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 괴산군 백봉·장연초 사례] 주택제공 당근으로 도시민 유치해 폐교 위기 살아나고 지역도 활력
[작은학교가 농촌마을 재생이끈다 : 괴산군 백봉·장연초 사례] 주택제공 당근으로 도시민 유치해 폐교 위기 살아나고 지역도 활력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6.10 10:21
  • 호수 59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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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산군도 이들 학교 성공에 착안 작은학교 있는 9개면에 20억원씩 지원 연립주택 조성

작은학교 살리기가 단순히 학교 살리기에 그치지 않고 학교가 위치하고 있는 마을, 나아가 면(面)의 부활, 그리고 더 나아가 군(郡)의 유지,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과제로 이어진다.
작은학교를 통폐합해서 기존 작은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통학버스를 운영해 등교시키면 된다는 통합주의자들의 주장도 있지만 단순히 의무교육인 초등학교만 졸업시키면 되는 논리로만은 볼 수 없는 것이 작은학교가 처한 소지역의 상황이다.
괴산군 청안면의 백봉초등학교와 장연면의 장연초등학교는 총동문회와 지역사회, 학부모 등이 나서서 작은학교를 살린 대표적인 사례다.
이들 학교를 살리려는 지역사회의 움직임은 자치단체를 나서게 한 원동력이 됐지만 특히 자치단체가 면(面) 지역에 '행복보금자리'라는 이름의 연립주택 건축은 큰 효과를 거뒀다. 자치단체가 이렇게 움직인 의미는 무엇일까? 백봉초등학교와 장연초등학교를 살린 사례를 통해 짚어본다.

백봉초등학교

#2018년 유치원생 포함 20명이었던 백봉초
현재 44명의 학생이 다니는 백봉초등학교. 등하굣길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발걸음으로 경쾌하다. 정문 앞에서 아이들의 안전을 지도하는 어르신들은 등하굣길의 아이들을 보면 저절로 배부르다며 흐뭇해한다. 이렇게 등하굣길에서 아이들을 볼 수 있는 것은 학교 건너편에 건립된 행복나눔제비둥지에 새로 이사온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통학버스를 타고 이동해 아이들을 만나기가 어려웠던 2018년까지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행복나눔제비둥지가 건립되기 전인 2018년 백봉초등학교는 1학년 입학생이 단 한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1학기를 마치고 전학을 가서 1학년 학급은 소멸됐다. 다른 학년도 대동소이했는데 단 2명이던 6학년 학생은 전교회장 선거에 2명이 입후보에 각각 학생회장과 학급반장을 나누는 그야말로 '웃픈' 현실에 놓여있었다.
유치원생 5명을 포함해 전교생이 20명에 불과했던 백봉초등학교는 2021년 현재 37명으로 늘었다. 5명에 불과했던 유치원생들은 장난감을 두고 경쟁(?)할 정도가 됐고 돌잡이아기까지 백봉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대기 중이다.
존폐 기로에 섰던 학교가 이렇게 살아난 데는 학교를 살리려는 마을과 주택제공이 큰 영향을 미쳤다.
2017년 37억원의 창조적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된 부흥리 마을만들기 사업엔 1960년대 거리만들기, 옛 방앗간을 매입해 박물관 만들기 등 큰 프로젝트의 사업들이 많이 포함됐었다. 그러나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보다 폐교 위기에 몰린 백봉초등학교 살릴 방안을 찾는 것이 곧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 대안으로 생각한 것이 백봉초등학교로 자녀를 보내기 위해 부흥을 찾는 도시민들을 위해 둥지를 짓는 일이었다.
1943년 설립돼 전교생이 700여명에 달했던 백봉초등학교가 전교생이 15명에 불과, 존폐 기로에 서자 처음에는 폐교할 수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고 주민들 사이에선 패배감도 있었다. 즉 인구감소, 특히 농촌지역의 인구감소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인 현상이고, 우리들 자식들도 도시로 떠났는데 누구를 백봉초등학교로 데려올 수 있겠느냐고 주민 상당수가 체념했다. 여기에 폐교돼 아이들이 인근의 통합 학교로 가면 통폐합자금이 지원된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폐교 찬성론에 힘이 실렸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학교가 사라지면 지역은 어떻게 하느냐, 나와 내 아이의 이익보다 우리동네와 이웃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고 주민들의 마음이 모아졌고, 학교를 한 번 살려보자는 합의에 이르러 백봉초등학교 학구인 부흥리 권역에는 2015년 백봉초 살리기추진위원회가 꾸려졌다.

