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 제3회농요축제
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 제3회농요축제
  • 송진선
  • 승인 2021.06.24 03:58
  • 호수 59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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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로 사라진 전통 노동요 주민 한데 묶은 예술로 승화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에서는 지난 6월 19일 북두무니, 얼음골이라 불리는 곳에서 제3회 보은 장안농요축제를 펼쳤다. 열악한 농업환경과 고된 노동을 농요로 승화시킨 보은 대표적 전통두레농요이다.

논밭의 영농작업이 기계화 자동화 된지 오래다.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들이 모내기 하고 고추심기를 할 때 서로서로 어울려 돕는 두레, 품앗이는 좀처럼 보기 힘들다. 민속박물관 박제된 사진 속에서나, 암기해야 하는 교과서에서나 보는 것이 요즘이다.

녹음해놓았던 우리의 소리를, 그리고 영상에 담아놓았던 그 장면이 모처럼 영농현장에서 재현돼 구성진 농민들의 노랫소리가 하지의 들녘을 적셨다.

이앙기가 지나가며 착착 줄지어 모를 심던 그 자리엔 진흙 발의 농부들이 허리 숙여 모를 찌고 힘껏 사방으로 던지고 나선 줄지어 모를 심는다. 진흙 논을 디디고 있는 다리는 얼마나 아플 것이며, 90도로 굽힌 허리는 끊어질 듯 할 적에 부리는 한가락 부르는 노래소리가 구슬프다 못해 흥을 돋군다.

'노동요'. 일과 삶과 놀이가 하나였던 그 옛날에는 노래를 부르는 것만으로도 힘든 영농작업의 피로를 덜고 힘을 북돋았고, 같이 하는 일이라 합이 착착 맞아서 즐거움까지 갖게 했다. 모내기철이면 내 논 네 논 할 것 없이 우리 논이었고 서로 품앗이로 즐겁게 일을 했다.

지난 6월 19일 장안면 개안리 산 15번지, 장안면 사람들이 북두무니, 얼음골 이라고 부르는 곳에서 장안면전통민속보존회(회장 남기영) 주최로 제 3회 보은 장안농요축제가 열렸다.

보은 장안 농요는 150여년 전 장안면 일대에서 전승되던 노동요다. '달밤에도 가뭄이 든다'는 애잔한 시연이 전해질만큼 물도 가물어 힘들게 농사짓던 농부들이 열악한 농업환경과 고된 노동을 신명나는 농요로 승화한 보은 대표적 전통두레농요이다. 품앗이, 놉, 고지 등 공동노동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면서 모심기와 논매기의 고달픔을 신명으로 승화시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장안농요는 노한나, 노미한 교사가 2000년-2007년까지 현장조사를 하며 보은의 민요를 제작. 진행했고, 한국민속예술연출가인 조진국(한국교원대) 교수가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보은군 민속조사와 재현을 했고, 지금은 고인이 된 서울대 국악학과 오용록 교수도 한국민요대전 보은군 현지조사를 통해 고증해 낸 것이다. 강성복 충청민속문화연구소장과 박종익 충남대 학술연구교수는 학술고증을 했다. 이렇게 전문가들의 자료조사와 고증을 거쳐 집대성한 장안농요축제는 주인공인 장안면 주민들이 펼친 대형 오페라다.

장안농요는 2016년 보은군 풍물경연대회서 최우수상을 타고, 2017년엔 충북민속예술축제 대상, 2018년 한국민속예술축제 금상을 받았다. 보은군은 이 농요가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매년 농요축제를 하고 있다.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시작해 오후 3시에 끝낸 장안 농요축제는 보기 힘든 장면을 담기 위한 사진작가들의 열띤 경쟁으로 카메라 셔터소리가 경쾌할 정도였다. 하늘에서 본 장안농요축제는 얼마나 장관일까 하늘을 비행하는 드론소리도 농요의 한 축이 됐다.

장안농요축제는 논일을 하러 온 농민들이 깃발을 앞세우고 신명나게 풍물을 울리는 '들 나가기'부터 시작했다. 이어 모판에서 모를 뽑아 모첨을 묶는 과정에서 선소리꾼의 소리를 그대로 따라 부르는 제창방식으로 모찌는 소리를 했고, 일제 강점기에 들어온 줄모가 아닌 산식으로 모심는 소리를 우렁차게 했다. 동네 아낙들도 부녀요를 불러 일하는 농부들에게 힘을 주고 광주리를 머리에 이고 들고 내온 점심참과 농주를 맛나게 먹은 농부들은초듬 아시매기를 하고 이어 이듬매기까지 마저 전개했다. 일을 다 마친 후에는 신명풀이, 그리고 뒤풀이 어울마당까지 장장 7시간에 걸쳐 7막의 오페라가 끝이 났다.

남기영(75, 장안 봉비) 장안면 전통민속보존회장은 농요축제를 사진작가들에게 알려 전국 홍보에 기여한 홍대기(서원대 교수) 사진촬영 및 총괄진행감독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고마움을 표했다. 또 아낙네로 출연하는 조예원(83, 장안 황곡)·박영자(81, 장안 구인) 어르신에게도 감사패를 전달했다.

정상혁 군수와 구상회 군의장, 원갑희 도의원, 김응철 군의원 등 기관단체장들이 참석해 장안면주민들과 흥겨움을 나눴으며 구상회 군의장은 점심 참 이후 계속된 초듬아시매기, 이듬매기에 참여해 시연을 펼치고 매기를 마무리 하는 대목으로 농자천하지대본 깃발을 휘두르며 농요축제의 한 장면을 장식했다.

남기영 회장은 "연년이 거듭되는 보은장안농요축제를 보은군의 대표적 전통문화 콘텐츠로 보존, 계승, 발전시켜 후대에 길이길이 전승해야할 책무로 생각하고 있다"며 "본 축제의 열정과 신명으로 코로나19가 박멸되길 소망하며 장안면민을 비롯한 군민 모두가 하나가 되는 장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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