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보은읍 교사4리, 옛 춘수골 지명처럼 물이 많아 가뭄 걱정없이 농사지을수 있는 비옥한 땅
(12)보은읍 교사4리, 옛 춘수골 지명처럼 물이 많아 가뭄 걱정없이 농사지을수 있는 비옥한 땅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7.15 10:58
  • 호수 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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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여중고, 충북생명산업고 있는 고등 교육의 산실

#도연명의 사시(四時) 생각나는 마을 
춘수는 만사택 이요.
(春水는 滿四澤이요) 
하운다기봉이라. 
(夏雲은 多技峰이라) 
추월 양명휘요. 
(秋月에 陽明輝요) 
동령수고송이라. 
(冬嶺은 秀孤松이라) 
봄물은 사방의 못에 가득하고. 
여름구름은 기이한 봉우리에 가득하네. 
가을 달은 밝은 빛을 드날리고, 
겨울 산 외로운 소나무가 빼어나도다. 

교사4리 주민들의 쉼터인 마을회관의 모습. 이곳에 살던 주민이 이사가면서 부지를 마을에 희사해 주미들의 화합의 장소인 마을회관을 지을수 있었다.

보은읍 교사4리(춘수골)는 시성 도연명의 사시(四時)가 생각나는 마을이다. 안석원(70) 이장님과 만나기로 약속을 하고 마을을 돌아보고자 준비를 하는데, 오전 내 제초작업을 했던 필자의 귓가에 예초기 소리가 가시질 않는다. 쉴 틈 없이 이것저것 필기도구를 챙겨 집을 나서는데, 춘수골 뒷산 위로 비구름이 밀려온다.
춘수골은 옛 부터 물이 많아 농사에 걱정이 없던 마을이라고 했다. 마을 앞으로 흐르던 실개천은 겨울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봄철 모내기 하기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사시사철 풍부한 수량으로 마을 사람들의 목욕소요. 빨래터 역할을 했던 곳이다.
마을 앞 실개천엔 물레방아가 있을 정도로 풍부한 물은 춘수골의 젓줄 역할을 했다고 한다. 언제 누가 마을이름을 춘수골이라 지었는지는 모르나 아마도 동진시대 시성으로 추앙 받던 도연명의 시를 사랑했던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마을이름도 아름다운 춘수골의 어르신들을 만나러가는 필자의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볍다. 

춘수골은 옛 부터 물이 많아 농사에 걱정이 없던 마을이라고 했다. 마을 앞으로 흐르던 실개천은 겨울가뭄이 아무리 심해도 봄철 모내기 하기에 지장을 받지 않을 정도로 사시사철 풍부한 수량으로 마을 사람들의 목욕소요. 빨래터 역할을 했던 곳.

#보은교육의 산실 3개의 학교가 있는 마을 
춘수골(교사4리)을 찾아가는 도중 푸른 벼이삭이 풍년을 예고하는 장끼미들 가장자리에 77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보은 농업의 기틀을 잡고 있는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가 보인다. 학교라기보다 숲속 쉼터 같은 편안함을 느끼는 교정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정감을 주고 있다. 교정 앞 스마트 팜 시설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 보은농업 뿐만 아니라 세계농업의 선도적 역할을 할 주역들을 길러내는 중요한 시설이라는 것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를 돌아보고 연이어 뒤편에 있는 보은여자중학교와 여자고등학교를 몇 컷 찍고 있는데, '미래를 주도할 여성인재양성' 이라는 문구가 들어온다. 춘수골에서 보은의 밝은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들이 많이 배출돼 '살기좋은보은, 아름다운보은'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마을회관을 찾아가는데 창문너머 어르신들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이한예(83)어르신과 조덕남(80)어르신, 김춘희(76)어르신 세분이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어르신들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드리니 조덕남 어르신께서 필자를 알아보시고 "어서 오세요. 어쩐 일로 여기 까지 오셨나요?" 하며 반가이 맞아주신다. "아~!예 어르신들 다름이 아니라 마을 소개를 받고자 들렸습니다." 하고 말씀을 드리니, “아~! 알아요." 하며 김춘희 어르신께서 알아보신다. "아~!예 어찌 저를 아시나요?" 하고 반문하니 보은사람들 신문에서 마을 소개 글을 열심히 읽고 있는 중이시란다. 지난번 교사3리 소개 글을 잘 읽었다고 하시면서 비석거리 이야기를 해주신다. 예전엔 비석모퉁이라고 하는 곳이 있었는데, 청주에서 보은읍내로 들어오는 첫 갈림길이라고 하신다.

