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보은읍 삼산6리, 꽃향기 폴폴 나고 텃밭도 조성된 도심 속 정원마을
(7)보은읍 삼산6리, 꽃향기 폴폴 나고 텃밭도 조성된 도심 속 정원마을
  • 김범호
  • 승인 2021.06.03 11:47
  • 호수 59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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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보은성당을 중심으로 마을형성돼 경사 가파르게 주택가 조성

이번호에 소개할 삼산6리는 정원마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과 정원이 잘 가꾸어진 마을이다. 마을회관을 찾아가는 골목길도 이름 모를 꽃향기가 물씬 풍기며 지나가는 길손을 반기고 있다. 사람이든 마을이든 첫인상이 좋아야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고 했던가. 삼산6리를 찾아가는 마을입구에서 첫 인상이 아름답게 느껴지고 이곳 마을 분들의 푸릇한 심성이 느껴지는 듯하다.
여느 도시 못지않게 현대화 되고, 정돈된 마을이지만 과거와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도심 속 전원마을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집집마다 텃밭에는 상추와 파, 마늘이 자라고, 잘 가꾼 손바닥정원에는 빨간 장미꽃이 지나는 길손을 감성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이렇게 아름다운 마을에서 살고 있는 주민들은 어떤 분들일까.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멋지고 아름다운 분들이 살고 있겠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마을회관을 찾아가는데, 주택가 가장자리에 보일 듯 말듯 아담한 회관이 눈에 들어온다. 회관 문을 열고 들어서니 마을 어르신들 몇 분이 담소를 나누고 계신다.
"안녕하세요? 무슨 말씀들을 그렇게 즐겁게 하고 계시나요?" 필자 특유의 너스레에 어르신들은 "아니 웬 청년이 마을회관을 다 찾아오나?" 하시면서 즐겁게 맞아 주신다. 모처럼 청년이라는 말을 들으니 왠지 모르게 젊게 느껴지며 진짜 젊은이 같은 생각이 든다.
하긴 어르신들에게는 자식 같은 나이의 필자가 젊은이 일 수 없겠다고 자찬을 해본다. 어르신들은 "우리 마을은 옛 날부터 인심이 좋았던 곳이랍니다." 하며 마을자랑을 하신다.

꽃향기가 물씬 나는 골목길을 지나면 마을주민들이 쉴수 있는 삼산6리 경로당이 있다.
꽃향기가 물씬 나는 골목길을 지나면 마을주민들이 쉴수 있는 삼산6리 경로당이 있다.

#"옛날엔 정문고개길이 정말 가팔랐어"
"우리 마을은 옛날엔 정문고개길이 있었는데, 이 길이 매우 가팔라서 빨래하러 가기가 매우 힘들었어." 하신다. "아! 이 마을에 정문고개가 있었나요?" 하고 되물으니 "그럼 회관 앞길이 정문고개로 가는 길목이야" "아유! 시집와서 겨울에 냇가로 빨래를 하러가는데, 고개 길이 왜 그리 가파른지 빨래를 이고 넘나들기가 정말 힘들었다니까."하신다.
"아~그랬군요. 옛 날에 이 마을엔 공동 우물이 없었나요?" 하고 마을마다 공동우물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 필자가 궁금해서 되물으니 "있긴 있었지 저 쪽 천주교 바로 아래 공동 우물이 있었는데, 거기도 가파르고 식수로 사용하니까 빨래를 하기 위해서는 정문고개를 넘어 개울로 가야 했어," 하시면서 이일연(82) 어르신이 필자의 얼굴을 바라보신다.
"옛날에는 다들 힘들었지, 이곳은 예전에 천주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된 지역이야. 그러다보니 마을길이 가팔랐어요. 물론 아래 동네는 평지였지만 고갯길 옆 윗동네는 산중턱이다 보니 힘들 수밖에. 지금은 사방팔방 길이 잘 조성돼 편리하지만 옛날엔 그랬어," 라고 김순성(84) 어르신이 말씀을 해 주신다.
어르신들은 또 "우리 마을 이장님은 여성분이셔 박영숙이라고." 하며 자랑하신다. 어쩐지 여느 마을하고 다르다는 예감이 맞아지는 느낌이다. 마을입구에 들어섰을 때, 처음 느껴지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포근하고 부드러운 도심 속 정원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마도 이장님이 어머니 같은 따뜻한 보살핌과 섬세한 여성의 마음으로 마을봉사를 하시다 보니 마을이 아름다운 정원처럼 보였나보다.
박영숙 이장은 이날 마침 멀리 출타를 해서 직접 만나지는 못했다. 마을을 둘러보기 위해 골목길을 들어서는데, 마을 유래비가 눈에 들어온다.

