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대표 자연자원 원정리 느티나무 결국 죽었다
지역 대표 자연자원 원정리 느티나무 결국 죽었다
  • 송진선 기자
  • 승인 2021.05.12 23:55
  • 호수 59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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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 4월 27일 보호수 지정 해제…제초제 피해 추정 할 뿐
원정리 주민 "그 자리에 오래된 느티나무 심고 싶은데…"
마로면 원정리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는 주변의 풍광을 끌어안으며 사진작가들의 발길을 끌었으나 고사로 인해 보호수에서 해제되며 사라지게 되었다.

마로면 원정리는 느티나무 때문에 유명해진 곳이다. 드넓은 논 한가운데 500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주변의 풍광을 끌어안으며 서있는 마로면 원정리는 사계절 풍광을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줄을 이었고 최근에는 은하수를 관찰하는 스폿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특히 총총 떠있는 별과 웅장한 느티나무의 조화가 환상적이어서 쏟아지는 별을 볼 수 있는 명당으로 소문나 사진작가들에게는 자리 전쟁이 뜨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이젠 이런 원정리의 영화가 사라졌다. 마을의 자랑으로 보은군의 대표적인 관광자원 중의 하나였던 원정리 느티나무가 제초제로 살포로 추정되는 약해로 말라죽은 것. 500살의 이 느티나무는 키 15미터, 가슴둘레 6.4미터에 달하는 노거수로 1982년 8월 보은군 보호수(6호)로 지정 관리됐으나 고사로 인해 결국 지난 4월 27일자로 보호수에서 해제했다.

본 기자가 원정리에서 확인했을 때는 뿌리가 죽어서 물이 전혀 가지로 오르지 않기 때문에 외피가 떨어지고 말라서 쩍쩍 갈리지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보은군은 지난해 7월 원정리 느티나무를 살리기 위해 죽은 가지와 생육상태가 좋지 않은 나뭇가지를 제거하는 외과수술을 하고 수간주사를 놓고 느티나무 아랫부분 흙의 유해성분을 없애기 위해 희석재를 주기적으로 주입하고, 토양개량 작업을 진행했으나 살리지 못했다. 
보은군은 "누군가 고의로 제초제를 살포하거나 나무 주변 땅 속에 뿌린 것으로 추정하지만 원정리 느티나무 주변에 CCTV 등이 없어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원정리 느티나무 수세가 약해진 모습을 보인 것은 2, 3년 전이 아니라 시기적으로 오래됐다.
보은 출신 사진작가로 활동하는 한 출향인은 4, 5년전 보은대추축제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과거 원정리 느티나무는 잎이 빼곡하게 들어차 보일 정도로 무성했는데 중간에 가지를 솎아서인지 점점 속이 비어 사진작가들이 선호하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지적했었다.
이 출향인의 주장이 맞음을 2013년 촬영한 사진과 2017년 촬영한 사진을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지난 2013년 8월 7일 마로면 원정리를 방문해 새마을금고의 상징목인 느티나무를 촬영해간 적이 있다. 당시 새마을금고 사보제작팀이 촬영한 사진은 둥근 모양으로 잎이 무성하고 수형도 아름답고 초록으로 가득찬 너른 들판에 우뚝 솟은 것이 카메라 렌즈로 어느 지점을 포인트로 각을 잡아도 그림일 정도로 농촌 풍경을 제대로 구성할 수 있었다.
그러나 4년 후인 2017년 느티나무를 보면 중간 중간 비어있는 것이 과거와 같지않은 모습이 비교될 정도였다. 그 이후 수세가 계속 약해지면서 최근 2년 사이에 급격히 쇠락해졌다. 그나마 원정리 느티나무 형상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지난 2019년이 마지막이었다.
지난 2020년 5월 본 기자가 담은 원정리 느티나무 모습은 마지막 살기위해 발버둥 치는 것처럼 겨우 잎새를 틔운 정도였다. 당시 본 기자는 중심 기둥 외과수술한 곳에서 약물을 주입하기 위해 낸 것 같은 구멍을 발견했다. 누군가 일부러 제초제를 주입하기 위해 뚫은 것이라는 의심을 갖게할 정도로 구멍이 흐트러지지 않고 둥그랗게 났었다.
본보의 보도이후 보은군이 지난해 7월 외과수술 등을 실시하고 토양개량을 하는 후속작업을 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었기 때문에 살려내지 못했다. 결국 사망선고를 한 보은군은 올해 4월 27일자로 보호수 지정을 해제한 것이다.
과거 원정리 느티나무가 서있는 들판은 봄이 되면 모내기를 하고 여름이면 벼들이 자라가 들판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가을이면 황금빛 누런 들판을 이루고, 겨울이면 소담스럽게 쌓인 설경까지 사시사철 언제나 찾아도 원정리는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주변배경까지 목가적인 농촌 들녘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충분했었다. 2010년 방송됐던 전쟁드라마 로드넘버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으로 손꼽힌 촬영지이기도 하다.

그러다 농촌 인력의 고령화, 여성화로 영농을 이어가기 어려운 가정에서 인삼밭으로 임대를 주고 또 축사 진출이 늘어나면서 사방 어디를 배경으로 카메라 구도를 잡아도 목가적인 풍경이었으나 검은색의 차광막이 설치된 인삼포가 걸리고 축사가 걸리는 등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구도를 잡기가 어려운 환경이 됐다.
여기다 느티나무 수세까지 약화되면서 점차 사진작가들이 찾지 않는 곳으로 전락했다. 그래도 느티나무를 걸쳐 밤하늘 은하수 촬영을 하기 위해 찾는 이들이 뜸하게 있긴 하다.
원정2리 김훈 이장은 "느티나무가 갑자기 죽을 수는 없다고 본다. 누군가 고의로 죽인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수사 의뢰를 할까 하는 생각을 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범인 잡는 것도 힘들겠지만 범인을 잡는다고 해도 죽은 느티나무를 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어서 접었다"고 말했다.
김훈 이장은 "우리는 명소를 잃었다. 안타깝다. 죽은 느티나무 소유는 보은군이기 때문에 보은군에서 이를 처리하고 나면 느티나무 주변 150평이 군유지 그 자리에 다시 500살 정도 수령의 느티나무를 복원하는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 또 훼방을 놓을 수도 있으니까 고사한 느티나무를 처리하고 나서 다시 느티나무를 식재하는 것은 동네 주민들과 협의해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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