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 이끈다 : 제주도 더럭초등학교 사례]다른 지역보다 크게 앞선 2011년 이미 교육 이주주택 제공
[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 이끈다 : 제주도 더럭초등학교 사례]다른 지역보다 크게 앞선 2011년 이미 교육 이주주택 제공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7.08 10:39
  • 호수 59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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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내가 아닌 육지의 학생 유치해 폐교위기 딛고 분교에서 본교 승격

학생수가 적어서 폐교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시골 학교는 무상주택이나 아주 저렴한 임대주택의 인센티브를 내놓고 있다. 교육이주주택 제공은 시골학교로 자녀들을 전입학시키기 위해 고민하고 있는 도시의 학부모들에게는 시골학교를 선택하는데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지금은 폐교 위기의 학교와 지역사회, 학교 동문회 등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교육이주주택을 제공해 성공한 첫 사례를 들자면 아마도 제주시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는 도비를 지원하고 마을에서 자부담한 공동주택을 지어 제주도가 아닌 육지에서 이주한 가족들에게 저렴한 임대료의 주택을 제공해 작은 학교 살리기에 성공하고 있다.
이번호에 소개할 제주시 애월읍 하가리의 더럭초등학교는 폐교위기의 작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2010년부터 공동주택을 건립해 저렴한 임대료로 도시민들을 유치해 분교에서 더럭초등학교 본교로 승격한 곳이다.

폐교 위기의 학교에서 교육이주주택을 제공해 도시민들을 유치,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한 더럭초등학교.

#22년만에 분교에서 본교로 승격
2010년 이전까지만 해도 하가리(이장 장봉길)에서는 아이들 모습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제주시내 아지만 시골인 하가리도 보은과 마찬가지로 인구가 도심으로 빠져나가고 특히 젊은 인구가 마을을 떠났기 때문이다. 
1946년 하가국민학교로 문을 열고 후에 더럭국민학교로 이름을 바꾼 더럭분교는 제주시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교육기관이었지만 학생수 감소는 막을 수가 없어 2009년엔 학생수가 16명에 불과해 폐교 직전에 내몰렸었다.
그러나 학교가 있어야 마을 공동체도 유지할 수 있다는 위기감은 주민들을 움직여 적극적으로 학교 살리기에 나서게 했다. 1990년대 후반에도 하나, 둘 도시에서 들어오는 학생들을 위해 빈집을 개조해 무상으로 임대해주기도 했지만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기 때문에 주민들은 더럭분교를 살리기 위해 공동주택을 지어 학생들을 유치하기로 결정했다.

하가리 더럭초등학교로 전학 또는 입학할 도시민들의 입주한 공동주택의 모습이다. 제주도를 제외한 육지의 도시지역에서 더럭초등학교로 전학온 가족들이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살고 있다.

마을이 소유한 토지를 매각하는 등의 방법으로 4억6천400만원을 마련했다. 여기에 제주도로부터 4억원을 지원받아 2011년 마을회관 옆에 10세대가 살 수 있는 다가구주택을 완공했다. 
임대주택을 지은 소문을 어떻게 들었는지 전국에서 신청이 쇄도했다.
연 200만원, 관리비 연 250만원인 하가리 임대주택 입주조건으로 마을에서 꼽은 최우선 조건은 제주도내 거주하는 주민이 아닌 육지 대도시 거주자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봉길 이장은 제주에 거주하는 학생을 받으면 다른 학교의 학생을 뺏어오는 것 밖에 안되기 때문에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학생 들은 아예 신청자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이장은 다른 학교도 어차피 통폐합 위기에 처해있는 같은 입장인데 제주도도 살고 도내 학교도 살려면 육지에서 학생을 유입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입주 조건은 미취학 자녀를 포함 최하 자녀 3명 이상이어야 하고 반드시 가족 전체가 퇴거해야한다는 다소 강제성으로 읽힐 수 있는 조건을 달았다. 이같은 조건에 맞아 입주할 경우 막내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 수 있게 했는데 공동주택을 마련하고 입주자를 모집했을 당시 제주도로의 이주 열풍이 불어 전국 각지에서 신청이 쇄도했다. 그 결과 2012년 더럭분교 학생 수는 40여명에서, 2013년 60여명까지 늘었다.
1차 교육이주 공동 임대주택 성공 이후 2014년에도 마을에서 도비 5억원, 마을 자부담 6억원을 들여 10세대 규모의 2차 공동주택을 건립했다.

하가리 교육이주자를 위한 공동주택은 5인이상 가족이 거주할 수 있도록 30평 규모로 건축해 다자녀들도 입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 또 의지는 있지만 직장을 쉽게 구하지 못했을 경우 직장을 추천해주기도 했다. 또 귀농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고 임대나 토지구매 등에 대해서도 함께 머리를 맞댔다.
장봉길 이장은 "마을이 좋아서 오는 것인지, 학교가 좋은 것인지 면접을 통해 확인하고 거른다"며 철저하게 학교를 위한 임대주택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이장은 "자녀들이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저렴한 임대료의 공동주택에 살던 교육 이주자들은 하가리를 떠나지 않고 마을 곳곳에 땅을 매입해 아예 정착하는 주민들도 많아지고 있다"며 "결국 작은학교인 더럭초등학교로 인해 하가리 마을공동체도 유지하고 향후 자족도시로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기대했다.

