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 강원도 화천군 사례] 아이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만들기, 전국 첫 대학 무상교육
[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 강원도 화천군 사례] 아이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만들기, 전국 첫 대학 무상교육
  • 송진선
  • 승인 2021.07.01 11:17
  • 호수 59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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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적인 교육복지와 육아정책 군정 추진으로 인구감소 둔화 효과 거둬
화천군 청소년수련관. 아이들이 암벽등반을 하는 등 즐겁게 놀고 있다.

농촌에서 학교는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이다. 학교가 없어지면 공동체 해체는 물론 지역인구 감소를 부추기고, 또 도시에서 유입되는 젊은 귀농·귀촌 인구도 이어질 수 없어 고령 노인들만 사는 농촌 마을의 붕괴는 불 보듯 뻔하다.
이렇게 농촌사회의 소멸을 막는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학교가 살아남아야 마을 재생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다.
최근 경상남도와 경남도교육청은 통합행정으로 주거, 일자리까지 연계해 초등학생 자녀를 둔 경상남도로 이주시켜 소멸 위기의 마을과 작은 학교의 상생을 도모하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및 기초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도시민의 농촌학교 전입 기반을 확보해 폐교 위기의 학교를 살린 다른 지역의 선진사례를 통해 보은군 내 작은 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 본다.
농촌사회의 소멸을 막는 최후의 보루인 학교가 살아남아 마을 붕괴가 아닌 생동감 있는 마을로 유지될 수 있도록 주춧돌을 놓는 심정으로 보도를 시작한다.<편집자 주>

화천군 청소년수련관 카페. 음식도 먹고, 책고 읽고, 엄마와 만나 수련관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 참여하기 위해 대기하기도 한다.

이번호에 소개할 강원도 화천군은 행정구역이라고 해봐야 5개읍면 2만4천657명에 불과한 초미니 군이다. 화천군은 인구의 상당수가 군인과 군인 가족 등이 차지하고 있다. 화천군에만 27사단, 15사단, 7사단, 2군단 포병여단 4개 부대가 주둔해있다. 이들의 지역경제 참여도가 상당하고 이기자 부대로 널리 알려진 27사단은 화천군 사내면에 주둔하고 있는데 군인 때문에 상권이 형성됐을 정도로 부대의 영향력이 크다고 한다. 하지만 2019년 정부의 국방개혁 2.0에 따라 27사단 해체가 결정되자 부대 해체를 반대하고 있는 주민들은 마을소멸을 우려하고 있다.
화천군청 공무원으로 그동안 기획감사실장을 거쳐 강원도 교육연구실장, 화천군 부군수로퇴임해 화천군의 상황을 너무도 잘 아는 최문순 군수는 2014년 화천군수가 된 후 '교육'에 지역의 명운을 걸었다. 인구 유출의 주된 원인이 열악한 교육복지와 육아 환경임을 간파하고 교육 복지정책에 군정의 포커스를 맞춘 것이다.
2015년 전국 지자체 중 가장 먼저 교육복지과를 신설했다. 2017년 '아이 기르기 가장 좋은 화천 만들기' 태스크포스를 신설 화천군이 운영·지원하는 모든 교육 보육정책을 통합 관리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지원할 수 있는 근거인 조례도 제정했다.
2026년까지 10개년간의 중장기계획인 '일자리 증가·출산율 상승·인구 수 회복'의 선순환구조로 로드맵을 만들었다. 2017년의 태스크포스 팀은 2018년 인구정책담당으로 변경해 본격적인 교육, 보육정책을 추진했다.
교육복지과 교육정책담당인 서명옥 팀장에 의하면 민선6기 초기만해도 초등학교 입학 후 고교 졸업시까지 타 지역으로 전학을 가는 학생 비율은 무려 49.3%에 달했다고 했다. 화천에 직장을 둔 사람들도 아이 교육을 이유로 인근 지역에서 출퇴근을 했고, 보육과 육아, 경력단절 등을 이유로 화천에서 아이를 낳은 후 도시로 떠나는 일도 비일비재했던 것. 이에따라 최문순 호의 화천군은 일회성 출산 장려금 같은 재정 지원보다는 아이를 낳고 키우고 싶은 환경을 만드는 쪽으로 방향을 정립, 다양한 교육보육정책을 공격적으로 추진했다.
그 결과 화천군은 태스크포스 팀을 조직했던 2017년 강원도 인구늘리기 최우수군에 선정됐다. 2018년에는 강원도 인구늘리기 우수군에 선정되고 행정안전부로 부터 15억원 규모의 인구감소지역 통합지원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또 100억원 규모의 특수상황지역복합커뮤니티센터 신규 공모사업에도 선정됐다.
수상실적도 2018년 행정안전부 주관의 지자체 저출산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 및 대통령 기관표창을 받았고 2019년엔 보건복지부 주관의 제8회 인구의 날 국무청리 기관표창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화천군이 관련정책으로 100여개 달하는 사업을 펼쳤다고 하는데 어떤 사업이 있으며 그 중 주목을 끄는 사업은 무엇인지 살펴본다.