삼산4리 마을 유래비. 삼산6리가 연접해 마을 경계선에 세웠져 있다.
삼산4리 마을 유래비. 삼산6리가 연접해 마을 경계선에 세웠져 있다.

평소에 이 길을 자주 이용하는 필자인데, 마을 유래비가 있다는 걸 오늘 처음 알았다. 사진을 몇 컷 찍고 자세히 보니 삼산4리 마을 유래비였다. 아마도 삼산4리와 6리가 연접해 있다 보니 까막샘 거리 두 마을 경계선에 세웠나 보다.
보은읍에 유래비가 조성되어 있는 것을 본적이 없는데, 삼산4리는 유래비가 조성되어 있는 것이 신기해 내용을 살펴보니 마을주민이 희사를 해서 유래비를 세웠다는 내용이고, 보은읍이 동변과 서변, 사산의 끝에 있었던 왕자모양의 동네로 이뤄졌던 왕산미 등 세 개의 마을이 합해져서 삼산리가 되었다는 내용이 비교적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유래비가 조성된 과정도 세세히 기록돼 있었다.
필자가 알고 있었던 보은읍 삼산리 마을조성과정이 거의 일치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했고, 기왕이면 다른 마을도 유래비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은사람들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보건소가 정문고개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보은사람들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보건소가 정문고개 입구에 자리 잡고 있다.

삼산리의 마지막 동내인 산산6리 어르신들을 만나고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데, 보은사람들 건강과 질병을 관리하는 현대식 건물의 깔끔한 보건소가 정문고개 입구에 자리 잡고 있으며,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보건소마당에 설치되어 있는 하얀 천막이 눈에 들어온다. 천막을 보니 착잡한 생각이 들며 하루 빨리 코로나19가 물러가기를 빌어 본다.

보건소를 지나면 농협하나로 마트가 있는데, 이곳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나로 마트 뒤를 돌아 조금만 가면 청주법원 보은등기소가 자리하고 있으며, 그 뒤로 원예 농가들을 지원하고 있는 원예협동조합건물이 보인다.
협동조합건물 뒤로 작은 골목길이 나오는데, 이 길을 돌아가면 산림조합 건물이 있고, 마주보는 곳에 건강보험공단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건강보험공단건물을 뒤쪽으로 여성회관이 자리 잡고 있으며, 옛 정문고개 가는 길에 치매안심센터가 언덕위에 아담하게 자리 잡고 있다.

정문고개길. 길이 매우 가팔라서 겨울이면 빨래를 이고 넘나들기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정문고개길. 길이 매우 가팔라서 겨울이면 빨래를 이고 넘나들기 매우 힘들었다고 한다.

어른들이 이야기 했던 정문고개 길을 걸으며 옛 사람들이 이 길을 넘나들며 어떤 생각들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어느덧 고갯마루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향긋한 아카시아향기가 길손의 코끝을 스치며 지나간다. 높지 않은 고개에서 서쪽 들녘을 바라보니 푸르른 들판과 저 멀리  노티고개가 시야에 들어온다.
요즘은 바쁜 세상이다 보니 마을유래를 알고 있는 젊은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살아가는데 과거가 필수 조건은 아니나 필요조건은 된다고 보는 필자의 지론이 보은읍을 소개하면서 어르신들 대부분이 80대 고령이고 이분들이 알고 있는 지혜나 경험들이 미래를 살아갈 젊은이들에게 결코 짐이 되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필자도 보은이 고향이고 나름대로 지역역사나 지명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어르신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듣고 보니 알고 있는 것이 너무나 보잘 것 없이 미미하다는 것을 매번 느낀다.
더 늦기 전에 좀 더 많은 분들이 이런 일들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삼산리 소개 프로그램을 통해 듣고 보고 배운 일들이 하나의 자료적 가치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능하면 필자의 생각이나 느낌을 배제하고 어르신들의 생각과 말씀들을 담으려 노력하지만 짧은 식견으로 글을 옮기다보니 본의 아니게 필자의 감정이 들어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하나의 발자취를 남긴다는 심정으로 최선을 다해 마을소개를 하고 옛것과 현대문물을 소개하려하니 부족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너그러운 마음으로 봐 주시길 부탁드린다. 끝으로 삼산6리 소개에 참여해 주신 박영숙 이장님을 비롯한 유양숙(81), 방양금(67), 이일련(82), 김순성(84), 이순용(83), 이재순(81), 임효순(83), 황순옥(87), 김찬수(79) 어르신들께 감사드린다.
양화용(보은향토문화연구회) 시민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천주교를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돼 아래 동네는 평지였지만 고갯길 옆 윗동네는 산중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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