#병설유치원 없어도 더럭초로 온다

더럭초등학교 교정의 모습이다. 무지개색깔로 알록달록한 더럭초등학교의 교정은 관광객들이 찾는핫플레이스다.

현재 더럭초등학교 전체 학생 중 90%는 서울, 대구, 인천 등 전국 각지에 전학 온 아이들이다. 하가리 공동주택에서만 20세대 35명의 학생이 다니고 있다. 공동임대주택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에는 보통 유치원을 병설하고 있다. 유치원을 졸업한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초등학교로 승급하기 때문에 초등학교 입학생수를 가늠하게 된다. 그래서 입학통지서를 받을 아이를 확인하지 않아도 병설 유치원생만으로도 내년도 초등학교에 입학할 학생이 몇 명이 될 것인지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작은 학교의 경우 입학생이 없을 경우 학생유치에 나서는 것이 보통. 그런데 더럭초등학교는 병설유치원이 없다. 다른 지역의 초등학교 유치원을 다니는 아이들이 더럭초등학교에 입학하는 것인데 늘 대기자들이 밀려있다고 장봉길 이장은 말했다.
더럭초등학교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데는 자연 속에서 뛰어노는 교육활동, 그리고 잘 뛰어놀 수 있는 학교 환경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김양선 교감은 "최근 10년간 다녀본 학교 중 더럭초등학교 아이들이 가장 잘 노는 것 같다"는 소감을 말했을 정도다. 김 교감은 "요즘 아이들은 몸을 쓰며 놀 줄을 몰라서 노는 과외를 받는다고 하지 않느냐. 그런데 더럭초등학교 아이들은 스포츠클럽 활동, 곤충 채집하며 놀기 등 중간 놀이나 쉬는 시간, 점심식사 후 짬이 나는 시간 시간마다 정말 열심히 논다. 잘 노니까 스트레스도 없고 또 수업시간에는 집중해서 학습하는 것 같다. 그래서 기초학력 수준 미달 학생이 전혀 없고 제주도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다는 통계도 있다"고 말했다.

기자가 취재를 갔던 날 비가 많이 왔다. 쉬는 시간 운동장에서 공차기를 하며 놀았던 아이들이 공차기를 하다말고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리자 교실로 뛰어들어간 아이들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아이들이 마을에선 최고
오후 3시쯤 공동주택 주변에는 학교수업을 마치고 집에 온 아이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어 함께 놀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 끝나자마자 학원을 가기 위해 학원차량을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동네에서 논다.
아이들 구경하기 힘들고 조용하기만 했던 하가리 주민들은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거기에 활기차게 뛰어노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을 분위기가 크게 밝아졌다고 말하고 있다.
이렇게 마을에 긍정적 에너지를 심어주는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그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위해 주민들은 봉사자를 서슴지 않는다.
학교까지 보행로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등하교길 사고 위험에 노출되자 장봉길 이장은 행정기관에 건의해 보행로가 확보되도록 했다. 학교 주차장에 주차선 긋는 일도 지원했다. 동네 할머니들은 학교 화단의 잡초도 뽑아주고 학교 주변에서 쓰레기도 주울 정도다. 학교의 일이라면 마을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작은학교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는 작은 마을에 생기를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3월 1일 부임한 김금희 교장은 2024년까지 교실 3개, 급식실, 체육관을 증축할 계획인 더럭초등학교는 현재 더 이상 전학생을 받지 못할 정도로 포화상태인데 여전히 전입학 대기자가 몰리고 있다"며 행복한 고민을 말했다.

#시골 작은학교가 살아야 농산어촌이 산다
함양 서하초등학교를 살리기를 성공적으로 이끈 농촌유토피아 연구소 장원 소장은 농촌의 작은 학교는 통폐합은 답이 아니고 오히려 작은 학교는 도시민들을 유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장이 된다고 말했다.
서하초등학교의 성공 사례는 작은학교 살리기를 추진하는 곳에서 참고할 만하다. 장원 소장은서하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이 아닌 학부모에게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교육은 도시와 시골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주거와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면 학부모들이 시골로 들어온다는 것.
서하초등학교는 주민과 교육지원청 및 군청까지 네트워크된 민관협치의 거버넌스가 구축되고 주거공간 확보, 부모의 일자리 지원 등 농촌에서 살 기 위해 필요한 톱니바퀴들이 서로 맞물려 돌아갈 수 있었다는 것.
여기에 창조적 상상력과 실행력을 가진 지역리더십의 존재도 중요한 성공요인이 됐다고 덧붙이면서 작은 학교가 살아야 마을이 살고 농촌이 살아야 작은학교가 지속가능하다는 것을 재삼 강조했다.
대전교 환경공학과 교수,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연구교수를 지낸 장원 소장은 농촌유토피아연구소장, 농촌유토피아대학 운영위원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자문위원, 농촌유토피아 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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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수환 2023-06-02 13:44:50
남일이지만 고마운일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