#교육을 복지로 접근 다양한 정책 추진

강원도 화천군 교육복지과 사무실이다.

 

초등학생의 온종일 돌봄을 책임지는 화천군의 복합커뮤니티센터 조감도. 센터에는 지하 1층 다목적실, 1층 키즈카페, 2∼3층 초등 돌봄교실과 키즈체육관, 공동돌봄센터(유아), 장난감 대여소가 4층에는 청소년을 비롯한 전 연령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 카페와 평생교육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초등학생의 온종일 돌봄을 책임지는 화천군의 복합커뮤니티센터 조감도. 센터에는 지하 1층 다목적실, 1층 키즈카페, 2∼3층 초등 돌봄교실과 키즈체육관, 공동돌봄센터(유아), 장난감 대여소가 4층에는 청소년을 비롯한 전 연령대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스터디 카페와 평생교육실이 들어설 예정이다.

교육복지과 직제는 교육정책팀, 교육협력팀, 인구정책팀, 창조인재팀, 평생교육팀, 청소년 육성팀으로 구성된 화천군의 교육정책이 특히 눈길을 끈다. 농촌에서 생기는 각종 문제의 해법을 '확실한 교육복지'에서 찾겠다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제대로 된 학원 하나 없는 산골마을 아이들의 열악한 교육문제 해결을 위해 전국 처음으로 시작한 것이 초등학교 방과후 프로그램이다. 2016부터는 화천군이 직접 외부강사를 선발하고 지원비를 주며 운영하고 있다.
화천군이 전국 최초로 시작한 고등학교 교육비와 교복비 지원 외에도 교육서비스 취약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청소년 공부방도 만들어 연중 오후 4시~9시까지 운영하고 있다. 공부방 프로그램 강사료와 재료비를 지원하며 교육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청소년들의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높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음악관련 학원 하나없는 면단위 청소년들의 예술문화 참여를 위한 음악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경로당 같은 마을공간에서 피아노, 클라리넷, 트럼펫, 오보에 등 4개 강좌를 1주일에 두 차례씩 열어 아이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
토론의 기본과 전달력을 높여주기 위해 청소년 토론강좌도 열고 있다. 청소년수련관과 청소년문화의집에서 11~16세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한 차례씩 강좌를 연다.
우수학생들을 위한 기숙 학습관도 운영하고 있다. 입주한 중고학생들의 학습능력 향상을 위해 다양한 맨투맨식 교육을 펼친다. 중3, 고1 학생들을 위한 국영수과목의 교육이 진행되고, 고2, 고3생을 위해서는 개인별 수시, 정시 맞춤의 1대1 지도까지 한다. 또 외부강사를 초청해 사회, 과학탐구강의도 한다. 대입전형을 위해 전담진로, 진학강사를 배치해 학생들에게 개인별 진로, 진학 설계에 도움을 주는 등 실력향상을 위한 다양한 맞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화천초등학교 부지 안에는 178억원 규모의 화천복합커뮤니티센터 건립공사를 하고 있다. 키즈체육관, 유아공동돌봄센터, 장난감대여소가 들어가는데 이것이 준공되면 아이의 하교부터 부모가 퇴근 후 아이를 데리러 올 때까지 실질적인 종일돌봄이 가능하게 된다.

