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결고운 글] 기대지 않기를
[칼럼 결고운 글] 기대지 않기를
  • 보은사람들
  • 승인 2021.06.24 03:18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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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최 생 호
(문화충전소 가람뫼 대표, 강산리)

돈을 벌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젊은이들의 취업난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적성을 찾아 일찍 창업에 도전해 보지만 세상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기성세대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평생직장의 개념은 오래전에 무의미해졌다. 정년을 채우고 나와도 길어진 평균수명을 생각하면 여유로운 노년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 세대가 나름의 이유로 자연스럽게 돈에 대한 개념과 가치에 대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돈의 속성상 이런 현상은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차이가 없다. 없는 사람은 없는 대로 대박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더 많이 갖고 싶은 게 돈이다. 돌고 돌아 돈이라지만 내게는 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만 쏠려 다니는 것 같다. 쫓아다닌다고 잡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필요한 만큼의 돈만 있어도 좋겠지만 그만큼이 얼마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지금 가진 것으로는 하고 싶은 것은 고사하고 할 수 있는 것도 없다는 사실이 많은 이들을 두렵게 한다. 돈을 벌어도, 돈이 있어도 만족하지 못하고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자본주의의 태생적 한계로 돈은 누구에게나 절대적으로 필요한 가치인 만큼, 역시나 돈으로부터 자유롭기도 쉽지 않다.

문제는 필요한 만큼 돈을 모으고 불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는 데 있다. 지속적인 저성장에 초저금리 시대, 갈수록 물가는 치솟고 화폐 가치는 떨어지며 부의 편중은 심화 되고 있다.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안과 걱정은 우리를 한없이 나약한 존재로 만든다. 돈이 된다면 무슨 일이든 하려고 하며, 돈을 불릴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쉽게 현혹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 발맞추듯 주식과 비트코인 같은 암호(가상)화폐 투자에 대한 열풍이 거세다. 거의 광풍 수준이다. 만나면 주식이나 암호화폐 이야기다. 누구는 얼마를 투자해서 몇 배를 벌었고, 어떤 이는 직장도 그만두고 암호화폐 투자에 뛰어들어 단시간에 연봉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한다.

잃은 사람 이야기는 없고 온통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무성한 소문만 끊임없이 떠돈다. 그래서인지 누구나 다 하는 투자인데 나만 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좌불안석이다. 지금도 어려운데, 가만히 있으면 뒤쳐질 것 같은 초조함과 대박에 대한 환상은 스스로를 그 속으로 떠민다. 세대를 넘어 폭발적으로 달려드는 기세는 브레이크가 고장난 폭주 기관차를 연상케 한다. 멈출 수 없는 투자 열기의 끝은 어디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식과 암호화폐 투자는 쪽박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개인 투자자는 주식이든 암호화폐 시장에서든 결코 돈을 벌 수 없다. 1980년 말부터 우리나라는 본격적으로 증시 활황의 시대를 맞이했고 증권회사는 취업 1순위였다. 그때부터 주식에 뛰어든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지켜봤다.

30여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불행히도 주식투자로 돈 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은 명문대 박사학위 소지자에 경제,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들, 초일류기업에 다니거나 전문직에 종사하는 엘리트들, 증권회사에서 오로지 투자만 전념했던 사람들이었다.

주식투자에 확신을 갖고 뛰어든 전업투자자들도 있었다.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그들에게 주어진 대가는 혹독하고 모진 정신적, 경제적 손실이었다. 엄청난 스트레스로 평범한 일상이 마비되고 건강까지 잃었다. 회복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삶이 황폐화 된 경우도 여럿 있었다.

개인이 주식으로 돈 벌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더군다나 형체가 없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는 더 위험하고 대책 없는 무모한 일이다. 공통점은 있다. 누구나 처음엔 얼마의 수익을 올리기도 하고 그걸 계기로 점점 투자 금액과 범위를 늘리게 된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는 절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자와 주식시세를 조종하는 작전세력을 이길 수 없다. 암호화폐 시장에도 이미 작전세력들이 들끓고 있다. 그들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투자 금액이 늘어나기를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만들어 놓은 늪으로 우리는 한 걸음 한 걸음씩 빠져드는 것이다. 속속들이 문제가 드러나고 있는 암호화폐 시장은 더 깊고 무서운 함정이다. 방법은 하나다. 도박과 마찬가지로 주식과 암호화폐에 손대지 않는 것이다. 주식이나 암호화폐를 하지 않는다고 안절부절해 하거나 자책할 필요가 없다. 돈은 결코 한 군데 머물러 있지 않는다. 돈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생물과 같기에 누구나 그 주인이 될 수 있다.

가진 만큼에서 자신에게 맞는 삶의 길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가다 보면 돈은 어느 순간 찾아오게 돼 있다. 설령 지금이 아니라면 내 아이들이나 그다음 세대에게 꼭 주어질 것이라 믿는다.
단, 도박과 주식과 암호화폐로 행복한 부자가 된 사람은 지금까지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기대지 말아야 할 것은 처음부터 손대지 않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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