노하우와 내부 역량이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

외부 전문가의 도움없이 수원지역 21개 시장 상인을 대상으로 교육하는 전통시장 문화학교프로그램을 기획해 지자체 예산을 따낸 것만 봐도 그들의 역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충환 대표는 “밴드동아리, 줌마합창단, 기자단, 라디오방송 DJ등은 공연료와 광고료 등으로 이미 홀로서기를 했다"며 “못골시장의 문화사업을 못골만의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너무 아까워 이를 전국의 시장으로 전파시키기 위해 전통시장 문화학교 사업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상인들이 주축이 된 커뮤니티비즈니스 아름다운 밥상사업을 시작했다. 상인 12명이 출자하고 지식경제부의 지원금으로 각 점포로 부터 주문을 받아 고객에게 퀵서비스를 하는 것인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제 시간에 배달해주니까 고객도 좋아하고 상인도 좋아하고 있다“며 "이 사업으로 일자리까지 창출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쇼핑몰도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이충환 상인회장은 “시장에 대한 상인들의 관심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며 시장이 지역사회에 수익을 돌려주고 함께 성장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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