백봉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창조적 마을 만들기사업으로 괴산군이 12가구를 건축해 임대한 연립주택이다.
백봉초등학교를 살리기 위해 창조적 마을 만들기사업으로 괴산군이 12가구를 건축해 임대한 연립주택이다.

#제비둥지 건축 도시민 12가구 입주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은 한석호 백봉초 총동문회장이다. 한석호 위원장은 "당시 관광트렌드였던 구름다리를 만들어 관광객을 모으자는 의견도 있었고 눈요깃거리가 될 만하니 물레방아를 놓자는 의견도 나왔어요. 그러나 전국의 자치단체에서 인구증가 요인으로 관광시설을 설치하는데 물레방아를 놓는다고 해서 인구증가와 어떤 상관관계가 있고 구름다리를 놓는다고 해서 누가 이곳까지 오겠나 하는 회의적인 반응들이 나왔어요, 그리고 마을을 지키려면 학교를 살려야한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구름다리만들기 등 창조적마을만들기 사업을 변경하고 대신 사업비 중 8억2천만원을 들여 자녀를 백봉초로 전입학시키는 가정이 거주할 18평 규모로 6가구의 연립주택 건립을 추진했다. 괴산군은 2017년 5월 연립주택을 착공했고 백봉초살리기추진위원회는 집의 윤곽이 나오는 2018년부터 SNS 등을 통한 홍보로 도시민 유치에 나섰다.
한석호 위원장은 처음엔 "아무리 집을 준다고 해도 누가 이런 시골로 오겠느냐"고 반신반의하면서 홍보에 나섰다고 말했다. 조건은 월 임대료 5만원에 △초등학생이 있는 다자녀 가구 △저학년 △주민등록을 이전해야 하고 △귀농인 우대 등이다.
주민들의 반신반의 감과는 달리 홍보한 지 한 달여 만에 모집가구의 3배인 18가구에서 문의를 했고 조건에 부합하는지 심사한 후 주민면담을 통해 6가구가 선정됐다.
연립주택 이름은 행복나눔제비둥지이다. 새로 날아들어온 제비들이 떠나지 않고 둥지에 머물렀으면 하는 뜻에서 지은 이름이다. 동문 한 가구를 제외하면 모두 타지에서 들어온 가족들로 부모 12명, 아이 16명이 제비둥지로 이사를 왔다.
1차에 들어오지 못한 도시민들을 대기자로 관리한 부흥권역의 백봉초살리기추진위원회는 첫 사업을 이렇게 성공적으로 마무리 한 후 괴산군에 6가구 추가 건립을 요청해 완공했다.
2차 6가구 입주자 모집에는 100여 가구가 신청했을 정도로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정식 모집을 통해 6가구를 선정했는데 모두가 3자녀를 둔 가정이었다. 서울, 경기, 세종, 광주 등 전국에서의 전입학으로 백봉초등학교는 현재 53명이 재학하는 학교로 성장했다. 20명 이하 재학생이 3년간 계속되면 분교 또는 폐교되는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도시에서 이주한 학부모들도 월 임대료 5만원으로 거주혜택을 준 지역에 대한 보답으로 백봉초 아이들의 돌봄에 힘을 보탰다. 학원도 없고 지역아동센터도 없어 수업이 끝난 후 사각지대에 방치될 수도 있을 아이들을 위해 방범대 사무실을 돌봄교실로 운영하고 있다. 이에 괴산군은 청안면 부흥민원실을 리모델링하면서 2층을 6억원 규모의 돌봄센터로 건축키로 했다. 또 백봉초총동문회가 540평을 매입해 괴산군에 기부채납한 부지에는 23억원 규모의 체육관을 건립키로 했다.
12가구의 연립주택을 건축한 괴산군은 내년에도 2가구를 추가 건축해 도시민을 유치할 수 있도록 추진하고 있다. 부흥권역에만 총 14가구의 연립주택이 지어지는 것이다. 주거공간 확보는 도시민들의 농촌으로 이주하는데 큰 메리트가 될 수 있음을 충분히 확인한 사례다.