보은 여중고

#작지만 정이 있는 마을
"교사4리는 1리에서 분리된 동네라 그리 크지 않아요. 옛날에도 2~30가구가 사이좋게 살았지. 지금도 27가구가 사는데 손으로 꼽을 수 있어." 하시면서 옆에 계시던 조덕남 어르신이 손으로 세어보인다. "어떻게 그렇게 동네 분들을 다 아세요?" 하고 물으니 조덕남(80) 어르신이 이야기를 이어 가신다. "우리 동네는 예전부터 우애가 좋았어요. 그러다보니 이웃 간에 형제 같고 친척 같아 어느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반찬은 무엇이 있는지 다 알 수가 있었지요." 마을에서 느껴지는 첫 인상이 숲속의 작은 마을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 생각이 틀리지 않은듯하다.
"일정시대에는 지금의 체육관 자리에 신사가 있었지요. 세라복을 입고 번 마루 길로 학교를 다녔는데 신사가 있는 길로 넘나 들었지. 그때는 마을 앞에 수로가 있어, 오며가며 물장난을 하고 그랬어요. 그 때가 참 좋았는데, 벌써 60년도 넘었네요. 그리고 마을 뒤쪽으로 서낭당이 있었어, 지금도 느티나무아래 돌탑이 있답니다."
"서낭당이라면 혹시 송고개에 있는 느티나무 말씀하시는 건가요?"하고 필자가 물어보니, "맞아요. 우리 마을에서 사리골로 넘어가는 가파른 고개가 있는데 그 언덕위에 서낭당이 있었답니다. 분구되기전 동회가 있을 때면 그 고개를 넘어 사리골로 회의를 하러 다녔지요. 송 고개를 넘을 때면 목이 말라, 그러면 고개 마루에 있는 옹달샘에서 목을 축이곤 했어요. 그 물 맛이 그렇게 좋았어." 하시면서 옛 생각을 하시는지 조덕남 어르신이 지그시 눈을 감는다.
"그리고 지금 KT자리 어디쯤 될 것 같은데, 그곳에 남녀 중학교가 있었어요." "아~! 그래요? 그럼 지금의 남중과 여중의 전신인가 보네요." 하며 어르신들과 추억에 잠긴 이야기를 하는데 밖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밖을 내다보니 후드득 후드득 거센 빗줄기가 강한 바람을 타고 회관창문을 두드리고 있다. 어르신들과 잠시 대화를 멈추고 밖을 내다보는데 회관창문 밖 저 멀리 장끼미들에 시원한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었다.

군민들이 건강위해 많이 찾는 태봉입구이다. 우람한 느티나무와 누가 언제부터 쌓았는지 모를 돌탑이 태봉의 시작임을 알려주고 있다.

#소리 없이 발전하는 숲속 마을
어느덧 이장님과 약속한 시간이 되었다. 다시 찾아간 마을은 비온 뒤라 그런지 더욱 깨끗한 모습이다. 안석원 이장님과 인사를 나누고 마을내력을 물어보는데 교사4리는 1구에서 분리 되고 보은읍내에서는 가장 먼저 고층아파트가 들어선 곳이고 이후 급격하게 발전됐다고 하신다. 특히 분구된 이후에도 마을에 회관이 없었는데 주민 한분이 이사를 가면서 자신이 살고 있던 집을 팔지 않고 마을 주민들을 위해 희사를 해주셔서 지금의 마을회관이 들어서게 되었다고 말씀하셨다. 이후 마을 분들이 고마운 마음을 담아 회관 앞에 작은 공덕비를 세웠고 그 분의 유지를 기리고 있다고 하신다.
또 최근에는 마을 회관 앞에 주차장을 조성해서 주민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고 하시며 교사4리는 교통량도 많고 여중고가 있어서 아침저녁으로 통학 차량이 많다보니 학생들에게 매우 위험했었는데 마을주차장이 조성되어 지금은 위험요소가 크게 사라진 상태라고 하신다. 안석원 이장은 그러면서 현재는 마을에 별다른 현안은 없는데 다만 마을 뒷산에 거목들이 많아 큰 태풍이나 장마철에 나무가 부러질 경우 지붕을 덮칠 위험이 있어서 지자체에 제거를 요청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무릉도원 같은 교사4리 주민들의 소박한 바람이 하루 빨리 이뤄지길 기대하며 이장님과 헤어지고 마을 주위를 돌아보니 도원명의 사시가 절로 나올 것 같은 운치 있는 마을이라는 게 다시 한 번 느껴진다.

#나그네를 반겨주는 송고개 돌탑
요즘 보은사람들 신문에서 연재하고 있는, 마을 소개 글이 기다려진다고 하시는 조덕남(80) 어르신의 말씀을 떠올리며 송고개를 올라가는데, 장마철 국지성 호우같은 소낙비가 더욱 세차게 내린다. 요즘 들어 마을 소개 글을 보고 있다는 분들을 종종 볼 수 있다.  어쩌면 코로나로 인해 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미담들을 들을 수 없으니 신문에서 소개하는 작은 소식이라도 듣고자 하시는 분들이 많아지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마을어르신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가감 없이 소개하고자 하는 신문사의 기조와 필자의 생각이 독자들에게 진솔하게 다가 간 것 같아 마음 깊은 곳에서 뿌듯한 자존감이 올라오는 것 같다. 송고개 마루에 올라서니 커다란 느티나무가 돌탑을 끼고 나그네를 반긴다. 목례를 하고 비석모퉁이로 발걸음을 돌려서 주변을 돌아본 후 내려와 장끼미들 한 가운데 서서 춘수골을 바라보는데, 억수 같이 내리던 장맛비가 거짓말처럼 딱 그친다. 운무 속에 보이는 춘수골이 마치 하운다기봉(夏雲多技峰 : 여름 구름 묘한 봉우리가 많기도 하다, 도연명의 시구)처럼 느껴졌다.
양화용(보은군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 전경
충북생명산업고등학교 스마트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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