#학교마다 원어민 강사 지원

화천군 초등학교 학생들이 글로벌 교육센터에서 한국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영어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글로벌한 인재육성을 위한 글로벌교육센터를 통해 키즈영어 및 초등영어 아카데미, 중국어 아카데미도 운영하고 모든 학교에는 영어 원어민 교사를 배치해 영어교육을 심화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청소년들에게 영어습득과 글로벌한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해 전액 군비 지원의 청소년 해외배낭연수 사업도 운영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인해 지난해부터 잠시 중단했지만 2015년부터 2019년까지 219명의 중고등학생들이 해외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이는 보은군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은군이 견학할 나라도 선택해서 인솔해 데리고 다니는 형식이 아니라 화천군은 학생들이 스스로 연수 계획을 세우고 선발도 성적 위주가 아닌 토론과 발표를 통해 선발한다. 그동안 청소년 배낭여행을 다녀온 나라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체코 등으로 해마다 7개 팀씩 다녀왔다.
수업이 끝난 후 학생들이 청소년수련관이나 도서관, 글로벌교육센터 등의 교육시설을 이용하며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스마트 안심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먼 곳에 사는 학생을 위한 강원도 첫 '무상 통학버스'도 운영하고 있다. 2017년 9월부터 중·고교생 가운데 학교로부터 직선거리 3㎞ 초과한 곳에 사는 학생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고 있다. 지난해 83명에게 3천여만원을 지급하는 등 학생 1인당 약 36만원의 혜택이 돌아갔다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인해 온라인 개학을 했을 때 태블릿 PC 200대와 노트북 50대를 임대해서 아이들이 온라인 수업을 듣도록 지원했다. 또 다문화가정과 조손가정 아이들 중 컴퓨터가 있어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8명의 학습지도사를 고용해 각 가정을 방문해 온라인 수업을 받도록 도움을 줬다.

#대학 등록금 전액 기숙사비도 지원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위한 교육정책은 대학교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 중 전국 첫 대학 무상교육은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화천에 살면 대학생 자녀의 4년치 등록금 전액을 지원한다.
등록금뿐 아니라 살 곳도 마련해준다. 매월 거주공간 지원 명목으로 최대 50만원을 지원하는데 대학가 주변의 월세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액이다. 부모의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는 것이라 눈길을 끈다.
2017년부터 도입해 지난해까지 해마다 1천500여명씩 혜택을 받고 있다. 예산도 해마다 늘어서 지난해에는 25억6천여만원이 지원됐다.
세계 100대 대학으로 유학을 가면 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이같은 화천군 교육복지 정책은 100여개에 이른다. 교육복지 관련 예산만 지난해 화천군 전체예산 4천34억원 중 13.8%인 558억원에 달한다. 재원은 행사성 경비와 일회성 소모 예산 등을 줄여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 서명옥 교육정책담당의 설명이다.
주민들은 이에대해 어떻게 평가할까? 지난해 8월 한림대 산학협력단이 '화천군의 교육정책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68.8%가 '만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이 25.3%였으며, '불만족'과 '매우 불만족'은 3.4%, 1.6%에 불과했다.
사실 연간 558억원은 다리를 놓고 길을 닦아서 단체장의 치적으로 내세울 수도 있지만 최문순 군수의 의지가 반영된 잘 키운 지역인재 하나가 교량건설과 도로개설을 넘어 화천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것이라는 정책적 판단이 돋보인다.
춘천에서 화천군으로 출퇴근하다 화천군으로 이사를 왔다고 말한 서명옥 교육정책담당은 "교육비 지원때문에 아기를 더 낳거나 인구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이를 키우는데 부담이 크게 감소돼 자녀교육 때문에 전출사례가 급감하고 화천군으로 전학을 오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열악한 교육환경 개선과 정주 여건을 해결하기 위해 펼친 화천군의 다양한 보육사업과 교육정책은 보은군의 적극적인 벤치마킹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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