장연초
장연초

#분교격하 위기 세 달 만에 살아난 장연초
대학찰옥수수의 본고장인 장연면내 유일한 교육기관이 장연초등학교이다.  장연중학교도 있었지만 학생수 감소로 공립 기숙형인 오성중학교로 통폐합됐다. 장연초등학교는 한때 전교생이 7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재학생이 많았고 장연면 주민 대부분이 이 학교를 졸업했다.
하지만 전교생이 10명에 불과할 정도로 분교위기에 몰렸다. 더욱이 6학년 2명이 졸업하면 전교생이 10명 이하로 줄어들 처지, 존립기반이 흔들리게 됐었다. 결국 지난 2020년 10월 괴산증평교육지원청은 행정예고를 통해 2021년 4월 1일까지 학생수가 20명을 넘지 못하면 분교장으로 개편한다는 선전포고를 했다. 분교로 전락하면 교장, 교감이 없어지고 교사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어든다. 사실상 폐교 수순을 밟게 되는 것이다.
교육지원정의 행정예고에 놀란 주민들은 장연초등학교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최복만)를 꾸렸다. 초등학생을 둔 외지인들에게 숙소를 무료로 제공하겠다는 파격적인 제안으로 전국적으로 도시민 유치에 나섰다.

괴산군 장연초등학교로 전입학자 세대를 위해 마을에서 무료 임대한 찜찔방이다.
괴산군 장연초등학교로 전입학온 도시민들을 위해 마을에서 무료 임대한 황토방펜션이다.

대책위가 내놓은 제안은 마을소유인 황토방 펜션 2동과 마을회관과 개인이 소유한 빈집 2채 를 리모델링해 장연초등학교로 자녀를 전입학시키는 도시민들에게 내놓겠다는 것이다. 이중 황토방은 연간 1천500만원의 사용료가 나오는 마을의 수입원인데 장연초를 살리기 위해 기꺼이 내놓은 것.
장연초살리기대책위원회에서는 전학생에게는 100만원, 입학축하금 30만원을 제공하겠다는 장학혜택도 제시했다. 학교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장연교회 목사는 별도로 초등학생에게는 월 3만원, 유치원생에게는 월 1만원의 학습보조비도 지원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동문회는 또 학교에 500만원을 지원해 교실 1개를 아토피 교실로 개조토록 했다.
이같은 동문회 및 지역사회의 움직임에 충북도의회 윤남진 의원도 재량사업비 1억원을 지원 교실 전체를 아토피치료교실로 리모델링할 수 있게 했다.
장연면기초생활사업으로 10가구의 전입생가정 주택신축 및 임대제공 사업을 실시했고 또 느티나무 공부방과 도서관도 신축했다.최 복만 비생대책위원장은 "장연초 살리기 사업은 도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어가 지난해 10월 6명, 11월 5명, 12월 7명 등 모두 18명이 전학을 왔어요. 불과 세 달 만에 유치원생을 포함해 39명, 전체 학급수도 4학급에서 6학급으로 늘어 장연초등학교는 본교유지가 가능하게 됐습니다."라는 성과를 말했다.

#괴산군 9개면에 180억 지원 취학아동 둔 귀농귀촌인 임대주택 90호 건립
괴산군은 백봉초등학교와 장연초등학교를 살린 주택 제공사업이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이를 군의 정책으로 입안했다. 그리고 군비 180억원이 투입계획까지 구체화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괴산군 농업건설국 농촌개발팀 우상남 팀장은 "총 9개면에 면별로 군비 20억원을 들여 69㎡(21평) 규모의 임대주택 10호씩 총 90호의 귀농귀촌자 주택인 행복 보금자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입주 자격은 만 3세 이상 만 12세 이하의 취학아동을 둔 외지거주자이다. 대상지 9개면 중 올해는 감물면과 청천면, 사리면, 불정면에 취학아동을 둔 귀농귀촌자 주택을 짓고, 내년에는 연풍면, 칠성면, 문광면, 소수면에 각각 10호씩을 조성한다.
괴산군의 이같은 주택제공 사례는 저출산 고령화 대응 우수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지난 4월 22일에는 대통령 직속기구인 저출산고령화사회위원회 관계자들도 청안면 부흥리의 행복나눔제비둥지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목소리를 청취하기도 했다.
이차영 괴산군수는 "전국적 모범사례인 행복 보금자리 조성사업 추진으로 면 지역 정주여건을 개선하고 인구유입으로 침체된 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라며 "더 많은 정책을 추진해 더 많은 사람들이 괴산에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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