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산외면 이식리 느티나무
(14)산외면 이식리 느티나무
  • 심우리 기자
  • 승인 2021.07.08 11:17
  • 호수 59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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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발길이 끈이지 않았던 이식리의 느티나무는 인구고령화로 예전의 활기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식리는 옛날에 속리천에 배가 다녔고 쉬었다가 가는 곳이라 해서 배쉰개, 배진개, 주식포, 주포 등으로도 불렸다. 멀리서 마을 전체를 바라보면 주변의 고봉준령 속에 마치 커다란 배 한 척이 정박하고 있는 형태를 띠는데 윗 마을과 아랫 마을 사이의 작은 동산이 마치 배의 돛을 연상케 했다고 한다. 1914년 행정구역 폐합에 따라 내북면의 천산리를 병합해 이식리라고 명칭이 바뀌었다.
자연마을로는 배진개와 밤소가 있다. 배진개는 새말과 양짓말로 나뉘는데, 새말(아랫말)은 배진개 아래에 새로 생긴 마을이고 양짓말(웃말)은 배진개 양지쪽에 있다고 해서 양짓말이라고도 하며, 또는 위쪽에 있어서 웃말이라고도 부른다. 밤소는 배진개 서남쪽에 있는 마을로 밤나무 숲이 있었다고 하며, 다른 지역보다 바람이 세게 불어 바람소리의 준말로 밤소라 하기도 했다. 번성했을 당시에는 100여 가구에 달하는 큰 마을이었던 이식1리는 점점 인구가 줄면서 현재는 30여 가구의 작은 마을이 되었다. 한때 전교생 수가 500명이 넘던 이식초등학교도 지난 1999년 폐교되어 마을 입구에 덩그러니 방치되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하나둘씩 이식리를 떠나간 후에도 남은 마을주민들과 함께 마을을 지켜온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이식리의 보호수 느티나무다. 수고 20m, 둘레 6.1m의 크기를 자랑하는 이 느티나무는 450여년 동안 이식리의 역사를 함께 해온 마을의 문화유산이다. 이식리의 주민들 역시 어린시절을 함께해온 느티나무를 보며 옛 추억에 잠기곤 한다.
이식리의 보호수 느티나무는 마을의 유산이기도 하지만 보호수로 지정된 2009년 이전에는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다. 보호수로 지정되면서 막아둔 나무줄기 중앙의 큰 구멍에는 아이들 사이에서 큰 구렁이가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몇몇 겁 없는 아이들은 그 큰 구멍을 통해 나무 안으로 들어가 놀기도 했는데 나무의 둘레가 크다보니 초등학교 아이들이 5명 정도가 한 번에 들어갈 수 있을 정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을 다니던 학생들은 오래된 나머지 썩어서 떨어진 나무의 가지를 주어다가 조각상을 만들곤 했는데, 느티나무를 집에 들이면 안좋은 일이 생긴다는 어른들의 당부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만든 조각상을 집안에 몰래 들여놓곤 했다고 한다.
이렇듯 마을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느티나무는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마을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발길이 뜸해지기 시작했다. 보호수로 지정된 이후로는 나무줄기에 뚫려있던 구멍을 막고 가지치기를 하는 등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만, 학교가 폐교되고 아이들의 목소리가 끊긴 현재는 농민들의 더위를 피하기 위한 장소로 바뀌었다. 이식1리 안의상 이장은 "어느 마을이건 똑같겠지만 인구 고령화로 인해 예전의 활기를 찾아보기 힘들다"라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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